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환불’ 요구, 외면하는 대학가
‘등록금 환불’ 요구, 외면하는 대학가
  • 정예슬 기자
  • 승인 2020.04.07 05:01
  • 호수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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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다수의 대학이 온라인으로 개강을 맞았다. 이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부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 기간을 연장하고 있지만, 강의의 질적 하락, 실험실습 강의 진행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비대면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학들이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정부의 방침을 기다리고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 등록금 환불 요청이 빗발친다. 그러나 대학은 현행법상 등록금 환불을 하지 않아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태도다.

  기약 없는 대학 ‘정상 운영’

  지난 2월 5일(목) 교육부 유은혜 장관은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과 ‘범부처 유학생 지원단 확대 회의’를 열어, 대학 당국에 4주 이내 개강 연기를 권고했다. 이에 전국 대학이 2주가량 개강일을 연기했다. 그러나 지난 2월 23일(일)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고, 지난달 11일(수)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팬데믹(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상태)을 선포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달 2일(월)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대학의 모든 수업을 원격수업, 과제물 등을 이용한 재택수업을 원칙으로 하는 ‘2020학년도 1학기 대학 학사운영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다수 대학은 지난달 16일(월)부터 모든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심각성을 고려해 대학들이 또다시 온라인 강의 기간 변경에 나섰다. 지난 3일(금) 기준 건국대, 숭실대가 1학기 전체 온라인 강의를 결정했으며, 한국외대는 사태 안정화 될 때까지 온라인 강의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단국대 △세종대 △중앙대 △홍익대는 오는 5월까지 온라인 강의 기간을 연장했다.

  원격 수업으로 강의 질 하락…
  실험실습 수업, 대체 방안 부재

  대학가에서는 지난 2월부터 등록금 환불 요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라는 글이 게재됐다. 청원자는 오프라인 강의에 비해 낮은 질적 수준과 수업일수 단축을 근거로 등록금 인하를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3일(금) 기준 138,378명이 동의했다. 지난 2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2,613명 중 83.8%가 원격수업 대체에 따라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전대넷에 따르면, 등록금 반환 필요성에 대해 59.8%(7,547명)가 ‘매우 필요하다’고, 24%(3,023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본교 제60대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지난달 19일(목)부터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등록금 환불과 관련해 유의미한 통계가 집계됐다. 총학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화) 기준 응답 수 1,094개 중 학사 일정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932명으로 전체 응답 수의 86.1%였다. 이중 학사 일정 불만족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록금 일부 반환’을 선택한 응답자는 826명으로, 학사 일정에 불만족하는 응답자 수의 88.6%에 육박한다.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이유는 대다수 대학이 지난달 16일(월)까지 개강을 연기함에 따라 2주간의 수업 결손이 발생했고, 16일(월) 이후부터 시행된 원격수업에 따른 강의 질 저하로 예년과 같은 등록금을 납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반대학 온라인 수업은 전체 학점 20%를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사이버·방송통신대학 등 원격대학과 일반대학을 구분하기 위함이다. 일반대학은 온라인 강의 인프라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한국대학교수협의회(이하 한교협)가 지난달 4일(수)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13개 일반대학 온라인 강의 비중이 0.92%에 불과하며, 연간 온라인 강의 비중이 1%를 넘는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상명대 △성균관대 △홍익대뿐이다. 이 밖에도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온라인 강의 비중은 0.1% 수준이고 서강대는 0%로 집계됐다. 본교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 ‘대학의 원격강좌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본교에 개설된 원격강좌는 전체 강의 중 20개에 그쳤다.

  실험실습 수업과 실기 수업은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기에 부적합하다. 이에 대다수 대학은 △실험 △실습 △실기 수업은 취소되거나 이론 영상 시청으로 대체하고 있다. 전남대학교 예술대학에 재학 중인 김승경 씨는 “학과 특성상 대부분 전공이 실기 수업으로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수업 일정을 오프라인 등교 이후로 모두 미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택수업 기간이 오는 24일(금)까지로 재연장돼, 더이상 수업을 미루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처럼 대학이 하나둘 온라인 강의 기한을 연장하고 있지만, 실험실습 과목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여전히 없거나 부실한 상태다.

  현행법상 등록금 환불 어려워…
  교육부 “대학이 결정할 사안”


  대학 관계자는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3조 5항을 근거로 등록금 환불이 현행법상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3조 5항에 따르면, 학교의 수업을 전 학기 또는 전 월의 전 기간에 걸쳐 휴업한 경우 방학을 제외하고 해당 학기 또는 해당 월의 등록금을 면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권고로 대부분 대학이 2주가량 개강을 연기하고 이후부터는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어, 지난 3월 한 달간 휴업한 것이 아니기에 등록금 환불이 어렵다. 또한, 대학가는 △교직원 인건비 고정 △시설 방역 △서버 관리 비용 등 이유로 등록금 환불이 어렵다고 손사래를 치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등록금 환불에 대한 결정은 대학 재량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유은혜 장관은 지난달 10일(화)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교육부에서 일괄 입장을 정하기 어렵다”며 “대학 등록금 환불은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대넷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금) 진행된 교육부와의 면담에서 교육부는 “코로나19 대책위원회에 학생 참여는 권고할 수 없고 법적으로 등록금 반환은 어렵다”며 “교육부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내는 것을 전달할 뿐 세세한 부분에 대해 권고하는 것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대넷은 이에 대해 “무책임한 답변”이라고 비판했다.

  고조되는 등록금 환불 요구…
  등록금 환불될까


  현행법상 등록금 반환이 어렵다는 대학 측의 주장에도 학생 단체는 등록금 환불 요구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대학생 단체 ‘코로나대학생119’와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는 지난달 30일(월)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습권 피해를 호소했다. 이들은 “대학이 현행법상 등록금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3조 1항의 내용을 적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3조 1항’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등록금 납입이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는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 즉, 현 상황을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으로 간주했을 때, 현행법상 등록금 환불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또한, 입학식이 취소되고 오프라인 개학이 미뤄지며 입학금이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학금 제도가 남아있는 사립대학은 신입생에게 입학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입학금과 등록금 환불 여론에도 아무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반값등록금 운동본부 안진걸 상지대 초빙교수는 “지역 재정이 어려운 대학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등록금·입학금 환불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각 대학 총학도 등록금 재논의 혹은 환불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경희대 총학은 지난달 12일(목)부터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2,873개 응답 중 등록금 재논의에 대한 요구가 95%에 달한다”며 학교 본부에 등록금 사용 내역 공개 및 책정 재논의를 위해 ‘등록금책정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경희대 총학은 등록금책정위원회 개회 일정을 요구에 대한 학교 본부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20일(금) 학교 본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총장실에 방문했다. 그러나 여전히 등록금책정위원회 일정에 대한 확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이후 경희대 총학은 지난달 23일(월)부터 등록금책정위원회 개회를 요구하는 릴레이 피케팅(효과적인 쟁의행위를 위해 플래카드를 들고 행하는 부수적 쟁의행위)을 진행했으며, 26일(목)에는 등록금책정위원회 개회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지난달 26일(목) 학교 본부가 코로나19 안전 대책 마련 지출 경비와 미사용 시설 유지비 및 공과금을 포함한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사용되지 않은 차액을 학생들에게 환원할 것을 요구했다.

  본교 총학생회는 지난달 19일(목) 중운위 7차 요구안을 통해 종강 연기 및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며, 모든 학생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근거가 포함된 답변을 지난달 25일(수)까지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 본부로부터의 답변 부재로 지난달 25일(수) 총장실을 방문해 황준성 총장과 면담을 진행해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본교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화) 중운위 7차 요구안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중운위의 등록금 보상 요구에 대해 현재로서는 수용 불가한 상황”이라며, “다만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차원에서 관련 논의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답변서에는 전면 비대면 수업 대비를 위해 지난 2월부터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보완 등으로 인해 추가 소요된 예산이 공개됐다. 이후 총학은 지난 1일(수)에는 등록금 감면을 재차 요구한 중운위 8차 요구안을 본부에 전했다. 오종운(건축·15) 총학생회장은 “수업의 질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본부는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등록금에 합당한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고려해 합당한 등록금으로 보상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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