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술자리에서 나눴던 이야기이다. 친구에 대해서 잠깐 소개하자면, 나와 같은 숭실대학교 졸업생이고 학부를 졸업하고 세무사가 되었다. 이후에 모교인 숭실대에서 석‧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본인의 세무 전문 분야에서는 서울에서 손에 꼽히는 세무사가 됐다. 물론 처음부터 잘나갔던 것은 아니다. 친구는 세무사 합격 후, 세무회계법인에서 2년 남짓한 경험을 쌓고 과감하게 개인 세무사를 개업했다. 내 친구 아니랄까 봐 무모하기 짝이 없다. 그때의 어려움과 막막함을 이야기하며 소주 한 잔을 털어 넣는다.

  술자리가 깊어지면서 대화의 주제는 대학 서열에 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 대화의 끝에는 ‘마지노선’이 있다. 암묵적인 대학서열이 자리 잡고 있는 현실에서 사랑하는 우리의 모교가 최고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럼 우리 대학은 어디쯤 있을까? 정확한 서열은 알 수 없다. 공인회계사(CPA) 합격자 수로 따 지면 숭실대는 전국 10위다. 이 기준에 맞춰서 모든 대학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사 국시 합격자 순위는 어떠한가? 숭실대는 의대가 없기 때문에 평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의대가 있는 학교가 더 좋은 학교일까? 의대는 있지만 CPA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한 학교는 그럼 숭실대보다 서열이 높은 학교일까, 낮은 학교일까? 역시 평가할 수 없다. 여기서는 단순하게 두 가지 기준만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평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는 이보다 많은 기준과 변수들이 있다. 따라서 정확한 평가는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여러 커뮤니티에서 항상 논쟁 중인 대학 서열의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다른 대학은 모르겠고, 우리 모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바로 ‘마지노선’이다. 이 마지노선의 안쪽에는 ‘덕분에’가 있고, 바깥쪽에는 ‘때문에’가 있다. 우리가 졸업 후에 사회에 나가서 숭실대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게 될까? ‘때문에’일까? ‘덕분에’일까? 당신에게 숭실대가 ‘덕분에’라면 숭실대는 좋은 대학이었을 것이고, ‘때문에’라면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다만 숭실대를 먼저 다녔던 선배이자 형이자 오빠로서 느낀 이야기를 전한다면, 내 주변에는 ‘덕분에’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친구 역시 그러하다. 업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 친구는 샤이 숭실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숭실이 있지만, 다만 샤이 숭실이 많더라는 이야기. 내가 먼저 숭실대 동문임을 밝히자 숨어있던 샤이 숭실이 먼저 와서 아는 척하고 도움을 주더라는 이야기. 갑자기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난다. 샤이 숭실일 때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숭실임을 밝혔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이다. 이러한 어느 곳에도 있었던 숭실의 도움 덕분에 그 친구는 지금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지난 학기에 내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이라면 강의에서 내가 했던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나는 여러 학교, 기업, 기관에서 특강을 하는 강사인데, 휘황찬란한 스펙과 경력을 자랑하는 강사들 사이에서 내가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왜? 내가 강의 더 잘하니까! 그러면서 후배들이 나와 같은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숭실대 출신이라면 믿을 만하지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나에게 숭실대는 ‘덕분에’이다. 여러분도 ‘덕분에’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러분 개개인도 여러분의 후배들에게 ‘덕분에’가 되었으면 좋겠다. 바야흐로 바이럴(Viral)의 시대이다. 막대한 예산으로 매체에 걸려 있는 숭실대 광고보다, 졸업해서 사회로 나가는 여러분 개개인이 진짜 숭실의 실체임을 기억하자. 우선 나부터 노력하겠다. 졸업 후 여러분의 앞날을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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