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과 임금노동자의 시대

  채용의 역사는 산업혁명의 역사와 같다. 산업혁명의 시작과 함께 자본가에 의한 공장들이 지어지기 시작했고, 공장에서 일할 근로자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임금노동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물론 산업혁명 이전에도 임금노동자는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절대 다수가 임금노동을 하는 시대는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채용되기 위해서 자신을 증명하는 일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1~2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선발

  1~2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증기기관의 등장이 공장을 만들었다면, 전기와 컨베이어벨트의 등장은 이러한 산업화를 가속화시켰다. 기존에 없었던 산업의 등장은 새로운 수요로 이어졌다. 소비자의 수요 충족을 위한 생산량 증대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의 최대 목표였다. 이 시대의 자동차 회사들이 검은색 자동차만 생산했던 이유가 검은색 도료가 가장 빨리 마르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러한 목표에 따른 결과이다. 이 시대에는 어떤 인재가 필요했을까?

  우리가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생각해보자. 컨베이어 벨트에 서서 누군가는 오른쪽 바퀴를, 또 다른 누군가는 왼쪽 바퀴를 조립한다. 아마 양쪽에 두 명씩 서서 4개의 바퀴를 동시에 조립할 것이다. 그래야 시간이 단축될 테니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오른쪽 앞바퀴를 조립하는 신입사원이 창의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양손잡이라서 바퀴와 사이드미러를 동시에 조립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러는 탓에 남들은 1분 만에 조립하는 과정을 2~3분 동안 조립하고 있다. 생산량에 타격을 입게 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결코 아니다.

  이 시대의 기업은 회사가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할 직원을 선호했다. 그래서 성실함의 지표를 통해서 인재를 선발했다. 바로 학벌과 학점이다. 좋은 학벌을 가졌다는 것은 중‧고등학생 시기를 성실하게 보냈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좋은 학점을 가졌다는 것은 대학 생활을 성실하게 보냈음을 방증한다. 즉 성실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러한 성실함의 지표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기업을 떠나서 어디서나 성실한 사람은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을 테니 말이다.

 

  3차 산업혁명 이후의 인재 선발

  3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공급량이 수요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서양 선진국들만 좋은 자동차를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서양인들 입장에서 들어본 적 없던 South KOREA라는 나라에서 ‘HYUNDAI’, ‘KIA’ 같은 회사가 자동차로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더 이상 빨리 마르는 검은색 도료로 찍어낸 천편일률적인 자동차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게 되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이드미러를 동시에 조립하는 창의력을 갖춘 신입사원이 간절해졌다. 창의력을 발휘하고, 지금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해졌다. 기업들은 이러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가졌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것이 스펙이다.

 

  성실함과 차별화의 적절한 조화

  우리가 가진 경험과 자격 등을 통칭해서 흔히 스펙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이러한 스펙을 쌓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취업 3~4종 스펙으로 출발했던 개념이 10년 만에 10종 스펙이 되었다. 한 대학생은 대외활동과 공모전 수상실적이 20개 남짓 되었음에도 자신의 취업 실패 원인을 스펙 부족에서 찾고 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는 좀 다른 관점을 가져야 한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스펙은 남들과 다른 차별화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우선 숭실대 학생이라면 성실함을 증명해 줄 적절한 학벌은 이미 갖췄고, 학점과 어학 점수를 통한 성실함에 대한 증명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실함의 지표에 더해질 차별화 요소가 필요하다. 남들과 똑같은 10개의 스펙으로 10번의 성실함을 증명하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다. 경험과 역량 향상 간의 논리적 연관성을 표현할 수 있다면, 모든 경험이 당신의 진짜 스펙이 될 것이다. 당신은 남들과 무엇이 차별화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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