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저
『눈먼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저

 

  백색 실명, 원인과 경로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했다. 그 중 단 한 사람만이 눈이 멀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장님을 자처하고 자신의 의지로 격리 수용시설로 들어간 의사의 아내이다.

  정부는 발병 초기에 싹을 잘라야 한다는 명목으로 발병자들을 정신병원에 격리시킨다. 이것은 공동체를 위한 합리적 조치이며, 이후 어떠한 책임도 군에 없다고 말한다. 책임을 지지 않는 지도자에게 어떠한 권력이 있을 수 있는가? 심지어 사회를 더 타락하게 하는 것은 정부와 군인의 통제가 아닌, 약자들의 사회에서 다시 생겨난 지배와 착취의 문화였다. 수용시설에 총을 들고 온 깡패 두목은 왕처럼 군림하였고, 여자들을 상납하지 않으면 약탈한 음식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생존 앞에서 인간들은 쉽게 이기적으로 변한다. 도덕에 대한 존경심은 조금도 없었으며, 사랑과 희생과 같은 가치들은 오직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에서는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리더를 뽑는다. 직업, 나이, 지위를 포함해 지금껏 인간에게 중요하게 여겨진 요소들은 실명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그러나 사람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이타적으로 행동한 의사와 의사의 아내가 지도자가 되는 것에는 마땅히 동의한다. 이후 소설 속 노파는 홀로 남기를 원했다. 그러나 막상 사람들이 떠났을 때 기뻐해야 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이 계속 살고 싶은 이유가 있는지 물어봤다. 

  혼자서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허물 좋은 껍데기만 남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의 ‘인간다움’이다. 우리는 이것을 눈이 멀고 나서야 볼 수 있었다.

  당장의 육체적 욕구 앞에 인간이길 포기하고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은 생존이 아니라, 인간다움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이다. 작가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도 모른척하라고 가르치는 우리 시대에, ‘책을 읽는 눈 뜬 우리’가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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