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월) 7년 만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다시 발의됐다. 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2006년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를 내리면서 처음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됐지만,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개신교계가 반발했고 국회의원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그 이후로 7차례 법안이 발의됐지만, 비슷한 이유로 번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 다음 날 30일(화) 인권위에서도 2006년 이후 14년 만에 평등과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제정을 촉구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에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발로 인해 국회에 계류했지만, 현재 대학가를 넘어 심지어 종교계에서까지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 촉구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여론과 우려점 역시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할 23가지 사유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생활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 및 예방하는 법안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 정하는 차별금지사유는 총 23가지로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이다.

  구체적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 총 4가지로 구분해 이 영역들에서의 차별을 금지한다. 법안에서는 이러한 4가지의 차별 영역들은 사람에게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핵심은 개별적으로 포괄할 수 없는 상황까지 복합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나 ‘양성평등기본법’처럼 구체적인 차별에 대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다. 그러나 이로써는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법의 테두리로 보호하기 힘들다는 한계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천신만고 끝에 법안 발의돼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발의됐지만, 입법에는 실패해

  지난 6월 29일(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대표로 총 10명의 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것은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발의자 명단에는 △정의당 의원 6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 △열린민주당 의원 1명 △기본소득당 의원 1명이 이름을 올렸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오랜 기다림 끝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다”라며 “눈물겨운 노력 끝에 민주주의 기본법인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게 돼 뜻깊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심 대표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배제됐던 빈약한 민주주의를 성찰하며 모든 개인의 존엄을 바탕으로 연대와 협력의 공동체로 나아가자는 약속이다”라며 발의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처음 발의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던 차별금지법은 차별 금지 영역 중 성적 지향에서 개신교계의 강력한 반발을 받았다. 이외에도 징벌적 배상제도 등이 제외돼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다. 그 결과 2008년 17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후 18대와 19대 국회에서 총 다섯 차례나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되거나 만료돼 법안이 최종적으로 입법되지 못했다. 그리고 20대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포괄적 차별금지법 또한 법안 발의 최소 인원인 10명만이 동의했다. 대표 발의 의원인 장 의원은 “21대 국회에 계시는 모든 의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했지만, ‘지금 참여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한 의원들이 많았다”며 최소 인원으로 진행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촉구하는 목소리 이어져

 
인권위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4월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데에 찬성하는 의견이 88.5%에 달했다. 그 외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론조사에서도 87.7%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했다.

  법과 인권 관련 전공 교수 및 연구자 248명은 지난달 30일(목)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며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진전하기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법안 제정을 지지했다.

지난달 16일(목)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서명운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달 16일(목)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서명운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학가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서울대를 비롯한 타 대학교 학생들이 뜻을 모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결성해 지난 6월 21일(일)부터 지난달 16일(목)까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는 대학가 청년들의 자발적인 기획으로 시작됐고 개인 서명 1,545명, 단체 서명 113개로 많은 학생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공동행동 정규성 담당자는 “서명운동 내용은 모든 국회의원 및 정당에 메일로 전송했다”며 “많은 대학과 청년단체가 참여한 것처럼 우리의 뜻이 국회와 정치권에도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성적 지향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교리에 따라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해 온 개신교계에서도 차별금지법 지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기독교장로회를 시작으로 지난달 20일(월)에 81개 기독교계 단체가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교단 차원에서 차별금지법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법 제정에 반대하는 개신교인들을 향해 ‘그리스도교의 정신’으로 법 제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지난달 22일(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성적 지향 항목에  반대 여론 여전히 거세
  반대 청원은 10만 명 모여


  그러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하며 다 방면에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24일(수)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에 관한 청원’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청원자는 “동성애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조장하려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며 청원 취지를 밝혔다. 이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조장하여 건강한 가정을 해체하며,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도덕을 파괴할 뿐 아니라 헌법을 위반하여 신앙과 양심,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다”라고 주장했다. 청원은 시작된 지 14일 만에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현재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개신교계의 반발도 여전히 거세다. ‘한국성시화운동협의회’ 소속 목회자 800여명은 지난달 30일(목)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반대 기자회견과 집회를 개최하고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이외에도 전국기독교총연합회를 포함한 50여 개의 반동성애 단체는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 전북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반대 서명 작업, 집회를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력히 반대했다.

 


  사실과 달리 와전된 부분도 존재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여론에 따라 사실과 다른 내용이 확산되고 있다. “동성애와 관련된 발언을 하지 못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 아닌가”, “차별행위를 하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등 확인되지 않은 여러 주장들로 인해 국민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교회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설교를 하면 처벌받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는 종교는 위의 23가지 차별 금지 사유 중 하나다. 그러나 이는 종교와 관련된 발언을 하는 데 있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이유로 발생하는 차별을 금지함을 의미한다. 또한 교회에서 설교하는 것은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 4가지 차별 영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차별 행위로 간주하지 않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에 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에 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또한 일각에서는 차별행위를 했을 때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차별행위 자체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으며 보복성 불이익 행동을 취했을 경우에 한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한다”고 전했다.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장 의원은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사람들과 생각이 다른 경우를 고려한다는 내용이 법안에 명시돼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이 규정하는 자유는 무한대가 아니다”라며 표현의 자유가 타인이 존엄할 자유를 침해한다면 헌법이 규정하는 자유권이라고 할 수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현재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발의된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반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청원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제21대 국회가 종료되는 2024년까지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차별금지법은 다시 한번 폐기될 예정이다. 여전히 개신교계와 반대 여론이 남아있어 차별금지법 입법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장 의원은 “반대론자들은 과거부터 계속해서 집중적이고 조직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왔고 오히려 찬성하고 응원하고 이들이 이전보다 많다”며 입법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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