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태원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교육부는 결국 등교를 연기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수그러들지 않아 학교들이 개학을 지속적으로 연기하자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9월 학기제 도입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9월 학기제는 초·중·고교와 대학의 1학기를 3월이 아닌 9월에 시작하는 제도로, 이미 세계 주요 나라들이 실시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봄 학기 개학을 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9월 학기제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반대 여론 역시 상당하다. 9월 학기제 전환에 소요되는 재정적·경제적 비용은 물론 특정 학기의 학생 수 증가나 교원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9월 학기제 도입하자는 목소리 등장해

  지난 14일(목)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경기도교육청 이재정 교육감은 “교육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등교를 앞둔 상황이 우려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9월 학기제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이 학습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면, 이번 학기를 9월 학기제처럼 시작하되 법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개정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도 이러한 9월 학기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9월 학기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9월 학기제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모두 9월부터 새 학기를 시작하는 제도를 말한다. 9월 학기제는 일반적으로 1학기가 9월에 시작돼 1월 초에 종료되고 2학기는 1월 말에서 2월 초에 시작돼 5월 말에서 6월 초에 종료된다. 이러한 9월 학기제는 학령기 인구가 감소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교환학생들의 국내외 교류가 활성화되는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이 검토됐다.

 

  우리나라 학기제 역사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우리나라 학교의 새 학기를 4월에 시작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러다 1945년 광복 직후엔 미군정에 의해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9월 학기제를 실시했다.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는 학사일정을 매년 한 달씩 앞당겨 1953년에는 4월에 새 학기를 시작했다. 이후 1961년 박정희 정부가 출범하면서 현재와 같은 3월 학기제가 처음으로 정착됐다. 

  박정희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학기제 개편에 대한 의견은 나왔으나 실제로 실현되지는 않았다. 1997년 이승만 정부에서 교육개혁위원회가 처음으로 9월 학기제의 정책 추진을 공론화했으나 결국 불발됐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도 학년제 개편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9월 학기제가 검토됐으나 이뤄지지 않았으며,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도 선진국과 학기 시작을 맞추자며 9월 학기제가 제안됐으나 마찬가지로 실행되지 못했다. 역대 정부 대부분 9월 학기제 시행을 검토했으나 막대한 비용 문제가 쟁점이 되며 결국 불발됐다.

 

  대부분 국가 9월 학기제 시행
  일본도 변경 검토 중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반구에 위치해 계절이 반대인 호주를 제외하고 한국과 일본만이 봄에 새 학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는 9월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학이 미뤄지며 9월 학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신문들이 18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학과 입학 시기를 기존 4월에서 9월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에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9월 학기제 전환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부정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일본 자유민주당 참의원 세코 히로시게 간사장은 “사회적으로 감내할 수 있겠느냐”며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현재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집행을 전제로 올여름 안에 9월 학기제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9월 학기제 도입 찬성, 해외 유입에 유리해

  9월 학기제를 찬성하는 이유는 다른 대부분의 국가들과 학기가 일치해 교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입장이 있다. 한국 학생이 해외로 유학을 하러 가거나 외국인 학생이 국내로 유학올 경우 기존 3월 학기제에서는 새 학기 시작 시기가 달라 6개월간의 공백이 생겼다. 

  그러나 9월 학기제를 도입하게 되면 새 학기 시작 시기가 일치하게 돼 그러한 공백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따라 9월 학기제를 도입하게 되면 외국의 △우수한 교수 △연구자 △유학생 유입에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9월 학기제를 시행하면 여름방학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길어진 여름방학을 활용해 학생들의 외부 체험활동을 장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외대 교육학 김용련 교수는 “수능이 끝난 이후의 12월부터 2월까지 새 학기 이전 시기는 학교에서 사실상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수업결손이 굉장히 심하다”며 “9월 학기로 전환해서 장기간 여름방학을 가지는 것이 학업 관리나 학사 운영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학생의 신체 발달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취학연령을 6개월가량 앞당긴다면 사회 진출도 빨라져 생산인구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9월 학기제 도입 반대, 천문학적 비용 소모

  반면, 2014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9월 학기제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문제 제기도 있다. 

  대표적으로 9월 학기제 전환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재정적 소요가 크다. △입학 및 졸업 △입시방식과 절차 △기업의 고용 시기 △행정고시 등 정부의 각종 시험 시기 변화도 수반되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선 보고서에 따르면 각종 사회적 혼란 비용으로 약 8조~10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교육학과 배상훈 교수는 “9월 학기제는 교육 제도뿐만 아니라 관련 법제, 정부 정책 시스템 등 모두 바꿔야 해 사회 저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정부가 지금 와서 추진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교육부도 9월 학기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 개학으로 학사 일정을 게시했기 때문이다. 등교만 하지 않았을 뿐, 각급 학교가 지난달 9일(목)부터 순차적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우리는 이미 개학을 했고, 원격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9월 학기제에 대한 검토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가능한 등교수업을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9월 학기제가 과연 도입될까

  지난 17일(일) 국회 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가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 의뢰로 분석한 ‘9월 학기제 도입에 따른 재정 소요’에 따르면 정부가 이를 도입할 경우 약 446억 원에서 3조 8,098억 원이 필요하다는 국회 추계가 나왔다. 

  이번 국회 예정처 분석에서 9월 신학기제 도입 방안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과정을 일괄적으로 6개월 단축하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교육 기간을 6개월 앞당겨 종료한 뒤, 9월부터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게 하는 방식이다.

  국회 예정처는 이 경우 2년 동안 교육과정 개편 등을 준비하면 2023년에 9월 학기제 도입이 가능하며 교과서 개발비와 검정 심사 등 비용으로 446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두 번째는 오는 2021학년도 9월에 초등학교 신입생을 추가로 뽑는 방법이다. 입학 예정 학생들을 6개월 앞당겨 입학시켜 9월 학기제를 시작하고, 이 학생들이 고교 3학년이 되는 2033년에 모든 학년 9월 학기제가 완성되는 식이다. 이 경우는 13년간 총 3조 8,098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올해 바로 9월 학기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 변화에  따라 △대학 입시 △기업 채용 시기 △자격증·공무원 시험 수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에 따른 손익을 계산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도 9월 학기제 도입에 찬반의 의견으로 갈리지만 지금 시기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9월 학기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동국대 교육학과 조상식 교수도 “9월 학기제의 정책 효과와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해서 추진하는 게 아니라, 감염병 때문에 학사 일정을 9월로 옮기는 것은 정책적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법령 정비와 충분한 시범운영을 통한 단계적 도입이 필요한데 코로나19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도입은 어렵다는 것이다.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는 “혼란 속에서 제도까지 바꾸게 되면 문제 상당하다”며 “충분히 논의 없이 추진하는 것은 교육학자들이 보기엔 정치적인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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