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2015) - 진정 마음 속에서 바라는 것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2015) - 진정 마음 속에서 바라는 것
  • 이지은 교수 (법학과)
  • 승인 2020.05.18 14:23
  • 호수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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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법은 구속이 아니라 자유를 위해 존재한다. 근대사법은 개인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 판단하고 그가 원하는 바를 표시하여 자유롭게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을 원하고 표시하는 것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영화 『인사이드아웃』은 사람의 생각과 감정, 욕망이 겉으로 드러나는 과정을 다채롭게 시각적으로 구현하여 보여준다. 주인공 소녀(라일리)의 머리에는 기쁨(joy), 슬픔(sadness), 버럭(anger), 까칠(disgust), 소심(fear)이라는 감정이 살고 있다. 이 다섯 감정은 본부에서 조종간을 앞에 두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싸우기도 하는데, 조종버튼을 최종적으로 누르면 라일리는 그에 따른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민법상 의사표시는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원하는 意思를 외부에 보이는 행위이다. 어떤 동기에 의하여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효과의사)를 결정한 후 그것이 표시의사에 매개되어 일정한 행위가 되어 외부에 나타나면(표시행위) 표의자가 꾀한 사법상의 효과를 법률이 인정하고 그의 달성에 조력한다(효과의사의 내용은 법이 법률효과를 줄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어야 하므로 도의적, 종교적, 사교적인 내용은 배제된다). 영화에서 소녀가 피자를 돈을 내고 사겠다는 의사(효과의사)를 갖고 점원에게 그러한 주문을 하면(표시행위) 법적으로 의미 있는 의사표시(매매계약의 청약)가 된다. 하지만 마지못해 산 브로콜리 피자는 소녀가 원치 않았는데 억지로 해야 했던 기억으로 남는다. 

  표시행위에 대한 眞意가 없다는 것, 즉 의사(내심적 효과의사)와 표시(표시상의 효과의사)가 일치하지 않음을 자각하고 하는 의사표시를 진의 아닌 의사표시 또는 非眞意表示라고 한다. 비진의표시는 표시된 대로 효력이 생기는 것이 원칙이지만(민법 제107조 1항 본문) 상대방이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표의자의 진의를 존중하여 의사표시는 무효가 된다(제107조 제1항 단서). 그런데 여기서 ‘진의’는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려는 표의자의 생각을 의미할 뿐 표의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의사표시의 내용을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않았더라도 당시 상황에서 그것을 최선이라 판단하여 의사표시를 했다면 비진의표시가 아니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34475 판결 등). 

  소녀는 사실 브로콜리를 싫어했지만 가게에서 나오기보다는 그대로 브로콜리 피자를 사겠다고 판단하여 의사표시를 했으므로 이것은 비진의표시가 아니다. 그래서 점원이 소녀의 마음을 알았느냐 여부를 따질 것도 없이 주문은 유효하다. 진정 마음속에서 바라는 것은 소녀의 머릿속 감정들의 다툼을 계속 보아야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감정이 조종간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결정이 효과의사이며, 버튼을 눌러 나오는 태도가 표시행위이다. 감정들의 의견 대립, 기억 구슬을 둘러싼 길고 긴 이야기들은 여기에서 중요하지 않다. 소녀의 마음은 언제나 하키를 사랑하고 고향을 그리워하지만 현실에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스틱을 집어던지고 그만두겠다고 내뱉는 그 순간이다. 결국 우리를 구속하는 것은 법 자체가 아니라 의사표시, 즉 외부에 드러나는 우리의 말과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 심리학자에게 자문을 구하고 만들어졌다는 이 영화에는 흥미로운 은유가 많이 등장한다. 어릴 때는 기쁨이 가장 크지만 어른은 감정의 크기가 비슷하다는 것. 유사한 기억이 섬이 되어 인격을 형성하는 것. 마음 깊숙한 곳에 핵심기억이 저장되어 있는 것. 특히 어떤 기억이 핵심기억이 될지는 본체의 의지로 결정할 수 없으며 기억구슬의 색이 사춘기를 기점으로 단색에서 울긋불긋한 색으로 변한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내 감정 본부의 조종간은 누가 쥐고 있을까?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심이나 까칠이 중앙에 있어야 적절한 의사표시로서 원만한 사회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소녀의 머릿속 감정들은 모두 행복을 추구하지만, 어른은 다를 것이다.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는’ 어른이라면 기쁨이나 슬픔은 전면에 나서지 말고 핵심기억이나 잘 관리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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