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 통과, 실효성·역차별 해결해야
n번방 방지법 통과, 실효성·역차별 해결해야
  • 민병헌 기자
  • 승인 2020.05.27 13:40
  • 호수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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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번방 방지법’이 지난달 29일(수)과 지난 20일(수) 두 차례에 걸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n번방은 텔레그램 내 성 착취물이 공유되던 대화방으로, 해당 대화방의 존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국민들은 n번방 운영자 및 공범자의 신상정보 공개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고 경찰은 이러한 요구에 따라 관련 용의자들의 신상을 공개했다. n번방 방지법은 이러한 범죄를 방지하고자 제정된 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적 자유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실제 범죄에 사용된 텔레그램에 대한 제재는 제외돼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n번방은 어떤 곳인가 

  n번방 사건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을 이용한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성 착취 사건으로, ‘n번방’은 성인과 미성년자의 성 착취물을 공유 및 판매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말한다.

  n번방의 운영자는 피해자들을 협박해 피해자가 본인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게 했으며,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성 착취물이 대화방에서 공유됐다.

  이러한 성 착취물의 공유는 지난해 2월부터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n번방에서 공유된 성 착취물은 3천 개 이상이며, 이로 인한 피해자 수는 50명 이상에 달했다.

  n번방에서 파생된 다른 성 착취물 공유 및 판매 대화방인 ‘박사방’도 있다. 박사방은 지난해 9월부터 운영됐다. 경찰은 1만 5천 개의 박사방 참여자 닉네임을 확보했으며, 현재까지 25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좌)과 ‘n번방’ 운영자 문형욱(우)이 포토라인에 섰다. 자료: 연합뉴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좌)과 ‘n번방’ 운영자 문형욱(우)이 포토라인에 섰다. 자료: 연합뉴스

  n번방 존재 알려지자 대중 분노 
  청와대 국민청원 최다 인원 동의해 

  해당 사건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지난 1월 15일(수)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으며, 지난 2월 10일(월) 동의자 10만 명을 달성했다. 해당 청원은 경찰의 국제공조수사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요구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지난 1월 10일(금) 처음 실시됐다. 이번 청원은 국회 국민동원청원 시행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의 동의를 받은 청원이다. 이에 제20대 국회 문희상 국회의장은 “10만 국민의 목소리에 응답할 때”라며 “국민의 목소리가 실질적인 입법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3월 18일(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은 성 착취물이 공유된 채팅방 운영자의 신상 공개를 요청했으며, 게시 5일 만에 220만 명의 역대 최다 동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23일(월) “경찰은 해당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이례적으로 청원 마감 전 답변을 내놓았다. 지난 3월 24일(화) 경찰청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민들의 요구에 어긋나지 않게 불법행위자를 엄정 사법처리하고 신상공개도 검토하는 등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여성가족부 이정옥 장관은 “국민 법감정에 맞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해 경찰 수사 및 처벌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경찰은 n번방과 박사방 운영자 및 공범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지난 3월 16일(월) 검거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이 지난 3월 18일(수) 공개됐다. 조 씨의 경우는 성폭력처벌법을 위반한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다. 조 씨를 시작으로 지난달 3일(금) 검거된 조 씨의 공범 이원호와 지난달 9일(목) 검거된 강훈의 신상도 차례로 공개됐다. 지난 11일(월) 검거된 n번방 운영자인 문형욱도 지난 13일(수) 신상이 공개됐다.

지난 3월 18일(수) 올라온 n번방 사건 용의자 신상공개 국민청원 게시글
지난 3월 18일(수) 올라온 n번방 사건 용의자 신상공개 국민청원 게시글

 

  n번방 이용자, 강한 처벌은 어려워 

  n번방과 박사방의 운영자 및 관련자들이 검거되자, 이들의 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박사방 운영자인 조 씨의 경우 △강제추행 △아동·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위반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등 7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n번방 운영자인 문 씨 또한 아청법 위반 등 9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20일(수) 성 착취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기존 판례보다 높게 설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의 처벌 수위는 높을 전망이다. 또한 대검찰청은 채팅방 운영자는 징역 15년 이상에서 무기징역까지 구형하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n번방·박사방의 이용자들에 대한 처벌도 이뤄질 전망이다. 텔레그램은 시스템상 사진이나 영상을 확인할 때 파일이 자동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음란물 소지죄가 적용될 수 있다. 법무법인(유) 원 김민후 변호사는 “개별 행위자들의 가담 정도가 특정될 경우 청소년 음란물 유포행위로 볼 수 있다”며 “참여자의 요구가 반영된 동영상이 촬영됐을 경우 음란물을 제작한 것으로 아청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검거되더라도 높은 수위의 처벌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성년자 성 착취물 소지가 인정될 경우 아청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온세상’ 김재련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자를 검거해도 법원이 집행유예·선고유예를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단기로라도 실형을 선고해야 음란물을 소지하거나 관람한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번방 방지법, 실효성 있나 

  이에 따라 성범죄 처벌·기준 강화 및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해 법 개정이 이뤄졌다. n번방 방지법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형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등의 개정안이 포함된 법이다.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과 형법 개정안은 지난달 29일(수),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은 지난 20일(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경우 불법 성적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 △구입 △저장 △시청한 사람을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기존에는 △판매 △임대 △제공한 자가 처벌 대상이었으나, 해당 법이 개정되면서 단순 소지자 또한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형법 개정안에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방 기준이 엄격해졌다. 기존에는 피해자의 연령이 13세 미만, 가해자의 연령이 19세 이상일 때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또는 추행으로 인정됐다. 개정 이후에는 피해자 연령 기준이 13세에서 16세로 높아져 처벌 기준이 강화됐다. 또한, 카카오, 네이버 등 인터넷 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 등의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의무와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했다. 이외에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는 인터넷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 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n번방 방지법은 과잉 규제라는 논란이 일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번 n번방 방지법 통과에 대해 “불법 촬영물에 대한 관리 의무 때문에 개인 SNS나 비공개 블로그를 검열해야 할 가능성 있다”며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에는 개인 간 사적 대화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텔레그램에 대한 제재가 불확실한 개정안에 대해 국내 업체들은 해당 법안이 역차별이라며 비판했다. 인터넷기업협회는 “불법 촬영물 유통방지 의무 조항의 경우 n번방 사건의 통로인 텔레그램에 대한 집행력 없이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만 증가하고 있다”며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규제만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개정된 법안을 해외 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에 행정적인 집행력이 작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한 텔레그램은 서버나 본사의 소재지가 불명확해 해당 법안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도 국내에 영향을 미칠 경우 관련법을 적용하는 역외 규정 조항이 신설됐다.

  지난달 29일(수) 개정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형법은 지난 19일(화)부터 시행됐다. 지난 20일(수)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의 경우 방통위에서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최성호 사무처장은 “사업자들과 충분히 협의 과정을 거쳐 법이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사생활 침해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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