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슬픈 일이 있다며 술을 한잔하자고 한다. 아르바이트가 있는 날이어서 밤늦게 친구가 있는 술집으로 갔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뻔한 이야기지만 친구는 자기가 좋아했던 사람과 잘 안됐다는 말을 슬픈 어투로 꺼냈다. 내 친구의 말을 들어주며 뻔한 위로를 하며 생각했다. 서로의 마음이 서로를 향하는 것, 그리고 서로를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그래서 서로를 좋아하고 아껴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아침에 일어나 집 근처 공원으로 운동을 하러 가는 길에서 만나는 서둘러 출근하러 가는 사람들, 운동하며 만나는 어르신분들, 또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만나는 배고픈 사람들, 통닭집과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나는 손님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 타 있는 수많은 피곤한 사람들. 나는 매일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나에게 특별하진 않다. 그 사람들 또한 그럴 것이다. 그들에게도 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술을 많이 마셔 잔뜩 취한 친구를 집에 보내고 혼자 집으로 걸어가며 생각한다.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분명 확신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 질문이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한참을 고민하며 걷다가 도착한 집. 열쇠로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서야 그 답을 찾는다. 밤늦은 시간이라 이미 잠든 그 사람들. 나를 아들, 오빠, 손주라고 부르는 그 사람들. 잠시 잊고 살던 나였지만 그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내가 그들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나에게 그런 생각을 가져주는 고마운 사람들. 나에게 많이 고마운 사람들이지만 너무 받기만 해서인가? 그 사람들의 희생이 어느새 나에겐 당연한 것이 돼 있었다. 때론 그들에게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 별것도 아닌 일들로... 그런데도 그들은 내가 잘못했던 일은 용서해주고 때론 그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나를 원망하기는커녕 이해해주려고 한다. 이는 고맙다는 말. 아니 세상의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한 것이다. 만약 나에게 어떤 사람이 내가 한 것과 같은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한다면 과연 나는 그들이 그런 것처럼 너그럽게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에 쫓겨, 또는 힘든 현실로 인해 아니면 그들의 희생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져서, 그들의 소중함을 잊은 채 살아간다. 하지만 받아야 마땅한 것은 없다, 그들이라고 무조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줘야 하고 우리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를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그들. 그들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디선가 본 ‘있을 때 잘해라’라는 이 말. 이 말을 들으며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인 그들을 항상 마음에 품고 그들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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