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역사 화해
동아시아의 역사 화해
  • 박중현 겸임교수 (사학과)
  • 승인 2020.06.01 15:47
  • 호수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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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촛불집회에 가족과 함께 참석한 어린이.
2016년 촛불집회에 가족과 함께 참석한 어린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관련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접입가경이다. 발병 책임을 둘러싸고 시작된 미·중 대결은 중국이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홍콩 국가 보안법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더욱 가열되고 있다. 미국은 홍콩에 대한 경제·통상 부문의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서 시작된 동아시아의 긴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미·중간의 진검 승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트럼프는 하락한 지지도를 만회해야 하고, 시진핑은 코로나19 사태로 추락한 위신을 세워야 한다. 상대를 때림으로써 지지 세력의 결집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싸움의 당사자인 둘은 어쩌면 손해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경제와 동맹 관계인 미국 가운데 끼어있는 한국은 가히 풍전등화 상태라 할 수 있다.

  앞선 글들에서 동아시아의 갈등은 해당 국가들의 정치적 목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동아시아 갈등의 시작은 일본 패망 후 나타난 중국의 공산화였다. 중화인민공화국은 국가 수립 직후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에 군대를 파병하고 전쟁에 개입하면서 국내의 안정을 도모했다. 미국은 선거철마다 국지전을 일으키거나 독재자를 핍박함으로써 대외 전쟁을 통해 내부 단결을 도모해 선거 승리를 이루고자 하였다.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동아시아 역사 갈등의 배경은 국내 정치의 불안정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199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는 한국, 중국, 북한 및 타이완까지 강력한 독재 정권이 있어 강압적으로 통제가 가능했다. 일본은 경제 번영으로 자민당 장기 집권이 가능했다. 그러나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은 주변국에도 영향을 끼쳐 민중의 목소리가 강해졌다. 민주주의 발전에 따라 집권자들은 강압적 방법 대신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역사 갈등을 일으켰던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독도이다. 박정희에서 전두환까지 군부 독재 시절은 이런 문제가 제기되면 외교적으로 무마되었다. 언론은 정부의 무시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1980년대 초반 전국민의 애창 가요였던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 땅’은 어느 날 방송에서는 사라졌다. 일본의 항의에 정부는 각 방송국에 방송 불가 지침을 내렸다. 공식적으로 금지곡으로 지정된 것이 아님에도 방송될 수 없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동아시아 갈등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집권자의 욕심에서 시작된 갈등의 피해자는 바로 일반 민중들이다. 그러나 대중은 정치권과 언론에 이용되어 적대적 감정 만을 분출한다. 최근 이용수 할머니로부터 시작한 정의연 관련 논쟁에서 윤미향은 비판에 대해 ‘친일 세력’을 운운하였다. 여당의 인사는 백선엽이 친일파이므로 국립현충원에 안장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의 진보 세력은 보수를 친일 집단으로 보수 세력은 상대를 빨갱이로 매도한다. 프레임의 정치는 스스로 자신없는 자들의 무기이며, 자신없음의 표출이고, 민주주의 퇴보이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시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정치 지도자가 각국에 존재해야 한다.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갈등을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종북’을 운운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보수 세력이 그녀를 ‘종북’이거나 ‘빨갱이’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본과 대립할 것만이 아니라 일본과 함께 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화합을 도모한다면 진보세력이 그를 친일파라 하진 않을 것 아닌가?

  다른 하나는 힘들 수 있지만 대신 더욱 바람직하다. 동아시아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이다. 집권자에 휘둘리지 않고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길을 파악하고, 이를 정부에 요청한다면 집권자는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 주었다. 대통령 측근의 국정 농단을 보면서 시민은 광화문에 모였고, 집권당은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 6월 민주항쟁과 촛불혁명의 승리로 이끌었던 우리가 동아시아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켜 동아시아 화해와 평화를 앞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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