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코로나19의 불편함이 여전히 우리를 옥죄어오고 있다. 발등에 내리쬐는 햇볕을 툭툭 걷어차며 거닐던 캠퍼스의 낭만은 개점휴업 상태이다. 떨떠름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한바탕 욕설이라도 퍼붓고 싶지만, 마스크 탓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방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방구석에서 배양된 무기력과 무의욕은 자존감의 유통기한을 잠식해간다. 지금이라도 상온에 널브러진 나의 자존감을 주워다가 냉장보관 해야 할 때이다. 당신의 자존감, 지금 신선한가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라는 표현 사용에 거침이 없을 정도로 사회에서의 나 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와이프야. 인사해”라는 한국인 친구의 말에 기겁했다는 외국인의 일화는 고이고 또 고인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나라는 사람이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동류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평가하고 깨우치고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관계의 상당 부분이 단절된 채로 생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안함과 막막함은 필연적으로 엄습해오고, 나 혼자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자존감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특히 아직 진로가 불확실한 학생들일수록 그 정도는 심해진다. 이러한 자존감 하락의 문제는 비단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좁아진 취업의 문, 급변하는 시장 환경, 그 고 여러 채용비리 사태로 비롯된 공정성에 대한 불안함이 자존감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 학생은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고 자존감은 하락했다. 앞으로 6개월 정도의 시간을 취업준비생이라는 이름으로 버텨내야 한다. 하지만 6개월 후에 이러한 신분이 끝난다는 보장은 없다. 불안한 마음에 취업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뒤적거리지만 나보다 잘난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저 사람들도 안 되는데 내가 될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사람에 따라서 이 과정이 더 빨리 찾아오기도 한다. 또 다른 학생은 대학 3학년쯤 되었는데 무언가 준비하려고 보니 자신의 주변에는 이미 준비가 잘 된 사람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 보였다. 나는 학교생활에 충실했는데, 누구는 공모전 수상실적을 가지고 있고, 다른 누구는 대외활동으로 경험과 인맥을 쌓고 있었다. 벌써 친구들보다 최소 1년은 뒤처진 것 같아서 마음이 불안하다. 이번 생은 이미 망한 건가? 도대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의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다. 다만 망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예전에 토익 점수가 낮아서 고민하는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 학생의 토익점수는 970점 정도였다. 자기 친구들은 다 만점인데, 본인만 970점이라고 고민하고 있었다.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 학생은 진짜 심각한 고민이었다. 970점밖에 안 되는 토익 성적표는 그 학생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여러분이 취업을 한다면 누군가에게 자신이 매력적인 사람임을 어필하기 위해 글을 쓰고 면접을 볼 것이고, 여러분이 창업을 한다면 투자자와 지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비즈니스모델을 어필할 것이다.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존감이다. 내가 가진 무언가를 상대방에게 확신을 가지고 어필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부족하다면, 내가 가진 어떤 것도 나의 강점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기소개서에는 아무것도 쓸 말이 없고, 한껏 웅크린 채로 면접장에 들어가게 된다. 보나 마나 필패다.

 이제 상온보관 중인 자존감을 냉장보관 할 때이다. 먼저 숭대시보 1246호에 게재된 ‘산업혁명과 스펙의 역사’를 읽고 오자. 그런 다음 나만의 차별화라는 기준으로 냉장고를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은 그 차별화 포인트를 이미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이 내 강점임을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혹은 내 강점임을 인식하고 있지만, 강점이라고 어필할 만한 근거자료가 부족한 경우이다. 그런 경우라면, 이제 관련 분야 학점을 따거나, 자격을 취득하거나, 경험을 쌓으면 되는 문제다. ‘나 정도면 진짜 괜찮은 사람인데? 날 안 뽑는다고? 너희 회사 진짜 똥멍청이네!’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튼튼하게 자존감을 담을 냉장고를 만들어야 한다. 생각보다 금방 만들어진다.

 지금처럼 방안에서 사색할 시간이 많을 때가 기회이다. 예전에 취준생들에게 “본인이 사장이라면, 본인 뽑겠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던졌다. 지금부터 당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적어보자. 그 이유들이 당신이 어필해야 할 가장 매력적인 모습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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