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목),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흑인 분장을 한 의정부고등학교(이하 의정부고) 학생들의 ‘블랙 페이스(Black Face)’ 행위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샘 오취리의 반응에 대해 사람들은 반발했다. 학생들이 분장을 통해 흑인들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으며 분장의 대상이 된 흑인들은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그 까닭이었다.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보자. 한 외국인이 평소 재밌게 보던 한 한국인 코미디언의 분장을 어떤 축제에서 진행했다. 해당 코미디언의 복장까지 완벽히 따라 한 그가 분장의 일부로 가늘게 찢은 눈을 분장 도구로 고정시키는, 일명 ‘옐로우 페이스(Yellow Face)’를 선보였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그 백인이 동양인을 비하하려고 했다는 의도를 찾아볼 수 없고 또한 분장 대상이 된 한국인 코미디언은 막상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인 상황에서 우리는 해당 행동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우리는 블랙페이스가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인종 차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9세기부터 블랙 페이스는 흑인들의 모습과 행동들을 따라 하며 이들을 희화화하기 위한 인종차별 행위로써 사용됐다. 블랙 페이스는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흑인들에게 차별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알지 못한 채 대중들이 블랙 페이스를 가볍게 판단하는 행동은 마치 외국 인들이 거리낌 없이 패션, 문신 등에 욱일 기 디자인을 사용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행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 지만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역사와 배경에 무지한 채 해당 행위를 이어가는 것 과 우리가 블랙 페이스 행위를 가볍게 생 각하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차별적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서 그 행동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까지 그렇게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의정부고 학생들의 악의가 없는 블랙 페이스 행위에 흑인들이 인종 차별을 느꼈다면 그 흑인들은 마치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의 입장이 아니었을까. 그 돌로 상처받은 흑인들에게 가해자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면서 발뺌한다면 그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역지사지의 입장이 돼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의 사례를 비롯해 인종 차별을 나타내는 행위에 대해 단순히 우리의 입장에서 인종 차별인가 아닌가를 따져볼 것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행위들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광범위하게 발달한 인터넷 통신은 전 세계로 하여금 인류를 하나로 묶게 만들고 있다. 다양한 △인종 △언어 △종교 등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지금, 타문화에 대한 역지사지의 자세를 고수한다면 좀 더 차별 없는 세상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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