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제44회 이상문학상’ 수상후보로 선정된 작가 5명 중 3명이 수상을 거부하며, 문학계에서 이상문학상에 대한 저작권 파문이 일었다. 이들이 수상을 거부한 이유는 우수상을 받는 조건으로 저작권이 출판사에 양도되는 문제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이후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 윤이형 작가가 절필을 선언했으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트위터’에서는 문학사상사에 대한 작가들의 보이콧 운동이 이어졌다.

  이상문학상은 소설가 이상의 작가 정신을 계승하고 한국 소설계 발전을 위해 1977년 문학사상사가 제정한 문학상이다.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 대상과 우수상 작품을 엮은 수상작품집에 수상작이 실리고, 300만 원에서 3,500만 원 사이 상금을 받는다. 그러나 지난 1월, 제44회 이상문학상 수상자 후보로 선정된 작가 5명 중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가 수상을 거부했다. 작가들이 수상을 거부한 이유는 출판사 측에서 상을 받는 조건으로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한다’는 조항을 담은 계약서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상을 받기 위해서는 ‘저작권 3년 양도’ 조건을 수용해야 하며, 이 기간에 작가는 본인 작품임에도 작가 개인 단편집에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고 단행본 수록도 불가하다. 김금희 작가는 수상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 전통 있는 상을 계속 그런 식으로 운영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작가는 “작가에게 불리한 것을 취하고 독자들에겐 상을 포장하는 셈”이라며 “누구를 위한 상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문단계는 저작권이 창작자의 권리며 상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작가의 노동 결과물을 빼앗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 윤이형 작가는 지난 1월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 이상문학상을 돌려주고 싶지만 돌려줄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작가는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절필을 선언했다. 또한, 지난 1월 최은영 작가는 개인 블로그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문학사상사에 사과를 촉구했다. 최 작가는 글을 통해 “자신들의 부당한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 문학사상사에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후 트위터에서는 △권여선 △구병모 △장류진 △정세랑 △황정은 등 수십 명의 작가가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보이콧 운동을 이어갔다.

  이러한 논란에 문학사상사는 지난 2월 ‘이상문학상 관련 물의에 대한 문학사상사의 공식 입장’을 통해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 조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대상 수상작을 수상 작가의 작품집 표제로 삼지 못하게 한 기존 표제작 규제는 수상으로부터 1년이 경과하면 해제하기로 했다. 한편, 올해 이상문학상은 수상자 선정은 취소됐다.

  이상문학상이 저작권 논란으로 화두에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난 2000년에는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1977년부터 1986년까지 발간된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일부 작품에 대해 “제대로 된 양도 계약을 거치지 않고 무단 게재된 것”이라며 소송을 걸어 법원 측이 작가들의 손을 들어준 적도 있다. 그러나 문단계 내 저작권 문제는 이상문학상만의 문제가 아닌 것도 사실이다. 백희나 작가는 동화 ‘구름빵’이 작품으로써 성공을 거뒀음에도 2004년 구름빵을 출간한 ‘한솔교육’과 저작권을 일괄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계약’을 맺은 탓에 제대로 된 수익을 돌려받지 못했다. 백 작가는 한솔교육을 비롯해 강원정보문화진흥원, 애니메이션 제작사 DPS 등에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당시 백 작가가 신인 작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판사가 저작물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고 한 측면도 있다”며 “백 작가에게 부당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백 작가는 지난 1일(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구름빵 저작권 소송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