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제도를 손질하여 비교과활동과 자기 소개서 및 고교 프로파일을 폐지하고, 또한 정시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이 개편안을 두고 벌써부터 논란이 많다. 그동안 학종 제도는 공정성에 대한 시비 여부로 여러 문제점들을 노출했지만 획일적인 고교 교육과정에 변화를 주고 비교과 영역의 활동이 학종에 포함되면서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능력과 관심을 유도하는 전인교육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번 발표로 인해 앞으로 학종 전형은 어느 정도 위축될 전망이다.

  지금처럼 부모의 경제력이 상당 부분 대입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정시비율을 높이면 가뜩이나 위축된 공교육이 거의 황폐화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욱이 비교과 활동과 자기 소개서를 전형에 반영시키지 않는다면 대학은 무엇을 보고 지원자들을 가려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없다. 내신과 수능 점수가 대입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면 사교육을 시킬 수 있는 지 여부가 관건이 되는데, 이는 대학 입학이 사회 성공의 첫 단계로 여기는 한국 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경제적 계층에 따라 미래의 사회적 계층이 벌써부터 결정되기 쉽다는 밝지 않은 암시를 던진다. 어떤 제도라도 완벽한 제도는 없고 항상 개정과 보완을 하며 가급적 부작용을 줄여 나가야 한다. 현재의 학종 역시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고 개개인의 능력이 인정받는다는 장점을 살리며 문제점들을 줄여 나가야 한다.

  정부는 공정성 확대를 위해 대입제도를 개편한다고 하지만 공정성이란 개념 자체도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상당히 모호하게 들릴 수 있다. 정시가 과연 공정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는 많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는 환경에 따라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발표된 교육여론조사에서도 월 6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정시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니 정시 확대는 경제력에 따른 계급의 고착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학종은 사교육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지역 학생들에게도 대학 진학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수능 점수라는 기계적인 공정성이 가져다 줄 수 없는 다른 의미에서의 공정함을 부여한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은 현 정부가 내세운 정시 축소, 수시 확대라는 입시 정책을 스스로 거스른 방안이다. 정시 확대가 결국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할 뿐이라는 것을 꾸준히 알리며 골고루 기회가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세우고 지켜 나아가야 한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 부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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