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겐 누구나 각자의 성향과 기호성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이들의 이야기를 선호하고, 반대되는 의견은 껄끄러워 한다. 그렇기에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혐오는 다르다.

  요즘 뉴스를 보거나 인터넷을 들어가 보면 우리 사회에 혐오가 정말 짙어졌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난 혐오가 극단적이고 수동적인 사고방식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생각은 중요치 않다. 내가 옳기에 나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 틀렸다. 이런 감정은 혐오를 일으키고 혐오는 소통의 부재를 낳는다. 그렇게 기형적인 갈등이 일어난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항상 ‘왜 저럴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의문만 든 것도 아니다. 솔직히 말해 정말로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저 사람들은 그냥 너무 지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나 하나 살아가는 것, 혹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도 지쳐 다른 사람까지 생각할 겨를이 사라진 것이다.

  지치고 무력한 생활을 길게 이어 나가다 보면 사람은 무뎌진다. 또한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만든, 미워해야 할 다른 누군가가 필요해진다. 비참함의 원인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혹은 정말로 외부에 있는 것인지를 따져보는 사실 파악은 중요치 않다. 여기서 내가 나를 탓하거나,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나는 정말로 절망스러워지니까. 다른 요소들까지 고려하기엔 생각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판단은 단순히 단면만 보고 하며, 생각하는 것 자체를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도 편하다. 그렇게 그들은 점차 자신과 생각이 동일한 이들의 소리만 찾게 되어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그들은 계속 세상을 노려본다.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줄 자극적인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다. 그러다 어떤 사건이 터지면 그들은 마치 사냥하듯이 달려들어 속에 묵어있던 감정들을 쏟아낸다. 

  저것 외에도 정말 다양한 요인들이 섞여있다. 이런 생각을 하기 전까지 난 그들을 ‘사람이 아닌 것’이라 생각하며 무작정 싫어하기만 했다. 이젠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된다. 하지만 조금뿐이다. 계속 생각해봐도 공감은 가질 않는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변절한 사람들을 비호하는 이는 없지 않은가. 그들의 행위는 확실하게 잘못되었으며, 비겁하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향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그들의 탄생에 우리 사회가 영향을 끼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들을 딱 잘라서 비난하기엔 우리도 완전히 떳떳하진 못하다. 그렇기에 그들에겐 약간의 연민과 위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도. ‘함부로 누군가를 판단하면서 연민한다고 말하지 말라. 오만하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성인 딱지를 받은 지 세 해가 채 지나지 않은 일개 대학생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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