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리얼돌 수입을 허가하는 판결이 내려진 후 리얼돌과 관련된 사업과 리얼돌 사용 및 유통을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동시에 이뤄졌다. 현재 리얼돌을 활용한 사업은 증가하고 있지만, 리얼돌에 관한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FC서울이 리얼돌과 관련된 논란을 일으키면서 리얼돌 규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FC서울 홈 경기장에 마네킹과 리얼돌이 배치돼있다.자료: 연합뉴스
FC서울 홈 경기장에 마네킹과 리얼돌이 배치돼있다. 자료: 연합뉴스

  FC서울, 관중석에 리얼돌 배치해

  지난달 17일(일) FC서울은 홈 경기장 관중석에 마네킹과 리얼돌을 배치해 선수들을 응원하는 피켓을 설치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은 경기장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것이 리얼돌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고, 확인 결과 리얼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20일(수) 상벌위원회를 열어 FC서울에 역대 최고 제재금인 1억 원의 징계를 내렸다. 이번 징계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리얼돌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성 상품화를 부추긴다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며 “리얼돌을 경기장에 전시한 것은 해서는 안 될 행위”라고 설명했다. FC서울은 징계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며, 리얼돌 확인을 소홀히 한 구단 업무 관련자들에게 대기 발령 등의 조치를 했다.

 

국내 리얼돌 제작팀 ‘TEAM4U’의 리얼돌 홍보다. 자료: TEAM4U
국내 리얼돌 제작팀 ‘TEAM4U’의 리얼돌 홍보다. 자료: TEAM4U

  리얼돌을 둘러싼 찬반 논란

  리얼돌은 사람의 실제 모습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진 인형이다. 일반적인 인형과 달리 리얼돌은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반면 리얼돌은 인격체가 아닌 단순 도구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18년 국내 리얼돌 제작 업체 ‘팀포유’가 리얼돌 홍보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적으로 진행했으며, 이로 인해 리얼돌 사용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졌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부터 리얼돌의 수입이 허가됐지만, 기존에는 리얼돌의 수입이 불가능해서 밀반입되거나 국내에서 제작된 리얼돌만 유통됐다. 국내 관세법에 따르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은 수·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리얼돌에 대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부대표는 “리얼돌이 자유롭게 유통되면 대상의 신체를 폄하하거나 상품화하는 게 당연시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반면 리얼돌 제작 업체 ‘부르르닷컴’ 이상진 대표는 “개인의 행동을 제약하려면 타인에 대한 명확한 침해가 있어야 하는데 리얼돌 자체는 특정인에게 피해를 주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특정 인물의 얼굴을 모방한 리얼돌이나 아동 형상 리얼돌을 판매한다는 홍보가 이뤄지면서 리얼돌 사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국내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가 지난해 8월 전국 14세 이상 남녀 4,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리얼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53.2%, 중립인 사람이 36.4%, 긍정적인 사람이 10.4%로,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과반수를 넘겼다. 하지만 현재까지 리얼돌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지난해에는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내 법규에 리얼돌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이를 제재하려면 재판 절차를 통해 사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8일(월) 올라온 리얼돌 수입 및 판매 반대 국민청원 게시글.
지난해 7월 8일(월) 올라온 리얼돌 수입 및 판매 반대 국민청원 게시글.

  법원, 리얼돌 수입 허가해

  지난해 6월, 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허가하면서, 리얼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2017년 인천세관은 리얼돌을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 판정해 ‘부르르닷컴’의 리얼돌 수입 허가를 보류했다. 관세법 제234조(수출입의 금지) 1항에 따르면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풍속을 해치는 △간행물 △영화 △조각물 또는 이에 준하는 물품은 수출하거나 수입이 금지돼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르르닷컴은 인천세관을 상대로 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인천세관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리얼돌이 여성의 신체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했고,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2심에서는 인천세관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판결에 대해 “성 기구는 필연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밖에 없다”며 “표현의 구체성과 적나라함만으로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성적 관념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지난해 6월 27일(목)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받아들여 부르르닷컴의 리얼돌 수입이 허가됐다.

  판결에 따라 리얼돌 수입이 허가되자 리얼돌 유통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지난해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자는 “제작단계에서 특정인의 얼굴을 모방한 리얼돌이 만들어질 수 있고 사용 과정에서 성적 욕구가 줄어들기보다는 그로 인해 성범죄가 더 증가할 것”이라며 리얼돌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해당 청원은 26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으며, 지난해 9월 5일(목) 정부가 해당 청원에 대해 답했다.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강정수 센터장은 청원에 대해 “대법원 판결의 경우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라며 “△리얼돌로부터 청소년 보호 △아동 형상 리얼돌 규제 △특정 인물 형상 리얼돌 제작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 이후 ‘리얼돌 체험방’ 증가해

  리얼돌 수입이 허가된 이후 ‘리얼돌 체험방’이 증가했다. 팀포유 김성식 대표는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이 리얼돌 업계에 큰 영향을 줬다”며 “이로 인해 리얼돌 공급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리얼돌 체험방은 금액을 지불하면 일정 시간 동안 리얼돌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로,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운영된다.

  늘어나는 리얼돌 체험방에 대해 건국대 윤김지영 교수는 “리얼돌이 성 착취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성매매의 아이템으로 등장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윤 교수는 “포르노는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해주는 역할이라고 하지만 현실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남성들이 리얼돌과 했던 행위들을 실제 여성들에게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리얼돌 체험방이 운영되는 장소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리얼돌 체험방은이 주로 오피스텔 및 원룸과 같은 주거지역에서 운영되는 것 자체를, 이를 불쾌하게 여기는 시각도 있는데, 리얼돌 체험방의 홍보가 미성년자를 가리지 않고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 2월 4일(화) 개업한 인천의 한 리얼돌 체험방의 경우 오피스텔 내에 간판 및 전단지를 붙여 홍보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인천 서부 경찰서에는 주거지역 내 체험방 운영을 반대하는 내용의 민원이 10여 건 제기됐다. 경찰 측은 “리얼돌 체험방의 제재 여부에 대한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며 “광고물 노출의 경우 ‘옥외광고물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리얼돌 규제는 아직 미흡해
  공론화가 이뤄져야

  국내에서는 리얼돌 체험방의 규제는 어려운 실정이다.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3조(준수 사항)에 따르면 풍속업소에서는 성매매 및 음란 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제공할 경우 업소의 업주가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리얼돌 체험방은 풍속업이 아닌 성인 용품 대여업으로 신고되기 때문에 해당 법률을 적용하기 어렵다.

  리얼돌 체험방이 성매매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리얼돌 체험방 업체인 ‘리피스걸’ 운영자는 “리얼돌 체험방은 성인 용품을 대여해주는 하나의 사업일 뿐”이라며 “법적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 규제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한 성매매는 사람과 사람 간의 성행위 및 유사 성행위가 이뤄져야 처벌이 가능하다. 리얼돌 체험방의 경우 사람이 혼자 도구를 사용해 성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FC서울의 경우 리얼돌을 사용한 것에 대해 제재금 1억 원의 징계를 받았지만, 이는 법적 제재가 아닌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징계 사안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아동 형상 리얼돌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3월부터 아동 형상 리얼돌의 △소지 △수입 △유통 △판매 등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호주도 지난해 2월 ‘아동착취에 관한 법’을 통해 아동 형상 리얼돌을 규제함. 미국의 경우 지난해 6월 아동 형상 리얼돌 외에 로봇이나 마네킹 등의 수입·유통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리얼돌 규제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지난해 8월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아동 형상 리얼돌의 수입 및 제작을 금지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한, 지난해 정부가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 청원에 대해 답변했었던 △리얼돌로부터 청소년 보호 △아동 형상 리얼돌 규제 △특정 인물 형상 리얼돌 제작에 대한 규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FC서울의 리얼돌 사용으로 인해 다시 리얼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거나, 리얼돌 및 리얼돌 체험방 규제를 위한 법안이 발의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현재 리얼돌 업체를 수사기관이 나서 법적으로 단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먼저 리얼돌 체험방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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