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리움' 로간 피네건 감독
'비바리움' 로간 피네건 감독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를 관통하는 의미를 가진 ‘비바리움’은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동식물을 사육하는 원예 활동을 뜻한다. 동시에 삶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비바리움은 탈출할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주인공 톰(제시 아이젠버그)과 젬마(이모겐 푸츠)는 함께 살 공간을 구하기 위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부동산 중개인 마틴(조너선 아리스)을 만난다. 그가 소개시켜준 보금자리는 교외에 위치한 ‘욘더’라는 낯선 마을이다. 이 마을은 아주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똑같은 모양의 주택들이 늘어서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간 9호 집은 거실, 부엌, 침실, 가전제품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공간이다. 그들이 집을 구경하던 중 중개인 마틴은 사라져 버리고, 톰과 젬마는 욘더 마을을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9호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좌절감에 빠진 그들에게 “아이를 기르면 풀려난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는 상자가 도착하고, 그 안에는 남자 아기가 들어있다. 집이라는 안식처가 죽음이 아니면 탈출할 수 없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고, 그들은 사육장에 갇힌 동물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들에게 도착한 아기인 ‘보이’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성장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 마치 외계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보이’는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를 SF 스릴러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동시에 보이를 키우고 있는 것은 두 주인공이지만 언제고 보이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공포가 생긴다, 빠르게 커져가는 보이의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에 접어든 인간의 탐욕의 속도에 은유할 수 있다. 보이가 커지고, 인간의 욕망이 커질수록 결국 탈출할 수 없는 쳇바퀴에 갇히게 됨을 감독은 역설하고 있다. 다시 말해 똑같은 삶의 목표를 지향할수록 커지는 인간 소외의 현상을 감독은 비바리움이라는 아주 독특한 시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물, 독특한 설정은 SF 미스터리로서의 참신함을 선사한다. 나아가 현대 사회의 이기와 시스템의 문제 역시 역설하며 염세주의적인 시각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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