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카 영역(Broca Area)은 독자 여러분의 왼쪽 옆머리의 볼록한 부분과 앞쪽 뇌 사이를 만져봤을 때 다소 골이 지거나 평평한 부분 속에 있는 뇌의 구역이다. 어떤 사람은 이 언어영역이 오른쪽에 있기도 한데, 왼손잡이 일수록 그 확률이 높다.

  뇌과학의 시작은 브로카(Paul Broca) 박사(1824-1880)가 대뇌 좌측 전두엽의 손상이 실어증을 가져온다는 것을 밝히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휘는 잘 말했지만 정상적인 문장을 구사할 수 없었던 환자가 죽은 다음에 뇌를 해부해 본 결과, 뇌경색으로 해당 구역의 세포가 죽어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이 구역을 브로카 영역이라고 하며, 후일 보다 정밀하게 나눈 방식으로는 브로드만(Brodmann) 44, 45영역에 해당한다. 얼마 후에 베르니케(Wernike) 박사가 좌측두엽 손상으로 적정 어휘 인출이 곤란한 실어증이 유발되는 것을 발견하게 됨으로써, 현대 뇌과학의 시작은 곧 언어와 밀접하게 관련되었다.

  이들의 발견은, 뇌의 부분들이 기능별로 단원화되어(modularized) 있음을 뜻했다. 이때가 19세기 후반이었는데, 인간의 마음 또는 정신이 가슴에 있다거나 육체와 별개라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다소 고전적인 생각이 만연하던 시대이다. 이 획기적인 발견은 정신이 육체와 하나라는 믿음을 가지게 하였는데, 브로카 박사로 하여금 골상학이라는 비과학적인 분야로 인종차별을 조장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뇌의 단원성에 대해서 광범위한 믿음이 있다. 대중적으로도 후두엽은 시각, 두정엽은 운동, 두정엽과 후두엽 사이는 체감각, 그리고 전두엽은 고차적인 사고나 계획, 측두엽은 청각 및 언어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뇌의 단원성은 촘스키 언어학에서 언어능력의 특수성을 지지하고 나아가 인간의 언어과정(language process)에서의 문법적 처리도 층위별로 분화적일 것이라는 믿음을 강화하였다. 특히 촘스키는 구문처리가 인간 언어능력의 핵심이며 독립적이라고 생각했다. 변형문법 학자들의 주된 연구내용은 이에 대해 연역적 방법으로 형식화한 규칙을 설정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언어심리학자들은 과연 언어능력의 실체가 기능분화적 방식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해왔다.

  21세기 들어서 언어 신경학자들도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이나 EEG 등의 기술에 힘입어 브로카 영역이 실질적인 구문처리 영역인지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MRI는 혈액의 산소포화도에 따라서 신호의 강도가 달라지므로 이를 얻어내어 영상으로 재처리함으로써, 뇌의 움직임을 시각화할 수 있다. 구문처리 과정에 대한 검토는, 구조적으로 복잡한 문장을 이해할 때 브로카 영역이 활성화되는지에 대한 실험이 핵심적 내용이었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인 그로진스키(Grodzinsky)를 중심으로 한 연구자들은 브로카 영역의 활성도가 언어학에서 분석하는 방식의 구조적 복잡성보다는 단지 단어의 수에 비례한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이는 구문처리가 변형문법 방식의 연산처리가 아니라 단순히 작업기억(working memory) 용량에 비례함을 뜻했다. 그러나 독일에서 나온 연구 중에는 반대 결과도 있었다. 같은 단어의 수로 이루어진 문장이더라도 복문구조의 문장이 브로카 영역의 활성도가 더 높다는 결과를 보인 것이다. 

  이렇게 MRI를 동원한 뇌 기능 연구가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연구팀은 2016년에 이른바 뇌에 대한 의미지도(semantic map)를 작성하여 발표하기에 이른다. 연구의 내용은, 수많은 피 실험자들에게 2시간 정도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려주고 흘러나오는 단어마다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을 검사한 결과, 뇌의 전 영역에 걸쳐서 100여 곳 이상이 단어별로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는 대중에게 얼핏 뇌의 구역별로 해당 어휘가 기록되어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하기 쉬운데, 그보다 더 중요한 성과는 이전에 실어증을 기반으로 이 베르니케 영역이 어휘적 처리를 한다는 생각에 대해 수정을 가해야 하는 일이다. 즉 베르니케 영역의 어휘처리는 다른 뇌의 구역들과의 연결을 토대로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브로카 영역에 관한 연구도 다른 영역들과의 연결적 처리의 관점으로 전환될 필요성을 시사한다.

  인간의 언어과정은 물론 신경전달 체계로 이루어진다. 흔히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방식이 인간을 닮은 것으로 소개되곤 하는데, 실은 데이터 생성의 단계에서부터 인간의 신경 체계와는 다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생각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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