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과학 기술에 말을 걸다』 이상헌 저
『철학, 과학 기술에 말을 걸다』 이상헌 저

  집에 있던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던 중 한때 이공계열 진학을 꿈꾸며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봤다. 이 책은 그중 하나다. 책 사이에는 지난 2016년 전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 대한 신문 기사 한 페이지도 끼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인간과 인공지능의 지식이 동등해진 시대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무척 놀랐다. 

  ‘로봇이 친구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저자는 위와 같이 과학 발전이란 이름 아래 생각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몇 가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그중, 이 질문이 내 마음을 끌었고, 사람과 기계의 다른 점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먼저 친구란 무엇이며,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 보았다. 친구는 ‘친구’라는 단어로 묶여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다. 반면, 로봇은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나눌 수 있는가? 로봇은 사람의 명령만 따르는 기계에 불과하다. 즉 로봇은 인간이라면 본래 지니고 있는 성격이나 품성인 ‘마음’을 가지지 못했다. 만약 감정이 있는 로봇이 있다 한들 그 로봇이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루만져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책 속의 또 다른 질문은 ‘생명의 또 다른 합성, 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인가?’이다. ‘나’와 외형적인 모습이 같은 복제 인간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나올 수 있지만 그 복제 인간도 과연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내 가족과 같은 모습의 복제 인간이 있다면, 그들도 모두 내 가족인 것으로 간주해야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공감이란 단순 기억에서 파생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전제돼야 한다. 로봇이 아무리 발전한들 인간이 느끼는 복잡한 심경과 이를 구사하는 언어적 감각은 흉내조차 낼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인공지능과 같이 과학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런 기술이 왜 필요하고, 어디에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그 본래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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