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애청하고 있다. 당연히 16부작 정도는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12부작이라는 사실을 방금 접하고 세상을 잃은 것 같은 슬픔에 잠겼다. 작가들은 드라마를 위해 의대생처럼 공부했고, 담당 PD는 방송이 끝나면 작가들을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시켜야 하나 고민된다고 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작가들의 노력 덕분에 인기 드라마가 탄생했다.

  자기소개서도 글이다. 훌륭한 문장력을 갖췄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기 위한 자료수집 과정과 글을 구성하기 위한 소재의 선정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오히려 자기소개서는 드라마와 같은 감성적인 글이 아니기 때문에, 문장력이 부족하더라도 자료수집과 소재 선정을 잘했다면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주제-소재-구성-표현의 작성 단계

  이것은 자기소개서뿐만 아니라 여러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작성법이다. 주제를 이해하고, 주제에 맞는 소재를 선정하고, 읽기 쉽도록 글을 구성하고, 글맵시를 위해 표현을 다듬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와 소재의 매칭’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이를 간과하고 세부적인 표현을 수정하기에 급급하다.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애초에 재료가 부실하다면 좋은 요리를 만들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주제-소재의 매칭

  자기소개서의 주제는 항목이다.  우선 이 항목에서 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원 기업을 둘러싼 내‧외부 산업 환경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 그래서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적합한 인재임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한다.

  우선 소재를 정리한 후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나의 연대기를 작성해보자. 학교 입학이나 인턴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적은 다음, 세부적인 사건을 채워나가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에 쓸 만한 것을 뽑아 [경험/상황, 역할, 행동, 행동 이유, 결과, 느낀 점, 관련 역량]순으로 경험DB를 정리하면 된다. 그렇다면 어떤 소재가 좋은 소재일까?

  직무역량과 조직역량의 구분

  팀플을 위한 팀원을 뽑는다고 생각해보면 쉽다. 여러분이 팀장이라면 어떤 팀원을 뽑을 것인가? PPT 장인, 발표능력자 등을 뽑을 것이다. 이것이 직무역량이다. 전부다 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중에 하나 정도는 잘해야 팀원으로 우선적으로 뽑힐 것이다.

  직무역량만 갖추면 되는가? 그렇지 않다. 발표가 아나운서 수준이고 PPT 장인이라 하더라도 우리 팀원과 마찰이 있거나 성격이 모난 사람이면 팀원으로 뽑기가 꺼려진다. 이것이 조직역량이다. 직무역량과의 차이점이 느껴지는가? 직무역량은 여러 가지 중에 1~2개를 강점으로 갖추면 되는 것이고, 조직역량은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나의 강점인 직무역량과 조직역량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소재가 좋은 소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주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주제와 소재가 매칭되는 것이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구분

  이력서는 기본적으로 정량평가를 위한 서류이다. 양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학점, 어학점수, 자격증 등으로 평가한다. 자기소개서는 이와 달리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서류이다. 예를 들어, 이력서에 적은 ‘인턴 경험’은 정량적으로 ‘직무경험 및 적합성 +1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에 서술한 ‘인턴 경험’은 어떤 행동을 통해 무엇은 배웠는지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진다. ‘과거에 이렇게 행동했던 사람이니, 우리 기업에 입사해서도 어떤 문제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겠구나.’를 예측하고자 함이다. 이를 위해 위에서 작성한 경험DB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자기소개서에 담아야 한다. 혹시 자기소개서를 이력 나열식으로 작성하고 있었다면, 지금 바로 경험DB부터 만들자.

  지면이 부족하다

  자기소개서에 대해서 다 적으려면 성경 두께 정도의 지면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주제-소재에 대해서만 다뤘다.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진다면, 숭실인을 위한 무료특강을 준비해서 아쉬움을 달래보겠다. 그 소식은 숭대시보를 통해 알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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