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난달 22일(일)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실시되고 있는 캠페인으로 △행사 및 모임 참가 자제 △외출 자제 △재택근무 확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공부방식 △소비 △업무 환경 등 사람들의 일상에 변화가 일고 있다.

  △공부 △술자리 △회의까지
  실시간 화상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카페, 스터디룸(여러 사람이 모여 특정 분야를 함께 공부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 등에서 모여 집단으로 공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른바 ‘캠스터디’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카메라와 스터디의 합성어로 PC 혹은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학습 구성원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공부 방식이다. 캠스터디를 이용하면, 학습 구성원들과 공부량을 체크할 수 있으며, 시간을 정해 모의시험이나 토론 진행도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취업 준비생이나 각종 고시생은 물론이고 수험생들까지 캠스터디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달 2일(목) 온라인 독서실 서비스 ‘구루미캠스터디’에 따르면, 2월 다섯째 주 기준 캠스터디 신규 가입자 수는 3,882명이다. 이는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되기 전인 1월 셋째 주 신규 가입자 수가 768명이었던 것에 비해 약 405%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서비스 내에 신규 생성된 스터디룸은 1월 셋째 주에 비해 2,423개 늘어 약 250% 증가했다. 본교 휴학생 A씨는 약학대학 편입을 위해 스터디 모임을 결성했지만, 코로나19로 구성원과 만나기가 쉽지 않다. A씨는 대면하는 대신 네이버 밴드 앱으로 매일 아침 ‘기상 인증’을 한 뒤, 구루미캠스터디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중계한다. 이에 대해 A씨는 “집에 혼자 있어도 구성원들과 함께 공부하는 느낌에 능률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영상통화를 이용해 ‘랜선 술자리’를 즐기는 모습이다.
인스타그램 영상통화를 이용해 ‘랜선 술자리’를 즐기는 모습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일상생활 속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며, 지인과의 약속, 술자리 등 모임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일(금) 기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를 이용해 ‘랜선술자리’를 태그한 게시물은 500개가 넘는다. 해시태그는 단어나 여백 없는 구절 앞에 해시 기호 ‘#’을 붙이는 형태의 표시 방법이다. 전남 거주 대학생 강다희(21) 씨는 각기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친구들과 온라인 상에서 약속을 맺고 만난 경험이 있다. 강 씨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친구들과의 여행이 취소되면서 인스타그램 영상통화를 이용해 이른바 ‘랜선 술자리’를 가졌다. 강 씨는 “정말 친구들과 같이 술을 마시는 느낌이 들면서도 집에서 마시니 밤늦은 시간에 집에 가야 할 필요성이 없어 오히려 좋았다”며 “술집에서 모이는 대신 랜선으로 만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좋은 본보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시현(21) 씨 또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출로 인한 집단 감염 우려로 온라인으로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으로 강의도 하는데 온라인으로 술이라고 못 마시겠냐는 심정으로 시작된 술자리였다. 박 씨는 일대일로 만날 때는 카카오톡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톡’을, 여러 명이 모일 때는 화상통화 서비스 ‘구글 행아웃’을 이용했다. 박 씨는 “요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줌(ZOOM)은 40분이 지나면 방이 사라지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며 “특히 간한 단채팅도 할 수 있는 구글 행아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2일(일)부터 오는 5일(일)까지 15일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지며, 회의 또한 화상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1일(수) 학교 현장에서 사용 중인 ‘쌍방향 온라인학습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도 교육현장 점검을 위한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본지 또한 지난달 29일(일) 지면 발행을 위해 온라인 화상 및 원격 회의 서비스 ‘(ZOOM)’을 이용한 기획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줌은 유료 회원이 아닌 경우, 40분마다 화상이 종료되지만, 본지는 40분에 한 번씩 휴식 시간을 가지는 방식으로 회의를 이어갔다.

  “아프면 퇴근하세요”
  코로나19가 업무 환경 바꿀까


  직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택근무 및 유연근무를 권장하는가 하면, 출퇴근 시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이용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자동차 통행량이 지난 1월 대비 0.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하철과 버스의 출근 시간대 이용량은 각각 25.5%, 24.0% 감소했다. 또한, 대중교통 대신 ‘카셰어링(차량을 예약하고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린 후 반납하는 제도)’ 등 공유 모빌리티 이용률이 증가세를 보였다. 카셰어링 브랜드 ‘그린카’에 따르면 전월 대비 주중 평균 이용시간은 21% 증가했으며, 작년 동기 대비 주중 평균 이용 시간은 5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아파도 출근한다’는 기존 직장 문화를 ‘아프면 쉰다’ 식의 근무 여건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에 앞장서기 위해 지난달 22일(일)부터 ‘공무원 복무관리 특별 지침’을 시행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박능후 1차장은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직장인과 사업주에게 △직장 내 밀집환경 피하기 △퇴근하면 집으로 △아프면 쉬기를 호소한 만큼 공무원 복무관리 특별 지침을 시행해 공공부문부터 이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복무관리 특별 지침에 따르면,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부서별로 적정 비율은 의무적으로 원격 근무를 해야 하며, 회의 및 보고는 가능한 비대면으로 실시해야 한다. 또한, 직장 내 밀집 환경을 피하기 위해 시차출퇴근제 활용과 점심시간 시차 운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는 중앙부처 공무원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에게도 적용된다.

  지난달 23일(월) 질병관리본부 공식 블로그에는 ‘퇴근하면 집으로, 아프면 집에 있기!’라는 슬로건과 함께 직장인 행동 지침이 게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러한 지침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달 15일(일)부터 일주일간 받은 제보 857건 중 코로나19로 인한 △무급휴가 △해고 △권고사직 등과 관련된 제보는 36.8%에 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와 관계없이 아프면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유급 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상병수당’이 해결책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사회보장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조사 대상 182개국 중 172국에 상병수당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현행법상 상병수당에 대한 법적 근거는 있으나,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강보험법 제50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신·출산 진료비 △장제비 △상병수당 △그 밖의 급여를 실시할 수 있지만, 정작 시행령에서는 상병수당이 제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내 복지 차원에서 병가를 제공하는 일부 기업 직장인을 제외하면 연·월차 등 휴가를 사용해 치료를 받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 회사를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진입했음에도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늦은 감이 있다”며 “건강보험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축된 소비 심리 속 떠오르는
  ‘언택트 소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대면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있는 탓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언택트 소비는 소비자와 직원이 만날 필요가 없는 소비 패턴으로 △키오스크 △식권 자판기 △간편결제 앱 등을 통한 소비가 대표적인 예시다.

  특히 비대면 주문 및 결제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월 결제액이 1조 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비대면 주문·결제 서비스 ‘배민오더’는 지난 1월 100만 건을 돌파한 뒤 한 달 만에 200만 건을 넘겼는데,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11월 대비 2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뚜레쥬르 또한 지난 2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통한 배달 매출이 전월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CJ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배달 앱 주문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되며, 화장품 소비에서 언택트 소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일(목) CJ올리브영 측은 “코로나19 여파로 2월 한 달간 당일배송 서비스 주문건수가 전달 대비 115% 증가했다”고 밝혔다. CJ올리브영은 올리브영 온라인몰과 모바일 앱에서 구매한 상품을 주소지 인근 매장에서 포장해 배송하는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드림’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언택트 소비가 인기를 끌며 이에 맞춰 업계들은 ‘언택트 마케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차코리아는 배달 앱 ‘배달의 민족’, ‘요기요’와 제휴를 맺어 최근 전국 300개 이상 매장을 대상으로 배달 서비스를 확장했다. 이는 배달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른 고객 편의 강화를 위함이다. 공차코리아에 따르면, 일부 매장에서 시행하던 배달 서비스를 확대해 전년 동기 대비 매장당 월평균 배달 매출이 113% 증가했다. 총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14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차코리아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변화에 맞춰 언택트 마케팅 효과를 실감 중”이라고 밝혔다.

  사태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 늘어…
  벚꽃이 예뻐 사회적 거리 잊는 이들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많은 이들의 일상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지만, 연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함을 뜻하는 blue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의사에 따르면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불면증 △식욕감퇴 △소화불량 △두통 △답답함 등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31일(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코로나19 사태를 대처하는 정신건강 대책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불안은 정상적인 감정임을 인지하기 △정확한 정보 적절히 얻기 △규칙적 생활하기 △취미 활동 하기 △가족, 친구, 동료와 소통 지속하기 △서로에게 응원과 격려 보내기 등 10가지 권고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무색할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에 느슨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의 ‘서울 생활인구 자료’에 따르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시내 주요 유원지 인근 유동인구가 증가세를 보였다. 여의도 한강공원의 경우 3월 둘째 주 주말 유동인구는 총 85만 8,185명이었으며, 3월 셋째 주 주말 유동인구는 우천 영향으로 전주보다 약 1만 명 줄어든 84만 7,918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3월 넷째 주 주말 유동인구는 99만 4,56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B씨는 지난 2일(목) 인스타그램 계정에 벚꽃 구경을 다녀온 사진과 함께 글을 게시했다. 사진상의 B씨는 마스크조차 착용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B씨는 “마스크를 잠깐 벗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 사진을 찍을 때만 마스크를 잠깐 벗었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 1일(수)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여의도 한강공원 주차장 폐쇄를 포함한 ‘한강공원 특별 대응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지난 4일(토)부터 여의도 한강공원 1·2·3·4 주차장의 주말 이용이 제한됐다. 다만, 성모병원 앞에 위치한 여의도 한강공원 5 주차장은 병원 근무자를 위해 불가피하게 운영된다. 한강공원 특별 대응조치 기간은 오는 12일(일)까지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간 연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1일(수) 중대본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분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일 (목)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감염을 다시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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