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 저 / 양윤옥 역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 저 / 양윤옥 역

  만약 죽음이 확정되어 있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사쿠라는 췌장에 걸린 불치병을 가족을 제외한 주변에 모두 숨기고 자신의 병과 삶에 관한 책을 쓰면서 살아가는 소녀다. 그런 사쿠라의 책 ‘공병문고’를 주인공은 어느날 우연히 보게 되고 그로 인해 둘의 관계는 시작된다.

  의미 있는 시간이란 무엇일까? 사쿠라에게 주인공은 질문한다. 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냐고 너의 친한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고 묻는다. 사쿠라는 그런 주인공에게 말한다. 어떤 시간을 보내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그 시간이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고,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그런 시간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삶에서 소중한 것은 무언가를 하는가보다 누군가와 하는가이고 또한 어떤 일을 하든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이다. 

  주인공은 사쿠라와의 만남을 통해 관계의 즐거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기쁨을 알게 된다.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요즘 사회를 보면 사랑보다는 혐오가 만연하다는 것을 느낀다. 인터넷에서는 누군가를 향한 수많은 비방과 혐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쿠라가 이런 사회를 봤다면 참 안타까울 것이다. 사쿠라는 얼마 남지 않는 삶을 부정하고 혐오하기보다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택했다. 우리 사회도 혐오보단 사랑을 선택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라는 식상한 클리셰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뻔하지 않은 제목과 결말 그리고 삶에 관한 사쿠라의 여러 생각들에 의해 상당히 참신한 작품이 되었다. 봄이 끝나가고 여름이 다가오는 이때 달달하면서도 애절한 일본 특유의 절제된 감성이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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