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수) ‘민식이법’이 시행됐다. 민식이법은 시행 이전부터 처벌 강도의 적절성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민식이법 시행으로 경찰 측에서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사고가 감소했다는 반면 일각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민식이법이란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청남도 아산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9세 어린이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법안이다. 해당 사고를 계기로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민식이법의 초안을 만들어 대표 발의했으며, 해당 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하며 지난 3월 25일(수)부터 시행됐다.

  민식이법은 세부적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2건의 법안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과속단속카메라, 신호등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어린이 보호 안내표지판 △과속방지턱 △울타리 등의 안전시설이 의무적으로 설치돼야 한다. 다음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속도 30km를 초과하거나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시 상해의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처벌 수위를 강화해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취지로 제정됐다. 실제 국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비교적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4세 이하 보행자 10만 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0.54명으로 OECD 평균 0.23명과 비교해 2배가 넘는다. 

  민식이법 처벌 수위 논란 일어 

  민식이법 시행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민식이법의 처벌 수위가 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물론 민식이법 이전에도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해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됐다. 12대 중과실 교통사고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무면허 운전 등이 있으며, 이에 해당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민식이법에서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됐다. 이에 지난 3월 23일(월) 민식이법 시행 이틀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식이 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청원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의 어린이 사고를 막기 위한 취지로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횡단보도 신호기 설치 △불법주차 금지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반대하며 조속히 개정을 청원했다. 

  청원 내용을 살펴보면 청원자는 먼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이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 사고의 경우 받을 형량이 ‘윤창호법’ 내의 음주운전 사망 가해자와 형량이 같다”며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로 간주하는 것과 순수과실 범죄가 같은 선상에서 처벌 형량을 받는다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답은 법안으로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이어 청원자는 “물론 민식이법에 따르면 운전자의 과실이 0%이면 처벌받지 않지만 2018년 보험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운전자 과실이 20% 미만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0.5%밖에 되지 않는다”며 “어린이 교통사고의 원인 중 보행자의 횡단보도 위반이 매우 높은데 아이들의 돌발 행동을 운전자가 무조건 예방하고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부당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마지막으로 해당 법안은 입법권 남용과 여론몰이가 불러온 엉터리 법안”이라며 “모든 운전자를 해당 범죄의 잠재적 가해자로 만드는 꼴이며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가야 하는 운전자에게 극심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2일(수) 마감됐으며 354,857명의 동의를 얻으며 청와대 답변기준을 충족했고 현재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월 23일(월) 올라온 민식이법 반대 국민청원 게시글.
지난 3월 23일(월) 올라온 민식이법 반대 국민청원 게시글.

  일부 틀린 주장들도 제기돼 

  그러나 민식이법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사실과 다른 주장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민식이법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난 사고를 무조건 가중처벌 하는 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는 “운전하다가 특정 지역에 가서 사고를 내 사망이 나면 무조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서는 “민식이법이 통과되면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가중처벌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서 검증한 내용에 따르면 ‘민식이법’ 적용 대상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 30km/h를 초과하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13세 미만 어린이를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다. 따라서 민식이법이 통과되면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가중처벌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물론 ‘안전운전 의무’ 준수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해 논란이 여전히 있다. 그러나 김용재 교통전문변호사는 “과거부터 법원은 ‘안전운전 의무’에 대해 운전자가 사고가 일어날 것은 예측할 수 있었는지, 피할 수 있었는지 등 일정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따라서 도저히 운전자가 이것은 예측도 할 수 없었고, 피할 수도 없었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하면 운전자는 무과실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통전문변호사는 “실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운행을 하다가 무단횡단을 하는 아이를 치어 상해를 입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아이가 무단횡단을 할 것이라고 운전자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고, 또 이미 발견했을 시간이 너무 촉박해 사고를 피할 수가 없다며 무죄 판결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법무법인 L&L 정경일 변호사는 억울한 운전자를 보호할 방안도 마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교통사고처리법 등 다른 법률을 적용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등 억울한 운전자를 보호하는 방안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어린이 생명, 안전과 비교했을 때 형벌 비례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아이가 튀어나올 것을 염두에 두고 좌우를 보고 운전하고 제한속도를 준수하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주장했다.

 

  현재 시행 한 달 째 우려와 기대 공존해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법안의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경찰 측에서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건수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월)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민식이법 시행된 3월 25일(수)부터 4월 30일(목)까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건 발생했던 것에 비해 약 58%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기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 부상 사고 역시 2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명 발생했던 것보다 약 54%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 경찰청장은 “민식이법이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준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코로나19로 인해 초·중·고등학생들의 개학이 연기된 것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 3~4월은 초등학교 개학이 연기됐기 때문에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비교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식이법에 반발하는 여론에 따라 국회에서는 법안 수정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미래통합당 이명수 의원은 “민식이법의 부작용 등을 살펴본 뒤 21대 국회에서 처벌과 관련한 개정안을 발의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식이법을 제정을 요구했던 故 김민식 어린이의 부모는 “세부 사항은 국회에서 논의하고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며 “법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해도 좋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부모는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자는 것이었고, 아이들 지켜주자고 만들어진 법”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보호구역 환경개선도 필요 

  단순히 처벌 강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스쿨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강상욱 박사는 “사전예방도 중요한데 사후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다 보니 편법이 나오고 실질적인 효과도 떨어진다”며 “어린이보호구역 환경 특성, 차량 흐름 등을 고려해 법이 잘 실행될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의 경우 어린이보호구역의 환경에 대한 제재도 강하다. 독일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보행자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걸어갈 수 있도록 신호 체계를 설정하고, 보행 신호가 끝난 뒤 야간의 간격을 두고 차량 진입 신호를 보낸다. 스웨덴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예 차량 진입을 차단하고 있기도 하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