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수학과 심은하 교수와의 대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상 세 번째 팬데믹(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상태)을 선언한 지 한 달째이다. 전 세계 확진 환자 수는 150만 명을 넘어섰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WHO는 ”코로나19의 치사율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세계 모든 국가들은 봉쇄 조치와 재정 지원이 계속 유지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몇 년 전 유행한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역시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 과에 속하는 바이러스다. 이러한 병원체가 인간의 몸 속에 자리 잡고 증식하게 되는 것을 감염이라고 한다. 이중 전염력이 강해 소수의 병원체로도 인간을 감염시키는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전 세계적인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예방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최근 10~20년 사이에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그 전염성을 예측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다른 전염병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20년 1월 20일(월), 대한민국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3월 6일 기준 42명의 사망을 포함한 6284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이후 확진 환자 수는 급증해 지난 10일(금) 기준, 확진 환자 10,450명 사망자는 208명에 이렀다. 심은하 교수는 전염병의 성장률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코로나19 재생산 지수’를 보고하는 최초의 연구를 발표했다.

  심 교수는 올해로 6년째 본교 수학과 교수로 있으며, 전염병 확산과 그것을 막는 과정에서 중재방안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 수학적으로 설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9일(일) 심은하 교수를 만나 한국에서의 바이러스 확산 예측 방법과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염병 확산, 예측 가능한가?
  전염병 확산을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현재 상황을 데이터만 가지고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가시적으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확진 환자 수, 사망자 수 등이다. 단순히 이 두 숫자만 비교하면 안된다. 오늘 집계된 사망자 수는 훨씬 전에 병에 걸린 사람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염병 확산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의 확산 추이나 앞으로의 방향, 현재 심각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통계적인 분석과 수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현재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른 나라와 비교 또는 다른 바이러스와 비교할 수 있는 척도, 즉 감염재생산 지수를 계산한 것이다. 감염재생산 지수란 감염자가 발생하였을 때 평균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는 2차 감염자의 수를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감염재생산 지수가 1보다 크다면, 최소 한 사람 이상이 추가적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며, 이 경우 감염병이 인구 집단 내에서 대확산 될 가능성이 발생한다. 감염재생산 지수를 계산함으로써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중재 방안이 얼마나 효과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수정할 것인지도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발생한 감염병에 대한 전염병 확산 예측 모델이 설계되면 다음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준다. 따라서 많은 연구가 누적될수록, 투명한 데이터가 모일수록 전염병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염병 확산을 예측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바이러스마다 확산 성격이나 감염경로 등 다양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특성에 맞게 기준을 변형해야 한다. 전염병 확산을 예측할 때 크게 3가지를 고려한다. △확산력 △민감성(suspectibiliy) △인구밀도 등이 있다. 바이러스 자체의 확산력이 높거나 인구밀도가 높을 때 대체적으로 전염병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확진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어도 모두가 동일한 확률로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면역력이 약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 등 개인의 건강상태나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연령대별 민감성 외에도 접촉 패턴과 이동 경로, 연령대별 환자 수의 분포 등도 고려해야 한다. 재생산 지수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확진 환자와 접촉한 의심 증상자와 그중 실제로 확진을 받은 사람들의 비율을 연령대별로 측정을 해야 하는데, 실험 등이 어렵다보니 보통은 모델링으로 추출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특별한 점은?

2020년 2월부터 3월까지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의 일시적 변수 Temporal variation of risk of death caused by COVID-19, Korea, February – March 2020.
2020년 2월부터 3월까지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의 일시적 변수 Temporal variation of risk of death caused by COVID-19, Korea, February – March 2020.

  ‘집단감염’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많은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종교단체, 병원 등이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모델링을 통하여 집단 감염이 어디서, 얼마큼 일어나고 있는지 또한 어떠한 양상을 띠면서 발전해가는지 예측할 수 있다. 이후 유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또 다른 새로운 확진자가 유입된다면 어느 정도로 확산될지 예측할 수 있다.

  심 교수는 코로나19가 지속됨에 따라 현재는 전국의 10개 남짓의 집단 감염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중재방안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감염재생산 지수, 전염병 예측에 어떻게 도움되나?
  감염재생산 지수(Rt)는 지금 상황을 수치적으로 보여주는 값이다. 그래서 Rt가 1보다 크면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최소 한 사람 이상이 추가적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Rt가 1 이하로 떨어지면, 감염병 유행이 소멸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염재생산 지수가 0.5라면, 두 명의 확진자가 한 명을 감염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2분의 1 곱하기 2분의 1곱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확진자 1명이 만들어내는 2차 감염자수가 0에 가까워지게 된다. 그래서 감염재생산 지수가 1 이하로 낮아지면, ‘지금 유행하고 있는 전염병이 잦아드는 추세로 전환 됐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연구방법을 다른 분야에 적용한다면?
  수학적 확산 모델링은 심리학, 경제학에서도 이용될 수 있다. 간단한 예시로 게임 이론에 응용해서 백신 접종률을 예측하는 모델링도 가능하다.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해 펜데믹이 발생하면, 많은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거나 우울증을 앓는 등 심리적인 변화가 생긴다. 이러한 심리적인 변화는 전염병 확산과 마찬가지로 확산 모델링이 가능하다. 전염병에 관한 루머 확산 과정이나, 백신에 대한 호불호 등 행동 양상들은 마치 병이 확산되는 것처럼 스트레스와 불안이라는 형태로 전반적으로 가중되기도 한다. 백신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고, 만약 그 사회에 확진 환자가 한 명 유입이 되면 감염자 수가 증가하면서 접종률이 다시 급증하기도 한다. 심교수는 과거에 이렇게 사람의 심리를 포함해 모델링하는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심 교수는 당분간 코로나19와 관련된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수학이 책에서만 머무는 게 아니라 사회 전 분야, 특히 사람들의 생명, 건강에 관련된 분야에 적극적으로 쓰이도록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본교 학생들에게 “하고픈 일에 열정을 다하여 매진하고, 쉽게 지치지 않는 단단한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은 가장 기초가 되는 학문이기에 응용될 수 있는 분야가 넓다”며 “기초과학에도 많이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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