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목)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등교개학을 늦춰달라는 청원. 지난 23일(토) 기준 8만 5천여 명의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지난 21일(목)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등교개학을 늦춰달라는 청원. 지난 23일(토) 기준 8만 5천여 명의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순차적으로 등교 개학할까

지난 20일(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됐다. 그러나 등교 개학 첫날부터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등교 개학을 다시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수) 등교 첫날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인천광역시교육청은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인천 내 66개 학교에 등교한 학생 전원을 귀가 조치시켰으며, 지난 한 주 동안 비대면 수업 체제로 진행했다. 또한 지난 21일(목)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기숙사가 폐쇄되고 3학년 전원이 귀가 조치되기도 했다.

  이처럼 등교 개학 이후 일부 학생에게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하자 등교 개학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역·학교 별 여건에 따라 △지정좌석제 △가림막 설치 △책상 재배치 △분반을 통한 미러링 동시 수업 △격일·격주제 등교 방안 등을 제시 하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또한 발열 호흡기 증상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자 관리도 강화했다. 등교 전 모든 학생은 온라인 자가진단시스템을 활용해 코로나19 감염상태를 진단하여 등교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검사를 통해 ‘등교중지’ 판정을 받으면 인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진료와 검사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현장 인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방침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 합회 신현욱 정책본부장은 “미러링 수업만해도 하나의 반을 둘로 나눠 시행해야 하는 데 공간과 교육 인력 모두 2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등교 개학 이후인 지난 21일(목)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등교 개학은 누굴 위한 것입니까?’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 다. 자신이 현직 고등학교 보건교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등교 개학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정부 방침의 실효성을 비판했다. 청원인은 “학생들이 온라인 자가진단시스템을 전혀 하지 않으며 자가진단 문항에는 △구토 △설사 △매스꺼움 같이 흔한 증상들이 명시돼있고 만약 학생들이 체크했다면 등교 중지를 하라고 한다“며 자가진단시스템에 실효성을 비판했다. 이어 청원인은 “보건 교사들은 감염병 책임자로 홀로 싸우고 있다” 며 인력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23일(토) 기준으로 약 8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실제 보건 인력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수) 기준으로 전국 1만 1,943개 학교 가운데 보건교사가 없는 곳은 1,741곳이나 됐다. 교육부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파견을 통해 인력을 충원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국보건교사회 김선아 부회장은 “추가로 배치된 보건인력이 한 학교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고 돌아가며 근무를 한다”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간호조무사를 임시방편으로 배치하는 것도 불안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역예산 확보의 문제도 제기됐다. 정부는 이번에 900억 원가량에 예산을 투입해 매일 학교소독을 진행하며, 교실에 △손 세정제 △열화상 카메라 설치 △마스크 △ 체온계 등 방역물품을 학교 차원에서 구비 했다. 그러나 정의당 송경원 정책위원은 “유치원을 포함해 전국 학교가 2만 곳이 넘는데, 학교당 약 500만 원가량의 예산으로 학교 방역을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는 27일(수)부터 예정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순차적 등교 개학은 더 이상 미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오는 27일(수)에 예정돼있는 등교 시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목) 교육부 박백범 차관은 고등학교 3학년 이후 순차 등교에 대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교육부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도 상황에 따라 등교를 중지 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교육부 이상수 교육과정정책관은 “학교 안에서 확진자가 나와야 중지하는 것이 교육부의 원칙이지만, 확진 사례가 아니라도 위험이 있다면 학교와 교육부와 방역당국 등이 협의를 통해 등교를 중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순차 등교 일정은 △5월 27일(수):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1·2 학년, 유치원 △6월 3일(수):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3·4학년 △6월 8일(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6학년 순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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