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방구석에서 보낼 시간이 걱정이라면?! 자기소개서를 한번 작성해보는 것이 어떨까? 취업을 목전에 두고 부랴부랴 작성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체계적으로 준비해보자. 이번 학기에 남은 아홉 번의 기고문은 자기소개서 특집 편으로 준비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자기소개서 작성의 기초가 되는 연대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지난 기고문(1248호)에서도 말했다시피,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의 재료인 소재가 필요하다. 요리할 때와 비슷하다. 요리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해서 무엇을 넣을 것인가? 소금으로 간을 할 수도 있고, 간장으로 할 수도 있다. 간장은 또 종류가 얼마나 많은가? 국간장, 진간장, 양조간장, 조림간장 중에 뭘 넣을지 결정해야 한다. 짠맛만 맞추면 되는가? 단맛, 신맛, 매운맛, 그리고 감칠맛도 필요하다. 라면 스프 같은 만능재료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쉽게도 라면 스프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가진 재료가 소금밖에 없다면 어떨까? 운이 좋아서 소금만 넣었는데도 아주 맛있는 요리가 완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저 한 끼 때우는 요리라면 상관없겠지만, 나의 인생이 걸린 요리라면 단순히 운에 맡길 수는 없다. 이것저것 재료들을 갖춘 상황에서 최적의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어차피 소금을 넣을지라도 이것저것 다 갖춰놓은 상태에서 소금을 선택해서 넣는 것과 소금밖에 없어서 소금만 넣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자기소개서도 이와 같다.

  내가 지도했었던 학생들한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이 항목에 이 소재가 적절하지 않아요”라는 말이었다. 글의 문맥이나 서술 방법의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서 애초에 적절하지 않거나 매력이 떨어지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다시 작성해보는 것을 권하는데, 중도에 포기해 버리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이미 체력과 정신력을 있는 대로 갈아 넣은 것인데 다시 작성하라니! 다시 작성한다고 더 잘 쓸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으니 그냥 원래대로 제출해버리고 만다. 충분히 이해된다. 나 역시도 컴퓨터가 다운돼서 지금 쓰고 있는 글을 다시 쓰라고 한다면.... 아휴... 생각만 해도 육두문자의 향연이다. 소재를 잘못 선택해서 글을 다시 작성하는 낭패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연대기가 필요하다.

  연대기를 작성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려고 하면, 기억력의 한계로 몇 가지 굵직한 사건들만 떠오른다. 예를 들어, 두 달 동안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온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경험이다. 자기소개서 절반 이상을 배낭여행으로 채웠다. 인생의 역경도 배낭여행이고, 문제해결 능력과 성격의 강점도 배낭여행의 경험으로부터 도출했다. 여러분이 평가자라면 어떤 느낌이 들겠는가? ‘이 지원자는 배낭여행 말고 한 일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래서 연대기가 필요하다. 정리하는 방법은 엑셀 파일에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기, 소재, 세부적인 사건, 매칭되는 역량 순으로 열을 만들어서 정리하는 것이 무난하다. 굵직한 순서로 큰 틀을 잡자. [출생-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입학]과 같은 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틀을 잡고, 사이사이에 행을 추가하며 사건들을 기재하자. 특정 소재(예 : ㅇㅇ기업 인턴) 안에 여러 가지 세부 사건이 있다면, 여러 행을 통해서 정리하는 것이 더 좋다. 왜냐하면 자기소개서에는 인턴이라는 커다란 소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세부 사건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 알바, 인턴과 같은 사건도 좋고, 감명 깊게 읽은 책이나 행복했던 추억 같은 이야기도 좋다. 그 모든 걸 자기소개서에 쓸 수는 없겠지만, 그런 기억들을 연대기 상에 나열하다 보면 잊고 있던 중요한 기억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최적의 소재를 찾기 위해 우선 최대한의 소재를 모으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지금 당장 연대기를 만들자. 어차피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으니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초안을 만들어놓고 그때그때 생각날 때마다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 작업인지 예를 들어주면, 연대기부터 작성해서 지원한 모든 기업의 서류전형에 합격했던 여러분의 선배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연대기를 작성했었다. 그 친구가 취업하고 2년쯤 지났을 때였나? 학교 앞에서 둘이 술을 한잔 하다가 대뜸 이런 얘기를 꺼낸다. “맞다! 형. 나 이런 경험도 있었는데! 이거 자기소개서에 쓸걸... 이게 이제 생각나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하루빨리 작성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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