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너는 아이러니
너는 나에게 아이러니
내가 너의 눈을 피하면서
매 순간 너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은
내가 너의 질문을 얼버무리면서
하루종일 너의 농담을 곱씹는 것은
내가 너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너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은 아이러니
사랑, 그것은 아이러니

  고등학교 3학년, 감수성이 흘러넘쳐 쓴 시 한 편을 들춰보았다. 2년하고도 반년이 지난 지금, ‘아이러니’라는 제목을 가진 사랑 시를 읽으면 오글거리고 유치해 웃음이 난다. 사랑도 안 해본 사람이 사랑에 대해 시를 썼다는 게 우습지만, 그때도 지금도 나에게 사랑은 아이러니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셋은 어디에나 있을 것인데, 그중 제일은 사랑이라’ 성경 구절에서 이야기하듯 사랑은 숭고하고 아름다운 개념으로 우리 곁에 있으며, 수많은 노래와 시가 사랑을 표현하듯 사랑은 감각적으로 우리 곁에 있다. 또 책과 드라마에서 다루는 사랑은 환상적이고 로맨틱하다. 나의 부모님 또는 대학 캠퍼스 내 커플들을 보며 사랑은 현실이며 우리 삶에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는 항상 사랑과 함께 살지만, 사랑을 잘 알지 못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기 위해선 평생이 걸릴지 모르지만, 일단 사랑에 대해 탐구해보겠다. 

  ‘사랑인 것과 사랑이 아닌 것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처음 이 질문을 고민했을 땐, 사랑의 모양은 정말 다양해서 사랑을 정의할 수도 없고 내가 다른 사람의 사랑을 ‘옳다, 그르다’ 판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랑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며 알맹이는 사랑이 아닌데 겉 포장지만 사랑인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토킹, 데이트 폭력과 같은 것들이 그 예시이다. 사랑의 모양은 정말 다양하지만, 사랑이라는 껍데기로 포장된 모든 행동을 용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진짜 사랑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거절당할 용기’이다. 사랑은 감정이며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나의 사랑도 통제하기 어려운데 다른 사람의 사랑까지 통제하고 구속하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상대방과 사랑을 합의하지 않아도 사랑이 샘솟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사랑이 상대에게 그대로 닿아서 똑같이 되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랑을 주는 것, 사랑을 받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 외면당하거나 짓밟힐 수 있다. 내가 보낸 사랑이 외면당하거나 거절당했을 때 사랑을 강요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며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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