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 활동이 중단됨에 따라 대기 질이 개선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19의 역설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잠시 멈춤’이 환경에 마냥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1일(수) 정부는 지난달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작년 동기 대비 46% 낮아졌으며, 최근 3년 평균 농도와 비교했을 때도 42%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전년 동기 대비 4% 높았던 것에 비하면 양호한 수치다. 정부는 대기 질 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실시한 ‘계절관리제’를 꼽으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잠시 멈춤’이 미세먼지 농도 저감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영리 유럽공중보건동맹이 유럽우주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유럽 도시들의 이산화질소 평균 농도는 전년보다 10%에서 40%가량 줄었다.

  그러나 대기 질 완화에 가려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일회용품 규제 완화와 비대면 소비 증가로 오히려 일회용품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일회용품 규제는 지난 2월부터 한시적으로 완화돼 식품접객업소는 일회용품 규제로부터 잠시 자유로워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급부상하는 비대면 소비는 배달 음식 주문과 택배 서비스 이용량 급증에 기여했다. 이로써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이용량을 50% 감축하겠다며 지난 2018년 8월부터 시행해온 일회용품 규제는 코로나19로 무의미해진 셈이다.

  또한, 올해 예정된 환경 관련 회의가 코로나19로 인해 진행이 어렵게 됐다. 오는 6월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2차 P4G 정상회의’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P4G는 민관 파트너십을 통해 △녹색 성장 △지속 가능한 발전 △파리기후변화협정 달성 가속 등을 취지로 출범한 국제적 연대로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이 회원국이다. 오는 11월, 영국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역시 내년으로 연기됐다. 이는 코로나19로 환경 회의마저 멈춰있는 현 상황이 환경 위기 대응에는 오히려 취약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각종 통계 자료가 증명하듯 대기 질이 개선된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회용품 이용량이 증가하고 환경 관련회의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기 질 개선으로 지구의 숨통이 트였다며 환경 문제를 안일하게 여기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또한, 세계 각국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 제한이 풀리면 대기질 상태는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오늘의 파란 하늘이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 질 개선에만 함몰돼 환경 문제 해결을 등한시하지는 말아야 한다. 지금 지구는 또 다른 방면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 이 사실을 잊는다면 코로나19가 지나간 뒤 눈덩이처럼 불어난 환경오염이 우리를 덮쳐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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