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난리도 아니다. 기계공학전공 교수인 내가 바이러스 이야기를 하면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기계설계와 제작을 업으로 하며 살다보니 각종 분야에 필요한 장비를 만들다가 바이러스와 관련된 장치까지 손을 대게 되었다. 그때 공부하며 알게 된 바이러스에 관한 지식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눈높이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바이러스와 세균, 생물체의 차이
 

<그림 1> 바이러스의 종류별 형태

  생물체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단세포 생물도 있고, 인간처럼 수많은 세포로 구성된 생명체도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세포가 없다. <그림 1>과 같이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핵산(DNA 또는 RNA)과 단백직 껍데기(캡시드)로 구성되어 있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침투한 생물의 세포막을 빼앗아 추가로 껍데기(엔벨로프)를 더한 종류도 있다. 세균은 바이러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세균은 수십에서 수백 μm(마이크로미터, 백만분의 1 m)크기이지만 바이러스는 그보다 백 배 이상 더 작다.

<그림 2> 바이러스의 증식과 면역세포

  세포로 구성된 생물이나 세균은 <그림 2>처럼 세포분열을 통해 성장하거나 증식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스스로 분열하여 증식할 능력이 없어서 다른 생명체의 세포에 침투하여 세포의 분열 능력을 이용한다. 모든 바이러스가 아무 세포나 다 침투하지는 못한다. 각 바이러스는 침투할 수 있는 세포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 기관지의 조직세포에 침투할 수 있지만, 손바닥 세포로는 침투하지 못한다.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복제한 뒤에 다시 세포 밖으로 나올 때 세포를 파괴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는데, 만약 파괴한다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명체는 병이 생긴다. 코로나19는 인간의 기관지 세포에 침투하여 번식하며 폐렴을 일으키지만 박쥐의 몸속에서 증식할 때 세포를 파괴하지 않으므로 박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런 생명체를 ‘자연숙주’라고 부른다.

  바이러스와의 싸움

  바이러스가 침투해 우리 몸의 세포를 파괴시키면 큰일이다. 그러나 인간의 면역세포는 이를 가만두지 않는다. 면역세포는 여러 가지지만 <그림 2>처럼 간단히 표현하면 2가지 방법을 통해 바이러스를 물리친다. 첫 번째로는 항체라는 분대원들을 출동시켜 바이러스를 둘러싼 뒤 다른 세포에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파괴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바이러스는 증식할 수 없게 된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바이러스를 물리치지만 에이즈 바이러스는 면역세포 자체를 파괴하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 중 하나이다. 그래서 에이즈를 ‘후천성 면역 결핍증’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바이러스 같은 인간

  이처럼 바이러스 감염 같은 일은 비단 현미경 속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주변을 보자. 숭실대학교라는 생명체 속에 들어와 각 학과, 부서라는 세포 속에 침투하여, 교수, 교직원, 학생회라는 이름으로 바이러스와 같은 행동 양상을 하는 사람을 부지기수로 보게 된다. 월급은 따박따박 받아가며 교육, 연구, 학교 발전은 뒷전이고 무기력하거나 오히려 훼방 놓는 교수, 무사안일주의 교직원, 학생회비는 꼬박꼬박 걷어가면서 학우들을 이용하는 학생회. 마치 세포를 파괴하는 바이러스와 같다.

  바이러스가 가장 두려운 이유는 무서운 속도로 증식하는 속성 때문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숭실을 지켜내는 것 또한 현미경 속의 일들과 같다. 건전한 정신을 가진 우리 스스로가 면역 세포가 되어 이런 바이러스를 증식을 막도록 해보자. 건전한 생각과 소통은 숭실의 면역기능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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