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목), 정부가 오는 2022년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4,000명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이 나오자 의료계 종사자 단체는 반발했고 파업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의료계의 반발과 함께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을 고려해 ‘정책 유보’를 결정했지만, 의료계는 ‘정책 철회’를 요구함과 동시에 파업을 이어가며 논란이 이어졌다. 의료계의 파업이 이어지던 지난 4일(금),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의대정원 확대 논의에 있어 극적으로 합의됐다. 이날 양측은 합의문을 통해 의정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밝히며 앞으로의 논의를 함께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이번 의료계와 정부의 공공의료에 대한 논쟁부터 합의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공공의료 강화, 어떻게 논의됐나

  지난 7월 23일(목), 정부와 여당이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골자로 한 당정 협의회를 가졌다. 해당 협의회에서 정부는 의사 부족 문제와 지역 의료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22년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의대 신설 및 2024년 개교를 목표로 한 공공의대 설립으로 공공의료가 필요한 필수 분야 중심으로 인재를 양성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의료의 공공성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다. 이에 지난 2018년 10월 정부는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2022년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 2019년 11월에는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통해 병원 시설이 부족한 9개의 지역에 공공병원을 신축하고 지역 의사 인력 확충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의대 정원 증감 또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이뤄진 정책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유사한 내용의 공공의대 및 의사 증원에 대한 정책 추진을 논의한 바 있다.

 

  정부, 국내 의사 부족해
  의료계 100% 동의 못해

  앞서 정부가 의료인력 확대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국내 의사 부족을 이유로 의대 정원 증감을 결정했다. 정부는 정책 추진 배경으로 현재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한의사를 포함해 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인 3.5명에 못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2022년부터 의대 정원을 400명씩 늘려 10년간 추가 양성된 4천 명의 의사 인력을 △의사가 부족한 지방 △특수 전문분야 △의과학 분야에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도 정부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병협이 진행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21년부터 1,500명의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해도 의사인력 수급 부족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병협 측은 “의사인력 부족 상황에 처해 있는 의료 현장의 고충을 헤아려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발표한 것은 다행이지만, 400명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에 충분하지는 않다”며 정부 정책보다 더 많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의협은 우리나라 지역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오히려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실패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지역의 의료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에서 소신 있게 진료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단순히 의사 인력 증원만으로 모든 걸 살리겠다는 정책은 실패할 것이 자명하다”고 전했다. 또한 의협은 현재 인구 감소율과 OECD 평균의 약 3배인 우리나라의 의사 증가율을 고려한다면 의사 수는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의사제’, 지역별 의료 격차 해결하나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지역의사제’를 통해 지역 의사 부족 문제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의사인력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1명인 반면 경상북도의 경우 1.4명, 충청남도의 경우 1.5명 등으로 지역별로 의사 수가 크게 차이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늘어나는 의대 정원 400명 중 지역 내 인재 위주로 300명을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졸업 후 대학이 위치한 지역 내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시킬 계획이다. 또한, 선발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필수 전문과목으로 제한된다. 이들은 재학 중 전액 장학금 등의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0년이라는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지역의사로 활동하지 않고 다시 수도권으로 이주할 우려가 있다며 정책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한병원의사협회에 따르면 “의무 복무 기간이 종료된 이후 가장 왕성한 활동력과 숙련도를 갖춘 의사 대부분이 지역을 떠나 대도시로 떠날 것”이라며 “결국 지역의사제는 10년 동안 숙련된 의사들을 대도시에 공급하는 제도로 전락하게 된다”고 전했다.

 

  공공의대 설립, 실효성 의문 제기돼

  정부는 또한 의대 정원 증감과 함께 공공의대 설립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의대는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현재 여당과 정부가 함께 추진 중에 있다. 정부는 폐교된 서남대 의대 49명의 정원을 활용한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해 전라북도 남원시에 2024년 개교할 계획이다. 국가가 공공의대를 국립교육기관으로써 국가나 의료취약지에 필요한 필수 보건 의료 인력을 기존 의대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가 직접 양성한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의협에서는 공공의대가 교육적인 측면에서 미흡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사를 양산하기 위해선 기초의학과 임상교육이 중요하나 공공의대는 보건학 교육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공공의대가 부속병원이 따로 없어 실습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 임준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장은 “공공의대가 단순히 한 명의 의사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세계보건기구(WHO)에 파견하는 공무원, 지자체의 보건분야 지휘자 등으로 일할 인재를 키우는 곳이 공공의대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국립중앙의료원이 2025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한 시설로 탈바꿈하게 된다”며 부속병원에 대한 의문에 답했다.

 

  의료계, 반대 파업 실시해
  정부의 권고에도 강행

  정부의 정책 추진에 의료계는 적극적인 반발의 의사를 표했다. 대학전공의협회는 우선 지난달 7일(금) 하루 동안 전공의 업무를 중단했고 이후 지난달 14일(금)에는 전국의사총파업을, 지난달 21일(금)부터는 전공의 단체행동을 통해 업무를 무기한 중단했다. 의협은 우선 지난달 14일(금) 1차 전국의사총파업을 시작으로 2차 파업을 지난달 26일(수)부터 3일간 이어 진행했다. 또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의대의 수업 및 실습을 거부하고 의사 국가고시 응시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14일(금), 대한의사협회을 포함한 의료 단체가 서울 여의대로에 모여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을 진행했다.
지난달 14일(금), 대한의사협회을 포함한 의료 단체가 서울 여의대로에 모여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의료계 파업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의료계 파업으로 인해 의료 공백이 발생하며 수많은 환자들과 간호사들이 불편함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급하지 않은 수술 10건을 연기하고 신규 입원을 줄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 환자의 뇌종양 수술 또한 연기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의사 단체 파업 공감도에서도 55.2%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의료 공백이 피해를 가져오자 정부는 지난달 22일(토),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안정 시까지 이번 정책을 유보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측은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결국 정부는 지난달 26일(수)부터 행정복귀명령을 통해 수도권 소재 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행정복귀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1년 이하 면허정지, 면허 취소와 같은 행정처분 또한 내려질 수 있다.

  한편 의료계 내부에서도 파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명분 없는 의사 파업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와 ‘대한간호협회’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의료현장을 떠나 파업하는 행위에 대해 윤리적 의무를 저버렸다며 지적했다.

 

  정부와 의료계 극적인 합의 이뤄져

  의료계 측은 정부의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계속 이어나가던 중 지난 4일(금), 의협과 정부가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이날 의협과 더불어민주당 및 보건복지부는 이행합의서를 통해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할 것을 밝히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합의서에는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실행한다”며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의 4대 정책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한다”는 내용이 제시돼 앞으로의 논의 방향의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4일(금),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이행합의서를 작성하며 의대정원 논의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지난 4일(금),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이행합의서를 작성하며 의대정원 논의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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