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테넷'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인셉션>, <인터스텔라>, <메멘토>등으로 시간에 대한 창의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번에는 시간 역전을 선택했다.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은 전작들처럼 시간, 그중에서도 세계의 시간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전개한다. 이를 위해 ‘인버전’이라는 설정을 창조해 내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뒤섞여진 세계를 선보인다. <테넷>은 놀란 감독이 20년 동안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6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 만큼 놀란 유니버스의 집결체와 같은 작품이다. <테넷>은 시간을 주 무대로 한 SF 영화적 요소와 첩보 영화의 특징을 잘 섞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셉션’의 세계관에 007과 같은 스파이 영화의 특징을 녹여내며 악을 차단하는 스토리적 쾌감 또한 느낄 수 있다. <테넷> 속 주인공(존데이비드워싱턴)은 주도자 역할을 한다. 크레딧에는 주도자의 의미가 있는 ‘The Protagonist’로 나타난다. 그는 세계 3차 대전을 막아야 하는 임무를 받게 되고, 인버전으로 미래의 무기를 현재로 보내 과거를 파괴하는 시도를 한다. 인버전은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 시켜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그렇기에 현재와 미래가 혼재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현재의 시점은 유지된 채 미래와 과거가 끼어들며 시간이 역행되거나 혹은 역전되는 등 시점에 차별성을 가지게 된다. 동시에 시간의 회전은 결국 시간이 하나의 점에서 만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회전 구조를 따르다 보면 시작과 끝이 대칭점에 있더라도 만나게 된다는 것이 <테넷>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영화 <인셉션> 속 결말이 모호했듯 <테넷> 역시 보이지 않는 힘들이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어 내며 끊임없는 시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영화가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놀란의 상상력을 쫓아가다 보면 분명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인버전을 영상에 옮기고자 하는 놀란 감독의 시도 역시 신선하다. 배우들과 사물도 정주행과 역주행을 반복하며 완성된 인버전의 구현은 <테넷>의 스펙타클한 볼거리를 배가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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