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선거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인가.

  코로나19가 본격화한지 석 달 가까이되는 데도 제대로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은 확진자 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긴장을 하고 있다니 빠른 시간에 잡히기를 바란다. 중국에서는 우한 통제가 풀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을 이어가고, 우리 대학도 1학기는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처음 맞이하는 일이기에 걱정들이 앞선다. 이런 가운데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근대 이후 민주주의가 성장하는 가운데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 프랑스 혁명 가운데 국민공회 시절 보통 선거가 실시됐지만 성인 모두에만 선거권을 준 것은 아니었다. 부유한 자들만 갖던 선거권이 남성에게도 확대되고, 여성에게도 부여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 단상에 오를 권리도 있다.”고 주장한 극작가 올랭프 드 구즈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고, 프랑스 대혁명 이후 150년이 지난 1944년에야 여성이 투표권을 얻었다.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하였다는 영국에서도 선거권은 거의 100년을 걸려 이루어졌다. 영국의 자유주의 개혁 과정에 남성들이 선거권은 확대되는 반면 여성은 예외였다. 1903년 여성사회 정치동맹이 결성되어 참정권 운동을 전개하였다. 단식 투쟁과 테러도 서슴치 않았던 이들의 주장이 수용된 것은 전쟁 때문이었다. 1914년 일어난 제1차 세계대전은 말그대로 ‘WORLD WAR’이었다. 여성들은 전쟁터에 나간 남성을 대신해 군수 공장에서 무기를 만들었고, 일부 여성들은 군인이 되기도 하였다. 1928년이 되어서야 영국에서 여성도 남성과 같이 투표권을 얻게 되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의회 정치를 시작한 것은 일본이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화 정책은 취했지만 군벌이 중심이된 메이지 정부는 민주주의와는 소원하였다. 이에 각지에서 자유민권운동이 일어났다. 메이지 정부는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였으나 억압만으로 누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천황의 이름으로 헌법을 만들고 의회를 개설하였다. 그러나 선거권은 소수의 지배층에만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일본에서 다이쇼 천황 시기가 되면서 성장한 노동자들의 요구로 ‘다이쇼 데모크라시’라고 하는 선거권의 확대가 있었다. 그러나 여성의 참정권은 부여되지 못하였다. 이는 1945년 패전 후 미군정에 의해 부여되었다.

  중국은 청일 전쟁에 패하고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배 워 의회 운동을 전개하였으나 실패했고, 인민의 성장에 따라 청 정부도 1900년대 들어 의회를 설치하는 시늉만 하다가 패망했다. 이후 중화민국이 들어섰으나 위안스카이의 독재 등은 민주정치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조선에서는 독립 협회가 의회 개설 운동을 전개했으나 실패로 끝나고 결국 해방 후 국회의원을 뽑는 5.10 총 선거에 의해 남녀 평등 원칙의 보통 선거가 실시됐다. 북한에서는 이보다 앞서 대의원 선거가 실시되기도 했다.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꽃이다.

1948년 제헌 의원을 뽑는 5.10 총선 모습 자료: 국사편찬위원회
1948년 제헌 의원을 뽑는 5.10 총선 모습 자료: 국사편찬위원회

  선거는 단순히 대표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민의를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현대사의 선거는 왜곡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는 반공을 앞세워 반대 세력을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였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도 현명한 시민은 제대로 된 대표자를 뽑으려 노력하였으나 독재 정권은 무력으로 제압했다. 하다 못한 박 전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통해 국회의원 정원의 1/3을 자기 사람으로 임명했다.(유신 정우회라는 이들은 대통령이 추천하고 통일주체 국민회의에서 선출하였다.) 진보세력을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것이 여의치 않자 ‘종북 세력’, ‘친북 세력’으로라도 몰아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고자 하는 현상은 아직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박정희 정권이 만든 지역 감정이 더 욱 큰 힘을 발휘하여 현재도 부수기가 쉽지 않다.

  선거는 내가 민주 시민으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표현이다. 진정 내가 사는 이 땅이 사람 사는 세상이 되려면 어떤 사람이 필요한 지 냉정하게 생각하고 신성하게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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