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SNS에서 ‘르르르 꼰대 테스트’가 큰 화제였다. 48문항의 답을 입력하면 8가지의 꼰대 유형 중 본인이 어디에 속하는지, 1부터 5까지의 꼰대 레벨 중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있는 간단한 테스트이다. 이 테스트는 자신의 꼰대 유형 뿐 아니라, 다른 꼰대 유형에 대처하는 법, 내 안의 꼰대 심리를 잠재우는 법 등의 대안까지 알려준다. 꼰대 레벨이 높게 나온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것도 남들에게 꼰대 테스트를 권유하는 이유다. 이미 17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이 테스트는 요즘 SNS를 사용하는 20-30대들이 꼰대가 되는 것을 얼마나 걱정하는지 보여준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 혹은 선생님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나 때는 이랬다’며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의미 그대로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들을 비하하는 데 사용되는 단어다. 4차 산업혁명, SNS의 발달로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과거의 규율을 따르라고 하는 건 반항심만 부추길 뿐이니, 이러한 늙은이를 비하하는 표현이 널리 쓰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른바 ‘꼰대들의 세상’에서 자라나다 보니, 지금의 2~30대들은 자신도 모르게 저런 어른이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는 맘에 들지 않는 말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꼰대 취급하는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근무시간에 지각을 하지 말자”, “출근 시에 인사는 하자” 같은 당연한 말들도 꼰대들이 하는 말이 되어가고 있다. 싫은 소리는 듣지 않으면서 자신의 입맛대로 세상을 판단하고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자 옳은 말도 꼰대 소리를 들을까 봐 자제하는 상황들이 생긴다.

  그러나 서점의 자기 계발서 코너에는 여전히 새로운 책들이 등장하고, 유튜브에는 ‘50대가 말하는 20대에 후회하는 일’같은 영상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탈무드 같은 옛 고전들은 몇백 년 전 살았던 꼰대들의 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읽힌다. 조언이 필요한 누군가는 언제나 존재하고, 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찾는 것은 관련 경험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꼰대는 존재해야 한다. 나이를 먹으면 경험이 쌓인다. 그리고 축적된 경험들은 자신보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좋은 마음으로 승화된다. 꼰대는 무조건 기피하고 외면해야 할 적(敵)이 아니다. 이유 없이 무조건적으로 과거의 관습을 강요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가 지향점은 아랫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말을 해주는 꼰대이지,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일념 하나로 모든 일들을 방관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왕 꼰대가 되어야 한다면, 괜찮은 꼰대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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