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팬슈머’ 문화, 법적 쟁점 있어
확산되는 ‘팬슈머’ 문화, 법적 쟁점 있어
  • 정예슬 기자
  • 승인 2019.12.02 05:12
  • 호수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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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교육방송공사 방송국 ‘EBS(이하 EBS)’의 ‘자이언트 펭TV’ 시청자 게시판에 EBS 연습생 크리에이터인 ‘펭수’ 관련 캐릭터 굿즈(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를 만들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EBS 측은 올해 말 공식 굿즈를 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직접 굿즈를 제작하는 일부 팬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연예인, 캐릭터와 관련된 상품 및 콘텐츠 소비를 넘어 제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팬슈머’ 문화가 증가하고 있다.

  팬슈머는 ‘팬(F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직접 투자와 제조 과정에 참여해 △상품 △브랜드 △스타 등을 키워내는 신종 소비자를 일컫는 용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부 팬들의 활동이 연예인의 초상권을 침해하거나 저작권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팬슈머는 연예인을 양성하는 아이돌 팬덤(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문화를 창출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돌 연습생에 대한 투표, 홍보 등의 행위로 연습생의 정식 데뷔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3년 방영된 음악·엔터테인먼트 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를 시초로 시청자 문자 투표가 도입되며, 팬들이 가수 및 아이돌의 데뷔에 개입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로 이어지며 가수의 데뷔에 일조하는 팬들의 행보는 계속됐다.

  이는 아이돌 팬덤 내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 △만화 △캐릭터 등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의 팬 ‘아수리언’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를 통해 영화 대사 및 장면 패러디뿐만 아니라 관련 굿즈 제작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며, 상품의 제조 과정에 참여하는 행태를 보였다. 영화의 배경인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실존하는 공간처럼 다루며, △안남 시청 홈페이지 △안남시 시민등록증 △여성회관 등 파생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또한 이용신 성우의 팬들은 지난 9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 발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는 팬슈머들이 직접 투자를 통해 상품을 창출하는 경우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 10월 7만 2천 513명의 후원으로 약 26억 원의 금액이 모여 목표 금액인 3천 3백만 원을 달성했으며, 오는 10일(화) 달빛천사 국내 방영 15주년 기념 음원이 발매될 예정이다. 

  확산하는 팬슈머 현상에 대해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팬슈머를 비롯한 10개의 ‘2020년 소비 트렌드’를 제시하며, “팬덤에 속하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팬슈머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팬슈머의 등장으로 대한민국 소비 흐름이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팬슈머 사이에서는 굿즈를 직접 제작하거나 인기 캐릭터를 모방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이돌 관련 굿즈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굿즈를 개인이 제작해 SNS에서 판매하는 ‘홈마스터 시장’이 커져가는 추세다. 홈마스터는 홈페이지 마스터의 줄임말로, 연예인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팬을 일컫는 말이다. 이처럼 홈마스터를 비롯한 팬슈머는 굿즈를 제작해 판매함으로써 상품 및 브랜드를 키워낸다.

  그러나 동영상 콘텐츠나 사진을 통한 팬슈머들의 수익 활동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어 저작권 침해와 같은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법 제46조에 따르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은 자만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저작권자 허락 없이 수익 활동을 벌이면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홈마스터 시장은 연예인 사진을 이용한 수익 창출 행위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영리 목적으로 연예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사용할 경우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어 불법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건국대 로스쿨 정연덕 교수는 “연예인 사진 등을 이용해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것은 불법의 소지가 있어 불법으로 인정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헌법법률사무소 조기현 대표변호사는 “성적 목적으로 하는 불법 촬영이 아니라면 촬영 행위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매매 행위는 해당 연예인이 문제 삼을 시 소송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팬슈머 사이에서 이뤄지는 저작권 및 초상권 침해는 팬슈머의 활동에 국한하지 않고 일부 일반 팬들에 의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콘서트 도중 이뤄지는 음성 스트리밍 및 동영상 중계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일(토) 광주에서 열린 가수 아이유의 투어 콘서트 ‘러브 포엠(Love poem)’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진행하다 현장에서 적발된 한 관객을 퇴장 조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외에도 아이돌 콘서트에서 동영상 중계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는 저작권법 위반에 이어 초상권 침해도 적용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기본적으로 사진 노출이 연예인들에게는 기회이고 팬들에게는 콘텐츠가 되는 시대”라며, “다만 연예인이 원치 않는 상황이나 촬영이 금지된 상황에서 사진을 찍어 내보내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대로 법적 논란을 야기하는 불법 제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소비 및 생산 과정에서의 윤리를 추구하려는 팬슈머들의 모습도 있다. 특히 펭수 팬들은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EBS 측과 협의되지 않은 굿즈 판매처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에 EBS 관계자 측은 “팬들의 불법 굿즈 관련 제보를 접수해 경고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0’을 통해 “특정 불법 현상에 힘을 합쳐 자정, 정화하려는 움직임은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의 특징”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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