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제목을 읽으면서 “당연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당연한 말을 제목으로 한 것에는 무슨 뜻이 있는가 보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한국 사람은 괴테와 같은 외국 작가의 작품을 우리말 번역본으로 읽는다. 해당 언어에 익숙하거나 능통하지 않는 한 번역본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흔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고 말하는 괴테의 소설 우리말 번역본이 무려 100종이 넘는다. 신기하고 놀라운 사실이 아닐까? 어떻게 같은 원작을 놓고 이렇게 많은 번역본이 가능할까? 그런데 또 재밌는 사실은 제목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는 것이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 『젊은 베르터의 고통』, 『젊은 베르터의 괴로움』 등으로 말이다. 주인공 이름이 ‘베르테르’에서 ‘베르터’로 바뀌었는가 하면, 소설의 핵심어라 할 수 있는 ‘슬픔’이 ‘고뇌’, ‘고통’, ‘괴로움’으로 바뀐 것이다. 수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들 베르테르라고 말해왔는데, 어떤 번역자가 그 관행을 깨고 베르터라는 단어를 고집한다. 그러더니 지금은 암묵적으로 베르테르 대신 베르터가 통용되는 모양새다. 베르테르보다는 베르터가 독일어 원어 발음에 더 충실하기 때문인데, 왜 진작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관행에 순응하려는 인간의 속성 때문에? 그럼 슬픔 대신 고뇌, 고통, 괴로움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왜일까? 번역자들은 같은 작품을 저마다 다르게 이해한 것일까? 흔히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말하는데 번역자들은 정말 같은 원본을 놓고 자기 나름의 이해와 해석에 기반하여 번역한 것일까? 이유가 그러하다면, 100종이 넘는 번역본 중에 어떤 것을 읽는 것이 좋을까?

  필자를 비롯한 9명의 연구진이 <독일 문학 번역 DB 구축과 번역 비평>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11,000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 독일 문학 번역본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어느 작가의 어느 작품이 언제 누구에 의해 번역되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려 한다. 그리고 번역본들에 대한 비평작업을 통해 독자들의 번역본 선택에 도움을 주려 한다. 번역자가 왜 고뇌, 고통, 괴로움으로 이해하고 번역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면 독자가 책을 선택하고 읽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번역에 임하는 번역자들의 노고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지 않을까? 번역 및 독서 문화의 발전에 동참하려는 것이 연구팀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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