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의 작품 ‘복학왕’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작품을 그린 기안84 작가는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사과했지만, 이전에도 같은 작품에서 혐오 표현을 사용했던 바 있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웹툰 복학왕에서 여성 혐오 논란이 불거진 회차는 지난달 11일(화) 네이버 웹툰에 공개된 306화 ‘광어인간 2화’다. 해당 회차에서 스펙이 부족한 여성 인턴이 배 위에 조개를 올려놓고 깨는 장면과 함께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어 남성 상사와 성관계를 가진 뒤 정직원으로 채용됐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와 여성 혐오 논란이 일었다. 이후 기안84 작가는 해당 장면을 수정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여성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해 이러한 사회적 세태를 풍자한 것”이라며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기안84 작가의 연재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19일(수)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와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등의 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기안84 작품의 네이버 연재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안84는 이전에도 장애인 비하, 이주노동자 차별 등 작품 내에서 혐오 논란을 일으켜 왔다”고 비판했다. 또한 지난달 12일(수) ‘복학왕’ 연재 중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지난 5일(토) 오후 3시 기준 13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오는 11일(금) 마감된다.

  이에 대해 웹툰협회에서는 과도한 요구라고 반박에 나섰다. 웹툰협회는 “사회적 소수자를 비하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비판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연재 중단 요구는 파시즘”이라며 반박했다. 더불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1대 세계웹툰협회 회장인 원수연 만화가는 “연재중단 운동은 50년 넘게 투쟁해 쟁취한 만화계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 를 되돌리려는 역행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웹툰 플랫폼에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네이버 웹툰은 “작가의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플랫폼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네이버 웹툰 플랫폼의 작품에 혐오 논란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웹툰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에 대한 혐오 표현은 이전부터 논란이 지속돼왔다(본지 1233호 ‘규제 없는 무법지대, 한국 웹툰의 현주소’ 기사 참조). 유사한 일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규제할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웹툰에 대한 규제가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실제 웹툰은 다른 콘텐츠에 비해 제재가 허술하다. 드라마, 예능 등 방송 콘텐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규제를 받지만, 웹툰의 경우 웹툰자율규제위원회가 심의한다. 웹툰자율규제위원회는 한국만화가협회가 만든 심의기구다. 그러나 이 기구는 법적 권한이 없어서 작품을 규제할 수도, 플랫폼에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

  심의기구 차원에서 규제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웹툰 플랫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텍 전공 한창완 교수는 “웹툰 플랫폼은 사회 변화에 맞춰 효과적인 심의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경숙 만화평론가는 “네이버 웹툰이 말하는 ‘표현·창작의 자유’는 작품 내 혐오 표현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을 가리고 작가에게 책임을 더 부과하며, 나아가 독자들에게는 피드백 반영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근거로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어도 최소한의 합의점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웹툰의 현행 연재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혐오 표현 사용 위험성이 증가했다는 관점도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의 하루 평균 창작 노동 시간은 10.8시간에 달하며 주중 평균 노동 일수는 평균 5.7일에 이르렀다.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창작을 위한 공부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성수현 대표는 “네이버에서 소속 작가들에 대한 구체적인 윤리 및 성 인지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