지난달 12일(화)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이하 국가인권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가인권위법 개정안은 현행법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삭제하고, 성별을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이하 국가인권위)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이에 대해 반발에 나섰다.

  현행 국가인권위법은 △성별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 △재화의 이용 등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은 “해당 조항으로 인해 사회 각 분야에서 동성애가 옹호·조장돼 온 반면, 동성애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나 반대 행위가 오히려 차별로 간주돼왔다”며 “성적 지향에는 동성애 외에도 소아성애, 수간, 부모와 자식 간의 결혼 등이 포함돼 있어 이를 반대하는 모든 것이 인권침해로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안 의원은 국가인권위법에 성별에 대한 정의가 누락됐다며 국가인권위법 개정안에서 성별의 법적 정의를 새로 규정했다. 개정안은 ‘“성별”이란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말한다’고 정의한다. 

  국가인귄위법 개정안 발의 후 지난달 19일(화), 국가인권위는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했다. 국가인권위 최영애 위원장은 “유엔 자유권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의 국제인권기구들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금지하고 성 소수자에 대하여 평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의 내용과 같이 성적 지향을 차별 사유에서 제외하거나 성별의 개념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축소하는 입법은 대한민국 인권의 위상을 추락시킬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사회의 신뢰에 반하는 일”이라고 안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의당도 논평을 통해 비판했다. 정의당은 “사회적, 법적으로 성 소수자들이 사회 일원으로 나서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혐오할 권리와 성 소수자 권리 중 무엇을 먼저 보호하고, 규제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의당은 “성별에 대해 제한적인 규정을 통해 다른 성별을 가진 성 소수자들과 트랜스젠더 등을 지우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성 소수자들을 공론장에서 밀어내는 폭력적인 행위”라고 논평했다.
 

지난달 20일(수) △성소수자인권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의 시민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 프레시안
지난달 20일(수) △성소수자인권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의 시민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 프레시안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지난달 20일(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 소수자를 차별하고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는 개악안(오히려 더 나쁘게 고친 안건)의 발의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성 소수자들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위임받아 제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일자 지난달 19일(화) 안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은 보호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며 차별을 조장하는 개정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국가인권위법상 성 소수자 인권 보호가 한계를 넘었다”며, “비정상적인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정상이라고 교육하고 국가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국민을 인권침해자로 단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 주장의 근거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일었다. 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인권위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동성애를 일반인에게 객관적으로 혐오감을 유발하고 선량한 성도덕 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 평가하고 있고, 다수 국민들도 동성애(동성 성행위)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또한 “개정안에 대해 국민 설문조사를 한다면 90%가 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 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동성애·동성혼에 긍정적 여론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동성혼 법제화 반대 여론은 2001년 67%에서 2019년 56%로 감소한 반면, 찬성 여론은 2001년 17%에서 2019년 3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성애도 사랑의 한 형태’라는 설문 항목에서는 ‘그렇다’라는 대답이 53%로, ‘그렇지 않다’보다 높게 나왔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반대되는 경우가 있었다. 대법원 판례(2011두11266)는 동성애 묘사 영화가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판결하며 “동성애를 이성애와 같은 정상적인 성적 지향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며 “동성애를 유해한 것으로 취급해 그에 관한 정보의 생산과 유포를 규제하는 경우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의 인격권·행복추구권에 속하는 성적 자기 결정권 및 알 권리, 표현의 자유,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한편 논란이 일자 해당 개정안에서 4명은 서명을 철회했다. 하지만 8명이 추가로 공동 발의에 참여해 지난달 21일(목) 같은 내용으로 개정안이 재발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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