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뽑는 지난 4·15 총선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대부분이 봉쇄·격리의 마비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치러진 예외적 선거였기 때문이다. 언론에 의하면 총선으로 인해 발생한 코로나 확진 사례는 전무하다. 게다가 투표율도 66%로 평소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으니 K-방역과 시민의식의 성과를 대변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불편한 현실을 품고 있다. 위성 정당이라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꼼수 전략이 난무한 선거였기 때문이다. 위성 정당이란 원래 일당 독재 체제에서 다당제 민주주의를 가장하기 위해 만든 세력들을 가리킨다. 2020년 총선으로 한국 정치는 위성 정당의 새로운 정의를 만들었다. 민주주의에서 더 많은 의석을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선거용 가짜 정치 집단이라는 정의 말이다.

  한국의 21대 총선은 마스크에 비닐장갑, 손 소독의 추억만 남긴 것이 아니다. 세계 선거의 역사에 남을 만한 진풍경을 선사했다. 순진한 외계인이 한국에 투표하러 왔다면 왜 한편에서는 숫자가 1로 시작하는데, 다른 편에서는 3부터 시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똑똑한 한국 시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복잡한 제도를 확실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고차원 선거 방정식을 만든 이유는 딱 하나다. 거대 여당과 야당이 독점하는 의회에 소수 정치 세력이 진출하여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한다는 의도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만든 규칙이라고 할지라도 선수들이 존중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보여준 편법의 추태는 이들이 법의 정신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양심조차 부재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물론 정치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다. 두 거대 정당은 승리를 위한 정치세력의 노력은 당연한 의무라며 불법은 아니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편법과 꼼수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여당의 경우 10석, 그리고 야당의 경우 2석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에 압승을 거둔 여당은 지역구 의석만 163석으로 이미 국회 과반을 넘겼으니 추가로 얻은 10석은 거대여당 탄생에만 기여한 셈이다. 욕심이 과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치는 권력 투쟁이지만 동시에 나라의 기둥이자 거울이다. 특히 민주주의에서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한 정치는 단기적으로 달콤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둥의 뿌리를 좀먹는 해악이다. 집권당과 대표 야당이 위성 정당으로 선거를 치르면서 어떻게 국민의 가짜와 위장과 편법을 막을 수 있겠는가. “우리 편이 이긴다면 거짓도 괜찮다”는 정치 세력의 유혹에 우리는 너무 관대했던 것은 아닐까. 진보나 보수의 정치 성향을 떠나 심각하게 고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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