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부문 당선작

안일한 경찰

이연주(문예창작·15)

S#1 오프닝 노인정 안(오후)

 

노인정 같지 않은 적막한 분위기. 도박장 같다.

남자 다섯 빙 둘러앉아있다. 뒤에서 구경하는 민후.

인정, 뒤에 서서 무표정으로 코끝을 살짝 만진다.
 

일한 인정과 눈을 마주치고 패를 내자 오른쪽 남자 얼굴을 찡그린다.
 

다음 판이 돌아가고 인정 기침을 한다.


일한 패를 내자 왼쪽 남자 얼굴을 찡그린다.


인정, 머리를 왼쪽으로 꺾자 일한 마지막 패를 낸다. 민후 인정을 따라한다.
 

민후 우와 (박수친다) 할아버지 짱

일한 자 다들 꺼내

일한 패 모으며 화투판 정리한다. 인정 모자를 내려놓고 돈을 걷는다.


일한 인정의 경비 모자를 쓰며 민후에게 윙크한다.

카메라 시선 경비모자로 줌인 되면서 모자의 월계관 무늬 위로 안일한 경찰 새겨진다.

 

S#2 (오후)

 

월계관 자수에서 줌 아웃 되면 걷고 있는 일한과 인정 민후, 사탕을 입에 물고 있다.

 

민후 할아버지 아까 그게 뭐였지?


일한인정 협동 플레이


민후 멋있어, 할아버지들 역시 베스트 프렌드

일한 그런 건 어디서 배웠대

민후 (밝게)유치원에서, (사이)할아버지 베스트 프렌드는 다 도와줄 수 있어?

인정 그럼, 다 해줄 수 있지

민후 그럼 나도 할래

 

인정 민후 에게 모자를 씌워준다.

 

일한 가자 베스트 프렌드

 

세 남자 당당하게 걷는 뒷모습

 

S#3 일한네 집 (오후)

 

일한 앞치마를 메고 밥을 푼다. 상을 차리는 며느리. 화면 밥상에서 TV 옆 액자로 이동한다. 웃고 있는 할머니의 사진. 일한 잠깐 쳐다보다가 고개 돌린다.

 

민후 엄마 나도 베스트 프렌드 생겼다.

며느리 좋겠네 우리 민후. 유치원에서 생긴 거야?

민후 비밀이야

 

민후 코끝을 살짝 만지며 일한 쳐다본다.

일한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 하며 자리 앉는다.

문 열리고 아들 들어온다.

 

S#4 인정네 집 (저녁)

 

인정 집에서 밥과 마늘 장아찌을 꺼내놓고 먹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손질하지 않은 대파, 마늘 쌓여있고, 포대자루 널려있다.

바닥에 깔려있는 신문지 위에 흙묻은 호미 널려있다.

 

S#5 경비실

 

인정 경비실 안 침대 위에 누워있다. 눈을 꿈뻑거리다가 일어난다.


의자에 앉아 모자를 고쳐쓴다.

시계를 한 번 쳐다본다. 8. 손전등을 들고 나간다.

 

S#6 거실 (저녁)

 

네명 티비를 둘러싸고 앉아있다. 접시에는 사과가 놓여있고, 민후 집어먹는다.


일한 티비 화면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 며느리 일한을 한 번 쳐다본다.

아들 (웃으며)민후랑 노느라 심심하진 않으셨겠네요.

일한 심심할 것도 없지 뭐

며느리 (의심하듯)설마 애 데리고 또 노인정 가신 건 아니죠?

일한 (심드렁하게)무슨 노인정을 가

민후 응 진짜 안 갔어.

 

S#7 유치원(그날 점심)

 

유치원 점심시간이다. 민후 급식판을 들고 나가 배식을 받아온다.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자리에 앉은 민후 한숨 쉰다.

밥을 깨작깨작 먹자 선생님 다가온다

 

선생님 민후야 열심히 먹어야 나중에 키커

민후 맛없는데

 

초인종 소리 들리고 선생님 문 연다

문 열자 보이는 일한. 민후 빠르게 뒤 돌아보고 표정 환해진다.

 

선생님 오셨어요? (매우 난처한 표정)민후 종일반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일한 민후랑 일이 있어서

선생님 (매우 난처한 표정)저번에두 일 있다고 데려가셨는데 어머니께서 절 때 보내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셨어요

일한 이번에는 진짜로 일이 있어서 그래

선생님 안 돼요 저 또 혼난단 말 이예요. 종일반 끝날 때 오세요 끝날 때

일한 (안된다는 듯)보호자가 왔는데 이 사람이

 

민후 숟가락과 젓가락을 급식판 위에 떨어뜨린다.

부딪히는 소리 크게 나자 선생 뒤 돌아본다.

급식판 위에 널브러져있는 수저. 자리에는 아무도 없다.

민후 재빠르게 선생님 사이로 지나가 신발을 신는다

 

선생님 안민후! 어디가

 

일한과 민후 뛰어나간다.

 

S#8 길거리(오후)

 

일한과 민후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서있다. 서로 하이파이브 한다.

 

민후 (앙탈부리듯) 할아버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오늘 급식 맛없어서 죽을 뻔 했다?

일한 짜장면 먹자

 

S#9 짜장면집

 

짜장면을 열심히 먹고 있는 민후와 일한.

민후의 입 주변에는 짜장면 소스가 묻어있다.

 

S#10 거실 현재 ()

 

며느리 매일 노인정에, 혼자 적적하실 텐데 소일거리라도 찾아보시지

일한 (화내듯이)적적하긴 무슨

아들 (시선은 밥에만) 알아서 하시겠지

며느리 용돈이랑 연금 나오는 거 얼마나 한다고, 간식 비라도 버시면 얼마나 좋아

민후 아냐 할아버지 돈 잘 벌어

며느리 니가 어떻게 알아?

민후 그것도 비밀

 

민후 일한에게 윙크한다. 며느리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S#11 경비실 뒤 주차장()

 

인정 손전등으로 담배 피고 있는 종민,민준,수혁 비추며 손가락질 한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처리하고 머리를 울리는 삐 소리만 들린다.

아이들 얼굴 찌푸리며 담배를 버리고 도망간다.

 

 

S#12 경비실 건물 앞()

 

인정 거리를 순찰하다가 건물 위에 사다리를 놓는다.

사다리가 놓여진 바닥만 보이고 인정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

 

인정(E) 으아악

 

사다리 바닥에 떨어져 부딪친다.

같이 떨어지는 경비 모자.

 

S#13 일한네 집(오전)

 

일한 빨래를 갠다. 빨래를 개다가 부인의 사진이 껴 있는 액자를 잠시 쳐다본다. 클로즈업되는 부인의 사진

 

S#14 과거회상 도로 (저녁)

 

교통사고. 일한 눈 살짝 뜨자 옆에 앉아있는 부인 피 투성이다.

일한 손으로 아내의 얼굴 짚어보지만 미동도 없다.

 

일한 나때문이야

 

S#15 일한네 집(오전)현재

 

일한 (한숨 쉬며)니미럴. 왜 혼자 가가지고

내가 갔어야 했는데 왜 가서 이렇게

 

일한 빨래를 개다가 잠시 멈추고 허공을 바라본다. 집을 둘러보는 일한

 

S#16 경비실()

 

일한 비닐봉지를 들고 경비실 근처 지나가다가 들어와 경비실 둘러본다. 건물 관리인 엎드려서 자고 있다. 갸우뚱 하는 일한

 

S#17 노인정(오후)

 

일한 비닐봉지 든 채로 노인정이다. 안을 둘러보지만 인정은 없다.

일한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걸어보지만 통화음만 간다.

 

일한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여

 

S#18 일한네 집(저녁)

 

일한 집에서도 안절부절 못하고 돌아다닌다.

며느리와 민후 빨래 개던 것을 멈추고 일한을 일제히 쳐다보고 있다.

이때 초인종 소리 눌린다. 문 열자 택배기사 택배를 내민다.

 

택배기사 택배요

 

실망한 표정으로 택배를 받는 일한. 택배기사 나간다. 문 닫힌다.

 

일한 에이씨

 

답답한 듯이 뒤 돌아 부엌 의자에 앉으려는 순간 초인종이 한 번 더 울린다.

일한 거칠게 문을 연다.

 

일한 택배를 한 번에 보내지 무슨

 

고개를 내리자 인정 휠체어를 타고 있다.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로 반깁스가 두껍게 감겨 있고, 무릎 위에는 경비옷과 모자가 얹어져 있다.

 

인정 왠 택배

일한 아니 이게 도대체 뭐여

인정 삐끗했지 뭐

 

며느리 인정의 모습을 보고 놀란 듯이 다가온다.

 

며느리 (놀란 듯이)괜찮으신 거예요?

일한 (화난 듯이)이게 삐끗 이여? 전화도 안 되고 아주 그냥 콱 죽어버려도 모르겠네!

인정 전화기 거 경비실에 놓고 와가지고

일한 (심각한 표정)병원에서는?

인정 두 달만 있으면 깁스 풀 수 있대

며느리 노인네들 뼈 약해서 원래 안 낫는 사람도 있다는데, 몸 조리 잘 하셔야 돼요

일한 (한숨 쉬며)어휴, 일은 어째

 

인정 일한에게 옷이랑 모자를 건넨다. 받아드는 일한

 

일한 옷은 왜

 

인정 어색한 표정으로 웃는다

 

일한 절 때 안돼

인정 나 나을 때까지만 부탁해

일한 언제 내가 일하는 거 봤어? 안하고 산지가 삼십년도 넘었는데

인정 누구보다 더 잘 아는 것도 나지

일한 근데 뭘 시키겠다고

인정 누구보다도 나 일하는 거 제일 많이 지켜본 것도 너지

일한 보는 거랑 하는 거랑은 다르지

인정 그게 다야 별것도 없어. 그냥 좀 앉았다 일어났다만 하믄

 

일한 인정의 눈 피하면서 경비옷 돌려준다.

 

일한 못해. 누구 밑에서 갑갑하게 일 못 하는 거 알잖아.

며느리 (갑자기 하이톤으로)경비일 어려운 것도 아녜요 아버님

인정 두달만, 딱 두달만 눈 딱 감고 들어주라

 

일한 머뭇거린다. 방에 들어가있던 민후 나온다.

 

민후 할아부지 다쳤어? 어떡해

 

민후 걱정하는 듯이 인정에게 다가가 다리를 살펴본다. 그런 민후를 잡고 웃는 인정

 

인정 민후야, 할아버지가 다리가 다쳐서 그런데 너네 할아버지한테 잠깐만 부탁해도 될까?

민후 할아부지 베스트 프렌드잖아. 할아버지 도와줄 수 있지?

일한 저기 그게

인정 내가 친구가 너 밖에 없잔여

민후 그럼 울 할아부지 이제 첨으로 일하는 거야?

일한 할애비 일했으면 좋겠어?

민후 일해도 완전 멋있을거 같애

며느리 어머 심심하신 참에 딱이네. 나을 때 까지만 이래잖아요

 

인정 휠체어 뒤에 걸려있는 비닐봉지에서 사탕 한 봉지를 꺼낸다. 그리고 일한에게 건넨다.

 

인정 사탕 하나 받고

일한 당분간 일도 쉬는데 돈이 어딨다고

 

인정 봉지에서 사탕 한 봉지를 더 꺼낸다.

 

인정 하나 받고 하나 더

민후 할아부지 사탕 부자다. 역시 베스트 프렌드

인정 베스트 프렌드, 협동 플레이 (사이)오케이?

 

인정 손가락으로 오케이 제스쳐 한다. 일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사탕 봉지를 받아든다.

민후 지켜보다가 일한 옆으로 따라 나온다

 

민후 (신이나서)베스트 프렌드, 협동 플레이 오케이?

 

일한과 인정 웃어버린다. 민후 계속 방안을 뛰어다닌다. 줌아웃 된다.

 

민후 (작은 목소리로) 베스트 프렌드, 협동 플레이 (최고로 신난)멋있어!

 

뛰어다니는 민후를 바라보고 있는 인정과 일한.

며느리 표정 감추려 곤 하지만 좋아하는 티난다. 아닌 척 하며 빨래를 갠다.

 

S#19 경비실 앞 (오전)

 

일한 경비실을 향해 걷고 있는 발 클로즈업.

걸을 때마다 쿵 쿵 소리 울린다. 일한의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인정(V) 내가 일은 해봤다고 했으니까 걱정하지 말어

 

정적 속에서 일한 경비실 문 연다. 앉아있는 관리소장 일한을 쳐다본다.

 

관리소장, 안녕하세요. 인정 할아버지 대타로 나오신 분이죠?

일한 예 그 저기

관리소장 일은 전에도 해보셨다니까 아마 어렵진 않을거에요

 

관리소장 책장에 있던 매뉴얼 꺼내서 일한에게 건네준다.

매뉴얼 앞에는

건물관리 기본 지침서

-건물관리

-주민과의 소통

-상황업무

-분리수거

-순찰업무

적혀있다.

 

관리소장 이게 매뉴얼인데요. 비슷할 거예요. 여기 앞부분 건물관리에 시스템 적혀있거든요? 그것부터 읽어보시고 (사이)모르는 거 있으시면 물어보시면 되고, 교대는 8시쯤에 제가 오면 그때 집에 가시면 돼요.

점심시간에 밥은 사드시거나 싸오시면 되고 궁금한 거 있으시면 말씀주세요

일한

 

일한 매뉴얼을 받아들고 종이를 넘겨본다.

 

S#20 경비실 안

 

매뉴얼을 둘러보는 일한.

 

일한 염병할 일지는 또 뭐여,

 

일한 매뉴얼 읽는다.


일한 상황 업무, cctv검색, 경비 및 순찰, 고객 신변보호.

(사이)이게 다 뭐시여
 

일한 경비실 안을 돌아본다. 책상에 인정 부인과 찍은 사진 있고, 여벌옷 개져있다.

서랍을 열자 사탕 봉지 들어있다.

 

인정(V) 그거 매뉴얼 다 필요 없고, 그냥 앉아서 수상한 사람 확인 하고, 인사하고, 중간에 순찰 한 번씩 돌면 끝나.

 

일한 사탕 까먹는다.

 

S#21경비실 밖(오후)

 

일한 경비실에서 나와 건물 주변을 둘러본다.

 

인정(V) 일단 건물 사람들 누구 있는지 한 번씩 봐둬 그 오늘 일층에 반찬가게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인사 잘 해주고

 

일층에서 반찬가게 공사가 한창이다.

앞에 서서 짐 옮기는 것을 도우려고 하는 미숙.

인부들을 쳐다보며 왔다갔다 거린다.

일한과 눈 마주치자 수줍게 인사하는 미숙. 일한 같이 고개 숙인다.

일한 간판을 쳐다보자 숙이네 반찬 써있다.

 

미숙 잘 부탁드려요

일한,

 

S#22건물 밖 ()

 

일한 손전등을 들고 순찰중이다. 경비실 앞 순찰중 걸려있다.

음식물 쓰레기통 코 막은채 열어 확인한다. 더 찌푸려지는 얼굴.

손이 미끄러져 쾅 하고 뚜껑이 닫혀버린다. 깜짝 놀라는 일한.

뚜껑을 잡은 손으로 코를 만지고 경악한다.

분리수거장 가서 분리수거가 잘 됐는지 확인한다.

플라스틱 칸에 들어간 종이를 뺀다. 테이크아웃 잔 꺼내자 커피가 쏟아져 나온다.

분리수거 통 정리를 마저 하고 고개를 든다. 허리가 아픈지 허리를 두드린다.

건물 뒤편에서 무엇인가 움직인다. 일한 따라가 비춰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다시 뒤 돌자 바로 앞에 고양이 지나간다. 깜짝 놀라 소리지르는 일한

 

일한 으악 으악 으아악

 

일한 소리 지르며 뛰어간다.

 

S#23경비실 안(오전)

 

일한 졸고 있다. 시계 7시 가리킨다. 청소부 창문을 두드린다.

졸다가 깬 일한 또 한 번 놀란다.

 

청소부 뭘 그리 놀라요. 청소부 첨봐?

일한 아니 그게 아니라

청소부 대신 나온 친구 분이죠? 얘기는 대충 들었어요. (사이) 밤새는 거 첨에만 좀 힘들지 나중엔 괜찮아져요

일한 (당황한 듯)나 안 잤는데

청소부 (웃으면서)딱 봐도 졸았구만

 

일한 눈 끔벅이며 머리를 긁는다.

 

시간경과

 

cut-to일한 건물 사람들이 들어올 때 마다 어색하게 인사한다

cut-to 주민들이 물어볼 때마다 매뉴얼 펴서 확인하기 바쁘다. 지쳐 보이는 일한

cut-to 졸고 있는 일한. 관리소장 나와서 경비실 창문 두드리고 못마땅한 표정 짓으며 지나간다.

cut-to 서랍을 열어 사탕을 꺼내 까는 데 사탕 바닥에 떨어진다. 새로 꺼내려고 서랍을 열자 빈 봉지만 있다.

라디오(F) 오늘같이 지치는 날 하루쯤은 삐딱해져 보는건 어떨까요. G드래곤이 부릅니다. 삐딱하게

(E) G-dragon의 삐딱하게 들린다.

일한 과하게 리액션 한다.


일한 도저히 못해먹겠네 옘병

 

S#24 일한네 집(저녁)

 

일한 문 열고 들어가 신발을 거칠게 벗고 들어간다. 불이 전부 꺼져있다.

 

일한 협동 플레이고 뭐고 나발이고

(사이) 거 사람 구하라고 해야지 안 되겄어

 

일한 불 키려고 스위치에 손 가져간다.

누르려는 순간 민후와 며느리 남편 케잌 들고 등장

 

민후 콩그레츄 레이션 콩그레츄 레이션

며느리 아버님 첫 근무 축하드려요

아들 첫날 수고 많으셨어요.

민후 할아버지 얼른 불어

 

민후가 들고 있는 케잌 위에 숫자 초 1이 올라가 있다.

그 옆에 초코 펜으로 삐뚤빼뚤 할아버지 근무 축하라고 써있다.

당황하는 일한 얼떨결에 초를 분다.

 

며느리 이것 봐 일하시니까 훨씬 쌩쌩해 보이시네.

일한 쌩쌩하기는

며느리 일은 좀 하실 만하세요?

일한 그게 일이

민후 할아버지 완전 멋있다.

아들 아버지 일하니까 딴사람 같네

며느리 아버님 진짜 멋있어 보이세요. 쌩쌩하고

아들 남은 두달을 위하여 얼른 초 부세요

 

일한 얼떨결에 초 분다.

cut-to 이불깔고 잘 준비 중이다. 아들 비타500과 비타민 바닥에 놓고 나간다.

일한 무엇인가 말하려고 하지만 이내 체념하는 표정 짓는다. 이불 덮고 눕는다.

 

S#25 경비실(오전)

 

일한 경비실에서 졸고 있다.

관리소장이 창문을 두드린다. 표정이 좋지 않다.

 

관리소장 지금은 주무시면 안돼요

 

일한 당황한 듯 한 표정으로 눈인사 한다.

일한 챙겨온 비타500 한 병을 마신다. 이어서 들어오는 청소부

 

청소부 오늘은 안 주무셨네.

일한 저번에도 안 잤다니까

청소부 아이구, 알았어요 아저씨. 수고해요

 

청소부 지나가자 일한 한숨 쉰다.

 

CUT-TO시간경과 (오후)

 

점심시간 일한 도시락 꺼낸다. 흰 쌀밥 위에 계란 후라이 올려져 있다.

장조림과 마늘장아찌 급하게 집어먹는다.

 

인정 경비실 문 열고 들어온다.

 

인정 어이, 나왔지

일한 이 자식이

 

인정이 싸들고 온 반찬 꺼낸다. 양상추와 불고기. 일한 크게 싸서 한 입 먹는다.

 

인정 일은 할만해?

일한 말해뭐해 죽겠어 그냥

인정 첨에만 그렇지 괜찮아.

일한 매뉴얼인지 뭔지 할게 그렇게 많드만

인정 그거 다 방법이 있어

 

S#26경비실 밖(오후)

 

인정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한 도시락 뚜껑을 닫다가 함께 일어난다.

 

일한 벌써 가는거야?

인정 무조건 안정인데 몰래 나온거야. 금방 들어가 봐야 돼. 모르는 거 있으면 전화하고, 오케이?

일한 오케이

 

S#27 병원(점심)

 

인정 자리 비어있다. 식사 준비해서 온 간호사 빈 자리를 둘러본다.

 

간호사 뭐야, 그새 어디가셨대

 

S#28 경비실 복도 (오후)

 

일한 계단에 앉아 쉬고 있는 청소부 옆자리로 가 앉는다.

 

일한 밥은 드셨고?

청소부 아까 챙겨 먹었죠

일한 사이다 한잔 할텨?

 

S#29 자판기 앞(오후)

 

청소부 사이다를 들이킨다.

 

청소부 , 시원해라. 그나저나 나 사이다 좋아 하는 건 우째 알았대?

일한 그냥 뭐 일도 힘드니께 뻥 뚤리고 하니까

 

S#30 S#26과 같은 시간 경비실

 

경비실에 앉아있는 인정과 일한

 

인정 청소부 아줌마는 밥 먹고 쉬는 시간에 사이다 마시는 낙으로 살어. 그러니까 몇 번 사다 주면 금세 좋아서 잘 대해주고 그래

 

S#31 자판기 앞 (오후)

 

청소부 다 마신 사이다 캔을 구긴다. 일한 손에는 아직 사이다 들려있다.

 

청소부 경비나 청소나 다 똑같지 뭐. 일은 할만해요?

일한 아직은 뭐 적응하는 중이지

청소부 같이 힘든 사람끼리 도우면서 하는 거지

일한 저기 그

(사이) 협동 플레이 라고 알어?

 

S#32 경비실안 (오전)

 

아침 7시 졸고 있던 일한. 청소부 창문 앞으로 다가와 크게 기침을 한다.

급하게 일어나서 매뉴얼 몇 장 넘긴 뒤 열심히 쳐다보는 척 한다.

경비소장 건물 안으로 들어와 경비실 들여다본다.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 일한

경비소장 흐뭇한 표정으로 지나간다. 경비소장 지나가자 하던 일을 멈추는 일한

청소부와 눈 마주친다. 엄지손 치켜든다. 입모양으로 굿 외친다.

 

S#33 건물 계단(오후)

 

아저씨 둘 계단에서 대화 나누고 마시던 캔 계단 위에 올려놓는다.

청소부 계단 위 복도에 기대서 좋지 않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일어나려는 순간 일한 뒤에서 헛기침 하자 아저씨 둘 캔을 다시 집어든다.

분리수거 통 가리키는 일한. 아저씨 둘 분리수거통에 캔 분리수거 한다.

청소부 아줌마 계단 내려오면서 일한을 마주보고 엄지손가락 치켜든다.

 

S#34 건물 복도(오후)

 

청소부 걸레질 하는데 뒤에 오고 있는 미숙 보지 못한다. 미숙 김치통을 들고 다가온다.

걸레를 들고 그대로 뒤 도는 순간 미숙 부딪힐뻔 하지만 일한 미숙을 확 잡아끈다.

일한 미숙의 김치통 잡아 들고 미숙은 그대로 일한에게 기대진다.

미숙 고쳐서서 일한에게서 김치통을 받아든다.

청소부 안도의 한숨을 쉰다.

 

S#35 경비실 안(오후)

 

일한과 청소부 같이 싸온 도시락을 까먹고 있다.

 

청소부 우리 협동 플레이 좀 되네

일한 그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청소부 이래서 인정쓰랑 조금 통했나 보네

일한 인정 쓰는 또 뭐여?

청소부 요즘 애들이 친구를 부를 때 누구씨 대신에 누구쓰 하더라고

(사이)특별히 친구니까 일한쓰 해줄게

일한 고맙쓰

 

청소부 깔깔대며 웃는다. 일한 멋쩍은 듯이 웃는다.

 

청소부 인정쓰는 아직도 병원에 누워 있을라나

일한 칠칠치 못해가지고

청소부 불쌍하지 걔네만 아니었어도

일한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청소부 아이고, (입 막으며) 말하지 말랬는데

 

플래쉬백 S#10 학생들 시점()

 

민준,수혁,종민 몰래 담배 피는 도중 누군가 손전등으로 불빛을 비추며 손가락질 한다.

눈부셔하는 민준, 수혁, 종민. 인정의 모습 보이자 담배를 비벼끄고 도망간다.

학생들 건물 옆 편의점 앞에서 장난치고 있다.

인정 사다리 세우고 올라가는 모습 발견한다. 한 학생 몰래 다가간다.

 

인정 사다리 위로 올라가 고양이를 내려주려고 하고 있다.

민준 사다리를 발로 한번 차고 도망간다.

인정 놀라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떨어진다.

고양이 우는 소리 들린다.

 

S#36 경비실안(오후)

 

청소부 근데 그게 또 하필 사각지대라 CCTV도 없고, 얼굴도 다 가리고 도망가서 어디학교 였는지도 안 나왔대요. 흉흉해라

일한 이런 미친것들이

청소부 인정 할아버지가 아저씨 아시면 난리 난다고 말하지 말랬는데

일한 그 양반이 그냥 떨어질 사람이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했어.

청소부 그냥 넘어가고 싶으셨나봐요.

 

일한 일어나려고 하자 청소부 제지시킨다.

 

청소부 누군지 알고 찾아가려고 그래요? 그냥 겁만 주려고 찼겠지,

(사이)요즘 애들이 얼마나 무서운데. 그러다 똑같이 당하면 어쩌려고

 

일한 제자리에 앉는다.

 

청소부 그니까 일단 천천히 생각해보자구

 

일한 시무룩한 표정으로 젓가락 든다.

 

S#37 유치원(오후)

 

일한의 모습에서 젓가락질 하는 민후 겹쳐진다.

민후 시무룩한 표정 지으며 급식을 깨작대고 있다.

옆에서 같이 밥 먹고 있던 민후 친구1 민후 쳐다본다.

 

민후친구1 안민후 너 왜 밥 안먹어

민후 하이고오 밥이 왜이리 맛이 없노

민후친구2 너가 좋아하는 소세지 나왔잖아

민후 (할아버지 흉내)인생은 말이야. 소세지가 전부가 아니야

민후친구1 그럼 뭔데

 

민후 입안에 소세지를 넣는다

 

민후 할아부지랑 먹는 짜장면

민후친구2 너 또 할아버지랑 도망갈거야?

민후 오늘은 못가

민후친구1?

민후 울 할아부지 일해서. (사이) 좋은데 싫다

민후친구1 그래도 너네 할아버지 경찰이잖아. 캡짱 멋있어

 

민후 젓가락을 내려놓고 턱을괸다.

 

민후 멋있지? 근데 협동 플레이 못해

민후친구1 협동 플레이?

민후 그런게 있어

 

민후 친구 둘에게 눈길 주면서 콧방귀 뀐다.

 

S#38 그날 아침 일한네 집앞(오전)

 

일한 경비옷을 입고 민후 데려다주고 있다.

 

민후 할아부지 일 안힘들어?

일한 할애비 하나도 안힘들어. 민후 맛있는 거 사줘야지

민후 오예, (사이) 할아부지 경비아저씨 안같다

일한 안같아? 그럼 뭐같애?

민후 경찰아저씨 같애 완전 멋있어

일한 할애비가? 다 늙었는데?

민후 그럼 경찰 할아부지 하면 돼지

일한 그럴까?

민후 응 나 또 짜장면 먹으러 나오고 싶어

일한 경찰 할애비하면 유치원에서 민후 몰래 나오면 안돼. 그니까 할애비가 선생님 맛있는 거 해달라고 얘기할게

민후 그럼 우리 협동 플레이 못해?

일한 그건 경찰 할애비 끝나면 하자. 딱 열 밤만 자면 돼

민후 진짜지? 약속. 도장, 복사, 코팅

 

민후 일한의 손을 조물락거린다.

 

뒤에서 유치원 차 다가온다. 유치원 차 서 있고 문 열린다.

선생님 내리고 아이들 민후 발견한다.

 

민후친구1 , 저기 안민후 있다.

민후친구2 안민후, 누구랑 있는거야

민후친구1 할아버지 아니야?

 

이때 할아버지 민후 쳐다보고 필승 외친다.

 

민후친구2 할아버지 경찰인가봐

민후친구1 헐 대박

선생님 민후야

 

이때 민후 유치원 차 발견하고 뛰어간다. 일한 주머니에 넣어 둔 사원증 꺼내 목에 건다. 후 버스에 타서 일한에게 경례한다.

일한 따라서 경례한 뒤 선생님에게도 경례한다.

아이들 환호하면서 할아버지에게 경례한다.

 

민후친구1 경찰 할아버지

민후친구2 멋있어요

 

일한 약간 당황한 표정이다. 민후가 윙크 하자 일한 손을 뻗어 아이들에게 근엄한 표정으로 인사한뒤 사원증에 걸린 호루라기 분다. 아이들 환호소리 커진다.

일한 뒤 돌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

 

S#39 유치원 현재 (오후)

 

민후 유치원 문 앞을 바라보다가 이내 손가락으로 하나를 세고 다시 밥을 먹는다.

 

민후 한밤, 아홉 번 남았다.

 

S#40 경비실 (오후)

 

일한 무언가 생각중이다. 청소부 소리 없이 다가온다.

 

청소부 무슨 생각을 그리 해요?

일한 아무것도 아녀

청소부 인정쓰 일때메?

일한 애들 버릇을 단단히 고쳐줘야 돼는데

청소부 증거 없으면 땡이라니까? 우리가 뭐 경찰도 아니고, 증거도 없으니까 합법적으로 혼낼 수도 없고 말이야

일한 경찰?

청소부 경찰은 왜?

 

플래시백 S#33

 

민후 경찰아저씨 같애 완전 멋있어

그럼 경찰 할아버지 하면 되겠다.

 

S#41 경비실 안(오후)

 

일한 경찰처럼 해보면 되지

청소부 뭘 어쩐다고요?

일한 경찰처럼 하자고

 

S#42 건물 밖(오후)

 

cut-to

일한 호루라기를 물고 주차 안내를 하기 시작한다.

차 한 대가 들어올 때마다 경례를 하는 일한. 청소부 지켜본다.

 

cut-to

일한 건물 주민들이 내려와 분리수거 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아직 음료가 남은 테이크아웃잔을 버리려는 여자에게 호루라기를 크게 분다.

 

일한(E) 삑삑삑삑

 

여자 눈치를 보고 컵을 들고 간다.

다음 주민들 눈치를 보며 분리수거를 하기 시작한다.

 

cut-to

미숙 김장통을 힘겹게 들고 지나간다. 일한 호루라기를 불면서 뛰어가 미숙의 김장통을 들어준다.

cut-to

일한 건물 주민들과 마주칠 때마다 경례를 한다. 사람들 당황하지만 이내 같이 경례를 한다.

 

S#43 경비실 안 (오후)

 

일한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한. 구석구석 확인한다.

매뉴얼 문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체크한다.

 

분리수거 확인을 꼼꼼히 했다’ V

건물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 했다’ V

주민들의 어려운 문제를 돕는다’ V

 

일한 뿌듯한지 코끝을 한번 만진다.

 

S#44 일한네 집 (저녁)

 

며느리 아버님 도대체 무슨 일이래

아들 일 하는데 무슨 일 있었어요?

 

식탁에는 반찬이 일정한 간격으로 정갈하고 단정하게 놓여있다.

일한의 목에는 호루라기 걸려있다.

 

일한 아무일도 없지

 

며느리 냉장고 문을 열자 일렬로 일정하게 놓여있는 반찬들

 

며느리 냉장고 정리도 다 하셨는데? 이게 뭐야, 아버님 일하시고 나니까 완전 딴사람 된 것 같애

일한 유통기한 지난 것, 곰팡이 핀거, 제때 제때 치우고 그래야지

며느리 제가 시간이 없어서

일한 (뿌듯한 표정)빨래도 다 개놨어

 

아들 뒤 돌자 빨래 반듯하게 개져있다.

 

일한 분리수거 종이는 종이끼리,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끼리

 

일한 호루라기를 한번 분다. 며느리 화들짝 놀란다.

 

민후 (며느리에게 소곤거리며)완전 경찰 할아부지 같지

며느리 경찰 할아버지?

민후 응 이제 경찰 할아부지야 왕 멋져

며느리 (아들에게 귓속말로)갑자기 왜 그러시는 건데

 

아들 어깨를 한번 올렸다가 내린다. 모른다는 제스쳐

 

민후 내가 경찰 할아부지라고 했어

 

며느리와 아들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S#45 경비실 앞(오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똑같이 경례를 하며 일과를 체크중인 일한

지나가는 미숙보자 일한 미숙을 불러세운다

 

미숙 ?

일한 우편물 챙겨가요

 

일한의 손에는 우편물 2개가 쥐어져 있다. 미숙에게 전해준다.

미숙 고개숙여 인사를 한다.

 

일한 수도세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일한 곧바로 길을 간다.

미숙 우편물을 보자 11월 수도세 고지서라고 적혀있다.

고개를 들어 일한이 지나간 곳을 쳐다보는 미숙

 

cut-to

일한 일지를 넘겨보고 있다. ‘택배확인목록

일한 뒤 돌자 쌓여있는 택배들과 목록 적혀있다.

‘11/29일자 목록종이를 넘기자 ‘11/28일자 목록나오고 3층 미술학원 체크칸이 비어있다. 택배들을 살펴보고 택배 중 하나 들어 올린다.

 

 

3층에는 미술학원이 있고, 아이들이 이젤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초인종 소리에 학원선생 문을 연다

 

학원선생 ? 어쩐 일이세요?

일한 어제 택배 안 찾아가서

학원선생 아 안 갖다주셔도 되는데 감사해요

일한 물감 잘써요

학원선생 그건 어떻게..?

 

일한 경례를 하고 뒤를 돌아 간다. 학원 선생 당황하는 눈치이다.

 

S#46 건물 1

 

2층 수학학원 선생 담배피러 건물 계단으로 내려오고 있다.

일한 다가가 이어폰 내민다.

 

일한 선생님 이거

수학선생 어 감사합니다. 어디서 찾으셨어요?

일한 아까 계단에서 봤어요. 간수 잘해요. 비싼 건데

수학선생 어 아시네요?

일한 비싼 콩나물 알지

 

수학선생 웃으면서 이어폰 받아들고 일한 쳐다본다.

 

수학학원 일은 괜찮으시고요?

일한 그럼 좋고말고

 

계단에서 수학학원 남학생들 우르르 내려와 선생과 일한 사이를 뚫고 지나간다.

일한 뒷걸음질 친다. 뛰어가는 남학생들 지켜보는 일한.

 

수학학원 애들이 워낙 짓궂어서. (사이)경비실에는 별일 없죠?

일한 아직까지는 뭐, 일은 몇 시에 끝나?

수학학원 저희는 9시면 끝나요.

일한 늦게까지 수고가 많네

수학학원 아녜요. (가까이 다가가서) 혹시나 애들 밤에 장난치면 저한테 일러주세요.

일한 어린애들이 치면 얼마나 친다고

수학학원 저번에도 길고양이 잡아와서 창문에 올려놓은 거 전 경비아저씨가 내려놓다가 넘어지고 난리도 아녔대요.

일한 넘어져? 전 사람이?

수학학원 그래서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애들이 분리수거도 제대로 안 해서 정말 미치겠어요.

 

일한 머릿속으로 인정이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상상

분리수거 도중 옷에 쏟은 음료를 생각한다.

파노라마처럼 모든 작은 순간들이 지나가고 표정이 굳어지는 일한

편의점에 갔다가 간식거리를 들고 다시 달려오는 학생들.

수학선생을 밀치고 들어간다.

 

수학학원 애들아 천천히 좀 다녀라 쫌

(사이) 아무튼 감사해요. 남은시간 수고하세요.

 

수학선생 다시 계단으로 올라가고 일한 멍하니 서있다.

 

S#47 과거 회상 경비실 앞(오후)

 

민후와 일한 인정 경비실 앞에 모여있다. 민후 쭈그려 앉아 고양이에게 참치캔을 주고 있다.

 

민후 할아부지 얘 이름이 뭐에요?

인정 이름? 아직 없는데 민후가 지어줘라

민후 참치캔 좋아하니까 참치해야겠다. 어때 할아부지

일한 잘 어울리네 참치

민후 할아부지 나 얘 키우고 싶어

일한 길고양이는 집에서 못 키워

민후 그럼 여기서만 계속 키울 수 있어?

일한 자주 놀러오면 되지.

민후 그럼 내가 여기서 키울래요 할아부지

인정 그러면 되겠네. 할아버지가 여기서 잘 돌보고 있을게

민후 오예 좋았어

 

S#46 과거회상 인정의 병실 (오후)

 

일한 진짜로 혼자 넘어진거야?

인정 그렇다니까

일한 건물 사다리는 왜 탔대

인정 참치가 난간에 올라가있길래

일한 참치?

인정 민후가 애지중지 하는 애잖어. 근데 언제 그렇게 높이까지 올라갔는지

일한 냅두면 알아서 내려올텐데

인정 민후가 아끼는 앤데 혹시 떨어져 다칠까봐, 꼭 누가 일부러 올려논 것처럼 울고 있드라니까

 

S#47 키즈카페 (오후)

 

며느리 카페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

민후 옆 모래놀이에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놀고 있다. 모래로 쌓은 성이 무너진다.

이때 카톡 알림음 뜨자 며느리 핸드폰을 쳐다본다.

민후 며느리 쳐다봤다가 모래놀이 쳐다봤다가 반복한다.

며느리 민후에게 눈길을 주지 않자 민후 엄마를 쳐다본다.

 

민후 엄마

며느리 (핸드폰 보면서 무심하게)으응

민후 나 심심해

며느리 민후 좋아하는 키즈카페 왔잖아

민후 엄마랑 같이 놀고싶어

며느리 엄마가 같이 놀아주고 싶은데 조금 피곤해서

민후 혼자 놀기 싫어, 엄마랑 놀래

며느리 (한숨쉬며) 알겠어, 무슨 놀이할까

민후 소꿉놀이 하자, 잠깐만 기다려

 

민후 저만치 달려가 카드놀이를 챙겨온다. 며느리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 화면만 멀찍이 쳐다본다.

 

민후 내가 할아부지 할테니까 엄마가 민후해

며느리 엄마아빠 놀이 하는 거 아니야?

민후 , 그러면 재미없어

며느리 왜 재미없는데?

민후 맨날 회사 갔다가 밥먹고 자잖아. 그니까

 

며느리 전화 울린다.

 

며느리 그건 (사이) 잠시만

 

며느리 급히 일어나서 전화 받는다.

 

며느리 어머 정현이 엄마? 응응 안바빠, 애들 데리고 키즈카페 와있어 (사이) 잠시만(민후 쳐다보며) 조금만 혼자 놀고 있어

 

며느리 자리에 앉아 신나게 수다떤다. 민후 카드를 주섬주섬 줍는다.

 

민후 할아버지 보고 싶단 말이야, 할아버지랑 놀고 싶어.

 

S#48 유치원()

 

민후 열손가락을 펴서 세기 시작한다.

 

민후 일곱, 여덟, 아홉, (사이) 열밤 다 잤는데

민후친구1 할아버지가 너 잊어버렸나봐

민후 아니야 할아버지가 분명히 데릴러 온댔어

민후친구2 근데 열밤 넘었잖아. 그니까 할아버지 이제 안 오시는거 아니야?

민후친구1 할아버지가 선생님한테 밥 맛있게 하라고 얘기해준다면서, 이것봐, 오늘도 브로콜리 나오잖아. 너 그거 다 뻥이지? 경찰 할아버지가 왜 약속을 안지켜

민후 지킬거야, 내가 다 알아

민후친구2 뭐를

민후 내가 할아버지 찾으러 갈거야

 

아이들 장난치고 있고, 선생님 반찬 가지러 간다.

민후 눈치를 보며 가방을 싸기 시작한다. 가방을 메자. 민후 친구 1,2와 눈 마주친다.

민후 입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민후 친구 1,2도 같이한다.

민후를 보게 된 여자아이1 선생님을 쳐다본다

 

여자아이1 선생님 민후 또 도망가요

선생님 ?(사이) 안민후

 

민후 신발을 꺾어신고 급하게 뛰어 나간뒤 문 쾅 닫힌다.

 

S#49 경비실 가는 길 ()

 

민후 맨날 갔으니까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민후 가방끈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S#50 경비실 앞 길

 

뛰다가 멈춰서 헉헉대는 민후, 경비실 보인다.

경비실 앞에 나와서 주변을 살피던 일한 민후와 눈 마주친다.

 

민후 할아부지이이이

일한 너 어떻게 왔어

 

민후 일한 앞으로 뛰어온다.

 

민후 유치원에서 도망쳤어,

일한 그러다가 다치면 어쩌려구

민후 할아버지 미워, 열밤 자면 온다구 하고 오지도 않고, 나 맨날 맨날 손가락으로 세면서 기다렸는데 오지도 않고, 선생님한테 밥 맛있게 해주라고 말한다면서 맨날 맛없는 음식 나와서 밥 먹기 싫었단 말야. 할아버지 거짓말쟁이, 약속도 안지키고 보고싶었는데 (운다)으에에

 

당황하는 일한 민후를 안아준다.

 

S#51 짜장면 집

 

일한 맛있어?

민후 오랜만에 먹으니까 캡짱 맛있어(사이)최고

일한 할애비가 미안해

민후 괜찮아 그래서 내가 왔잖아, 할아부지 이제 까먹으면 안돼 진짜루

(사이)

애들이 나보고 막 거짓말 쟁이라구 한단 말이야. 나보고 할아부지 경찰 할아부지 아닌 거 같다고 그러고, 자꾸 그래서 완전 짜증났어

일한 우리 강아지 뿔났네 뿔났어.

 

일한 민후를 쳐다보고 빙그레 웃는다.

 

S#52 경비실 밖(저녁)

 

일한 나와서 분리수거를 관리하고 있다.

 

S#53 같은시간 길(저녁)

 

민후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다.

한손에는 사탕봉지를 꼭 쥐고 있다.

아이들 3명이서 민후를 보고 웃고 있고, 아이들 앞에는 고양이가 반 정도 구덩이에 들어가있다.

 

민후 빨리 참치 내놔

민준 싫은데? 너꺼 아니잖아

민후 참치 내꺼란 말이야

종민 얘 이름이 참치야? (웃음) 누구 맘대로 이름을 지어줘, 오늘은 내가 먼저 발견했으니까 내꺼지

민후 안돼 빨리 돌려줘, 괴롭히지 말란 말이야, 우리 할아부지 경찰이라구

민준 경비 아니고? 이젠 거짓말도 하네,

민후 거짓말 아니야, 다 이를거야

수혁 어디서 꼬박꼬박 반말이야, 너 저 고양이 갖고싶어? 그럼 그거 내놔

민후 이건 할아부지가 주신거란 말이야

 

민준 민후의 손에 있는 사탕봉지 거칠게 뺏는다.

민후가 꽉 잡고 있었기에 팡 소리 나며 터져버린다.

민준 사탕 한움큼을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는 던져버린다. 쏟아지는 사탕들

 

수혁 그니까 달라고 할 때 줬으면 안 흘렸잖아. 남은 건 너가 다 주워가, 고양이는 이제 줄게, 재미없으니까.

 

아이들 그대로 둔 채 서로 떠든다.

두리번거리던 청소부 울고 있는 민후와 웃고있는 아이들 발견한다.

 

청소부 (소리지른다)너네 어디학교야

 

아이들 잽싸게 뛰어가고 청소부 빗자루를 들고 뒤쫓는다.

 

S#54 경비실 (저녁 전)

 

청소부, 일한, 민후 나란히 앉아있다.

 

청소부 너가 민후야?

민후

청소부 지 할애비 닮아서 똑똑하게도 생겼네

민후 울 할아부지 똑똑하죠?

청소부 그래, 노인네가 일한지 얼마나 됬다고, 그새 일 다 외우고 시간 딱맞춰서 순찰 나간다니까?

 

청소부 민후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청소부 눈 초롱한게 똑 닮았네, 나중에 할아버지만큼 똑똑한 사람 되야된다?

민후 , 진짜루요

청소부 아이구 예뻐라. 자기 할아버지랑도 잘 놀고 쪼그만한게 여기까지 찾아오고, 대단하네. 담에도 오면 아줌마가 맛있는거 사줄게

 

청소부 민후의 머리 쓰다듬고 빗자루를 챙긴다.

 

청소부 나는 이제 다시 청소하러 가련다

일한 분리수거 갈 시간됐네

민후 나두 갈래

일한 민후는 여기서 쪼금만 기다려, 할애비 혼자 해야되는 일이라 (사이) 저기 1층 할머니 있지, 혼자 있기 무서우면 저기 잠깐 가있어. 내가 말해놓고 갈테니까

민후 아냐, 안 무서워 할아부지 늦게 오면 이따가 갈게

일한 알겠어, 금방 다녀올게

민후 응 걱정마

 

cut-to

민후 혼자 경비실에 들어가 있는 모습. 일한의 슬리퍼 신어본다.

 

cut-to

민후 경비실 구석구석 구경하는 모습. 액자를 만져보기도 하고 장부를 펼쳐보기도 한다.

 

cut-to

민후 경비실 밖으로 나와 1층 미숙네 가게 앞 얼쩡거린다.

 

S#55 미숙네 가게 앞(오후)

 

미숙 너가 그 민후니?

민후

미숙 할머니가 과자 줄까?

 

cut-to

가게 안 의자에 앉아 과자를 먹고 있는 민후. 미숙 민후를 한 번 쳐다보고 웃는다.

가게 안으로 손님 들어오자 미숙 손님과 대화중이다.

 

고양이(E) (몸부림치듯이)냐아옹 냐옹

 

민후 ? 이거 참치 목소린데

 

민후 가게 밖으로 나간다.

 

S#56 미숙네 가게 안 (저녁)

 

미숙 의자에 과자만 놓여있고 민후 모습 보이지 않는다. 가게 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본다.

 

미숙 경비실 갔나

 

S#57 분리수거 장 앞 (저녁) S#56직전

 

일한 고무장갑 끼고 분리수거 하나 하나씩 하고 있다. 다 한뒤 일어나 허리를 두드린다.

일한 손목에 있는 시계를 본다. 잠깐 놀란 표정 짓고, 경비실로 걸어간다.

 

S#58 경비실 앞 (저녁)

 

일한 경비실을 둘러보고 없자 1층 미숙네 가게로 간다.

 

S#59 미숙네 가게(저녁)

 

미숙 민후 경비실에 없었어요? 나간지 좀 됐는데

일한 말도없이?

미숙 죄송해요, 갑자기 손님 들어와서 자세히는 저두 잘,

제 잘못이에요. (사이) 잘 봤었어야 했는데, 그래도 여기서 멀리 가진 않았을거에요. 저도 가게 문 잠깐 닫고 찾을게요

일한 아녀, 괜찮아. 청소하는 김씨 퇴근이니까 같이 봐달라 하믄 돼요

미숙 미안해서 어째

일한 가게 봐요

 

미숙의 표정 좋지 않다.

 

S#60 건물 근처(저녁)

 

건물 뒤편에는 화단이 있고, 아이들 건물로 들어간다.

화단 옆에는 골목길이 있고, 민후 울면서 사탕 하나 하나 줍고 있다.

 

S#61 골목길 (저녁)

 

트럭 한 대 라이트를 키고 큰길에서 급하게 골목길로 들어와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골목길 비어있자 그대로 달려온다.

 

(C.B) 일한 건물 뒤로 가던 도중 바닥에 사탕 발견

 

(C.B) 트럭 운전수 노래를 흥얼거리며 신나게 엑셀을 밟고 있다.

 

(C.B) 일한 민후를 발견한다. 민후 사탕 줍고 있다.

 

(C.B) 민후가 있는 골목길 부근에 다와갈 때 조수석에 놓인 초콜릿을 집으려고 하는 운전수

 

(C.B) 민후 불빛이 보이자 천천히 일어나 눈을 찡그린다.

 

(C.B) 일한 민후를 향해 뛴다

 

(C.B) 트럭 운전수 초콜릿을 한입 베어물고 정면을 보자 민후 보인다. 급하게 브레이크 밟는다.

 

(O.L)S#13 부인 사고로 피투성이인 모습

 

일한 안돼, 안돼, 안돼

 

일한 뛰어가 민후를 끌어안고 골목길을 구른다. 트럭 급하게 슨다.

구른 탓에 민후의 이마에는 작은 생채기가 나있다. 일한 떨리는 손으로 민후의 얼굴을 만진다.

 

S#62 ()

 

며느리 걱정되는 표정으로 자고 있는 민후 머리 만진다.

 

며느리 민후야, 괜찮아?

일한 놀라서 잠들었어. 병원에서도 별일 없댔으니까 걱정 마

며느리 계단에서 굴렀다구요?

일한 그게

며느리 아버님이 허구언날 애 데리고 유치원 몰래 나오니까 민후가 괜찮다 생각하고 나왔겠죠

일한 그래도 별일 없었으니까

며느리 그러다 사고라도 났으면 (사이) 애 유치원에서 없어졌다는 전화 받자마자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사이) 일도 일인데 애가 왔으면 잘 붙잡아두시지. 그러니까 여기저기 굴러서 다치고, 애 고스톱이나 가르치고, 이런 식으로 하실 거면 애 못맡겨요

일한 유치원에 연락한다는 걸 깜빡해서.

며느리 유치원에도 단단히 말해 둘테니까 (한숨쉰다) 아무튼 얼른 주무세요

 

일한 상처난 손을 뒤로 숨긴다.

 

S#63 전날 반찬가게 안 (오후)

 

미숙 표정이 계속 안좋다. 일어났다가 앉았다 반복

 

S#64 전날 편의점 안 (오전)

 

미숙 소금 어딨어요?

점원 맨 왼쪽 끝으로 들어가시면 있어요

미숙 (사이) 감사해요. 소금이 다 떨어져서

 

미숙 왼쪽 칸 들어가서 소금 집는다. 옆칸으로 나가는 미숙, 가운데 칸에 있는 아이들 눈치를 보더니 주머니에 껌을 넣는다. 눈이 마주친 미숙과 아이들

 

아이 에이씨

 

아이들 급하게 편의점 밖으로 뛰어나간다. 미숙 점원에게 간다.

 

미숙 방금 나간 아이들, 뭐 훔친 것 같아요. CCTV 돌려보세요. 여기 바로 앞 건물 학원 다니는 애들인데, 금방 찾을 수 있어요

점원 요즘 몇 번 재고가 안 맞는데, 다 돌려봐야겠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미숙 웃으며 계산한 뒤 불안한 표정으로 나간다.

 

S#65 민준의집 (오전)

 

민준 교복을 한 번 쳐다보고 츄리닝 차림으로 문을 연다. 문을 열자 아이 2, 3 들어온다.

 

수혁 이시간에 학교도 쉬어보고

종민 그런말이 나오냐 지금

민준 여기서 끝난게 다행인거지, 우리 전학갈 뻔 했잖아.

 

S#66 회상 장면전날 오후 고등학교 빈 건물

 

학생 징계 위원회 작게 걸려있고, 아이들 그리고 교감, 교장, 담임 선생과 그 외 선생님들 앉아있다.

 

교감 이놈들 이런식으로 몇백원 몇백원, 훔친 것만 벌써 세 번째, 상습범이라니까요. 이런애들이 학교 물 흐리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잖아요

 

교장 난처한 표정 짓는다.

 

교장 평소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지만, 아이들 전학 바로 보내버리면 학교에서도 소문 다 퍼지게 되있는 거 아시죠?

 

교감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교감 아네, 알고 말구요

교장 그런데 이런 식으로 아이들 보낸다고, 거기서도 잘 지낸다는 보장 있습니까? 우리 선에서 처리하자구요. 일단은 봉사시간 20시간에 15일 정학처분으로 해결하고 그 이후에도 그런 일 있으면, 그때가서 더 강력한 방법으로 하자구요

 

S#67 다시 현재(오전)

 

종민 집안에 굴러다니는 귤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종민 근데 학교 안가니까 할게 없다.

수혁 반성하는 의미로 집에나 조용히 있어. 것때메 고양이한테 화풀이하다가 애 울리고, 도망치고 아주 대단한 녀석들이야

민준 봉사도 해야 되는데 집에서 자숙할일 있냐

종민 내말이, (사이) 이럴 때 놀러갈래?

민준 갈데가 어딨어

수혁 어디든 가면 되지. 마지막 일탈 아니겠냐

 

종민 민준, 수혁 옆자리에 털썩 주저 앉는다. 무언가 깔고 앉은 종민 살짝 엉덩이를 들어 꺼낸다. 차키다

 

종민 (음흉한 표정)이것은?

민준 , 형꺼야. 건들면 죽어

수혁 그냥 잠깐 드라이브도 안돼냐? 요 근처까지만 잠깐 갔다오자. 너 형이 운전면허 따는 거 도와준다고 몇 번이나 운전연수 받았다며

민준 옆에서 연수 받는거랑 실전이랑 같냐

종민 그럼 요 앞만 나가보고 힘들면 다시 돌아오면 되잖아. 그것도 못하냐. 뭐야 쫄보네

수혁 운전 허투루 배웠네. 연수 다 무소용이지

민준 내가 잘하는데 안 나서는 거야

종민 그럼 보여 주던가

 

S#68 차안 (오전)

 

민준 시동 걸어본다. 시동 걸리고, 형에게 배운대로 꼼꼼히 확인한 뒤 엑셀을 천천히 밟는다.

 

수혁 쫌 하는데?

민준 내가 말 했지, 20살 되자마자 면허부터 따야지 근지러워서 쓰겄냐

종민 장난 아닌데 연수 어디로 갔다왔어

민준 근처 동네부터 갔다왔지

수혁 그럼 동네 한 바퀴 돌고, 그담에 좀 더 나갔다가 돌아오자고

민준 오케이 접수

 

S#69 그날 아침 일한네 집(오전)

 

민후 등교하면서 일한과 대화중이다.

 

민후 할아부지, 오늘 약속 알지?

일한 당연하지. 오늘은 할애비가 민후 보러 갈게

민후 할아부지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해야돼?

일한 알겠어. 걱정하지 말구 이따가 꼭 보자. 할애비가 맛난거 사들고 갈게

 

민후 유치원 차 오자 올라타고 일한 민후에게 인사한다.

 

S#70 경비실 (오전)

 

일한 시계 본다.

 

일한 좀만 더있다가 슬슬 가믄 되겠네

 

S#71 같은시간 차안 (오전)

 

아이들 차 학원 앞 도착한다. 이때 출근하는 수학선생님 발견한 아이들

 

수혁 야 쌤이다. 저기다 차 세워봐 인사하게

민준 고난이돈데. 야 잠시만

 

민준 운전대 틀어서 미숙네 반찬 옆에 주차한다.

 

종민 좀만 더 뒤로가

민준 오케이

 

민준 후진한다. 미숙네 화분 방금 물 뿌린 듯 가게 밖에 많이 나와있고, 차 뒤로 후진하면서 작은 화분깔고 지나간다. 퍽 소리 난다.

 

수혁 야 퍽소리났어. 다시 앞으로 가

민준 ?

 

민준 급하게 엑셀 밟다가 차 급하게 나가 건물 기둥에 범퍼 살짝 부딪친다.

 

민준 야 이거 어떡해

수혁 어떡하긴 어떡해. 째자

 

수학선생 쿵 소리에 계단 내려오고 아이들 발견한다.

 

수학선생 이게 뭐야 (사이) 너네 뭐해, 빨리 거기서 내려 당장

 

종민 야 튀자

민준 안내려?

수혁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내려, 이따 설명하자

 

아이1 급하게 운전하려다가 시동 꺼지고 수학선생 점점 다가온다.

급하게 다시 시동 거는 아이1

 

일한 수학선생 목소리에 경비실에서 나오다가 아이들을 발견한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아이들과의 만남

인정의 다침. 민후의 눈물, 그리고 트럭

 

일한 뛰어나가지만 아이들 차 출발하고 일한 급하게 따라가다가 택시를 탄다.

 

일한 저 차 좀 따라가 주세요. 빨리

 

일한 손목에 찬 시계 한 번 더 바라본다.

 

S#72 같은시간 경비실 (오전)

 

경비실에 놓여있는 일한의 핸드폰

 

S#73 택시 안 (오전)

 

아이들 타고 있는 차 백미러 뒤로 일한이 타고 있는 택시 보인다.

뒤돌아보는 아이2와 아이3 당황한 표정이다.

아이 1백미러 쳐다보고 엑셀을 더 세게 밟는다.

 

일한의 택시 아이들 뒤쫓고 있다.

 

택시 저거 애들이 운전하는 거 아녀요?

일한 아저씨 전화 한 번만 빌려줘요

택시 뭔진 모르겠지만, 큰일이네 여기 써요

 

택시운전사 핸드폰을 꺼내서 일한에게 전해준다. 일한 받아들고 112 누른다.

 

경찰서(F) 네 경찰입니다. 말씀하세요

일한 여기 지금 공덕 오거리인데요 고등학생들이 운전을 하고 있어요

경찰서(F) 지금 같은 방향 이신가요

일한 네 지금 택시 타고 쫓아가는 중이에요

경찰서(F) 지금 바로 공덕경찰서 연결해서 출발하겠습니다. 계속 따라잡고 계시구요. 위치 바뀌는 대로 알려주세요

일한 네 지금 오거리 지나서 좌회전 했어요. 고가 타고 가고 있어요

 

cut-to 차를 쫓는 추격씬. 여러 장면으로 나눠서 보여진다.

 

cut-to 시계를 보는 일한 표정 좋지 않다.

 

S#74 유치원 (오전)

 

민후 시계만 쳐다보고 있다.

 

민후 5분 남았다

 

S#75 택시안(오전)

 

택시 이대로 가다간 놓치겠어요.

 

이때 아이들 큰 길로 돌아가자 일한 머뭇거린다.

 

경찰서(F) 오분 뒤 따라잡을 것 같습니다.

택시 지름길로 갈게요

 

일한 시계 한 번 쳐다보고 눈을 질끈 감는다.

택시 속력을 내서 지름길로 돌아간다. 연희 교차로 보인다.

 

S#76 과거회상 ()

 

연희 교차로 보인다. 일한 신호 받고 출발한다. 이때 왼쪽 교차로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차 그대로 부딪친다. 검은 화면 보이고 눈 서서히 뜨자 부인 피투성이이다.

일한 숨 쉬기 힘들어 보인다.

 

S#77 현재 (오후)

 

일한 택시 안에서 여전히 숨 쉬기 힘들어하고 있다.

전화기 밖으로 경찰 목소리 들린다.

 

경찰서(F) 연희교차로 건너편에 두 대 대기중입니다.

일한 .....

경찰서(F) 연희교차로 건너편에 두 대 대기중입니다. 대답하세요

 

일한 식은땀 흘리며 눈 꼭 감는다.

 

경찰서(F) 대답해 주세요. 대답해주세요

 

전화 속 음성 반복적으로 울리고 일한 정신을 못차린다.

 

택시 아즈씨 전화 안받습니까? 애들 잡아야지요.

 

일한 고통스러워 한다. 식은땀 흘리는 일한. 택시 일한이 대답이 없자 쳐다본다.

 

택시 여기서 놓치면 끝이에요. 경찰 다 왔대 잖아요. 전화 받아요 얼른. 아님 넘겨줘요. 급한 약속도 있으시다매요

 

S#78 플래시백 (오전)

 

민후 할아버지 오늘 약속 알지?

(사이)할아버지 경찰 할아부지 같애

(사이)나쁜 사람도 꼭 잡아주고

(사이)할아부지 미워,

 

골목길 일한의 손에 안겨있는 민후, 생채기 보인다. 부인 피투성이인 모습

 

민후(E) 할아부지

 

일한 눈을 번쩍 뜬다. 전화기를 들어 귀에 댄다.

 

S#79 연희 사거리(오후)

 

경찰 차 아이들이 타고 있는 차 막아서고 아이들 연행된다. 택시에서 나와 서있는 일한

 

S#80 유치원 (오후)

 

민후 시계 보자 점심시간 끝나기 10분 전이다.

 

선생님 오늘 할아버지 바쁘신가봐. 기다리지 말구 이제 밥 먹자

 

민후 한숨 쉬며 급식을 받아 자리로 앉는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려는 순간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문 열리자 일한 서있다. 민후 일한에게 급하게 달려가 안긴다.

 

민후 뭐야 할아부지 왜 이렇게 늦었어

일한 갑자기 일이 생겨서

민후 그럼 밥은?

 

일한의 뒤로 짜장면 배달원 양철통 들고 걸어온다.

 

배달원 배달시키셨죠?

일한 안늦었지?

 

민후 미소짓는다.

 

S#81 며칠 뒤 새로운 경비실 (오후)

 

민후 인정의 손 잡고 일한의 새로운 경비실에 놀러와있다.

일한 새로운 경비복 입고 있다. 일한의 책상에는 용감한 시민들상 상장 걸려있고, 사진 속에는 일한과 택시아저씨 어색한 표정으로 어깨동무 한 채로 상장 들고 있다.

 

민후 할아부지

일한 울 강아지 왔네. 유치원 잘 다녀왔어?

민후 웅 완전. 오늘은 급식 완전 맛있었다?

일한 그랬어? 다행이네

인정 (웃으면서) 사람이 이렇게 변해요

일한 느그 말대로 경비 일 별거 아니드라

인정 경비가 둘이여 이제. 다시 일 시작하니까 좋네

 

인정과 민후 일한의 침대 위에 앉는다. 민후 일한과 인정 사이에 앉아있다.

 

민후 할아버지 둘 다 일해서 좋다.

인정 맛있는 거 많이 사줘서?

민후 저번에 할아부지가 애들 다 아스크림 사줘서 애들이 다 할아부지 캡짱이래

일한 그랬어? 좋았겠네

민후 응 기분 완전 좋아. (사이) 할아버지 나 맨날 잘해줘서 좋아

나도 할아버지 완전 잘해줄래

일한 지금처럼만 있어주믄 되는데

민후 그럼 오늘만 내 소원 들어줘

일한 그럼 (사이) 그게 뭔데

 

민후 일한에게 사탕 하나 건네준다.

 

S#82 미숙네 반찬가게 (오후)

 

일한 가게 안에 들어온다. 미숙 일한을 발견하고 미소 짓는다

 

미숙 오셨어요

일한 민후가 여기 반찬이 맛있대서

 

일한 반찬 3가지를 골라 미숙이 있는 카운터로 간다. 반찬을 카운터에 올려 놓으며 반찬을 꺼내는 일한

 

미숙 그냥 가져가세요. 화분도 새로 보내 주셨는데

일한 아녀 이럴땐 그냥 받는거여

 

일한은 민후가 준 사탕 하나를 전해준다.

 

일한 민후가 전해 주라고

 

미숙 미소 짓는다.

 

S#83 반찬가게 밖 (오후)

 

민후 일한과 미숙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

일한 창문 너머로 민후와 눈 마주치자 민후 윙크한다.

 

윙크 하면서 화면 전환되고 일한 새로운 곳에서 일하는 장면들

이때 엔딩 크레딧 올라가고 있다.

 

CUT-TO

새로 적응한 일한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인사한다.

 

CUT-TO

분리수거를 확인하는 일한

 

CUT-TO

미숙 놀러와 경비실 문 두드린다.

 

미숙 식사 같이 해요

 

일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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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문 심사평

  2019년 숭실문화상 드라마 부문 응모작은 총 6편이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오랜 기간 고민하고 공들인 흔적을 보여주었다. ‘성실성’ 그 자체로 깊은 감동을 주는 경우다. 본격적인 심사 과정에서는 일정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는 <아빠 어디가?>, <복숭아잼 필드도넛 살인사건>, <안일한 경찰> 등 3편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아빠 어디가?>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죽음을 앞둔 사내가 하루 동안 아빠 역할 알바를 하면서 어린 소녀와 애틋한 정을 나누는 상황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러나 극적서사가 단조롭고, 갈등이 약하며, 결말과 에필로그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어, 아쉽게도 수상작에서 제외되었다.  

  <복숭아잼 필드도넛 살인사건>은 흥미진진한 서사와 반전의 묘미가 빛나는 희곡이다. 빵집에서 일하는 청년이 연쇄살인사건에 연루되어 범인으로 몰리지만,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하여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풀고 범인을 잡게 된다는 이야기다. 살인사건의 동기가 약하고 사건해결 과정이 느슨하여 인물 탐구가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제의 심도와 문제의식이 약한 것은 이 드라마의 결정적인 한계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가작에 머물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안일한 경찰>은 탄탄한 플롯과 건강한 주제의식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이견 없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아내의 죽음 이후 무력한 삶을 살아가던 노인 일한이 친구를 대신하여 경비 업무를 보면서, 새로운 인간관계에 눈을 뜨고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서사가 평이하고 결말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여 긴장감이 떨어지는 점은 앞으로도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개연성 있는 장면 구성과 사건 배치, 표제와 오브제의 상징성 등은 성실성과 완성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잃지 않는 ‘인간적인’ 드라마 작가로 성장해 가길 바란다. 

 

박연숙 교수(베어드교양대학)
백로라 교수(문예창작전공)

 

수상소감

 

  일주일째 무릎이 아파 정형외과에 가는 길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다형문학상 당선을 축하한다며 수상 공지를 전화로 안내받았다. 나는 병원에 도착해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한 자세로 너무 오래 앉아있어도 근육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했다. 글을 쓸 때마다 늘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었기 때문에 무릎이 아팠던 것 같다. 그날따라 아픈 무릎이 영광스럽게 느껴졌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기에 최근에서야 글을 열심히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진로에 있어 가장 많은 변화를 준 건 드라마창작 수업이었다. 처음으로 드라마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덕분에 많은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 “드디어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네” 교수님의 말씀이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었다. 수업에서 쓴 첫 작품이기에 특별히 애정이 갔다. 처음으로 만든 캐릭터의 성격이 나와 참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안일하게 살아왔었지만, 나 또한 주인공처럼 점점 변해가리라 생각한다. 사학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글 쓰는 것이 즐겁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써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첫 작품이 좋은 결과가 있었기에 앞으로 더욱 성장하리라 생각한다.

 

이연주 (문예창작·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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