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의사와 대중의 정서
교회와 의사와 대중의 정서
  • 숭대시보
  • 승인 2020.09.07 18:37
  • 호수 12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일부 교회와 의사단체가 정부와 대립하며 충돌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이 드러났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거나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실시한 두 집단의 모습을 일반 시민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지켜보는지 그들이 한 번이라도 생각을 했는지 의문이다. 신자들의 영성을 담당하는 목회자들이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들은 우리의 정신적인 삶과 육체적인 삶을 담당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있기에 그에 따르는 책임 또한 일반인들의 그것보다 훨씬 엄격한 책임이나 윤리의식을 수반한다. 코로나19 감염 사태 초기에 신천지로 인해 대중의 지탄을 받았던 교계는 작금의 사태로 다시 한번 세인의 날선 비판 속에 급기야는 한국교회총연합에서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방역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를 고발하고 개천절 집회를 예정하는 등 여전히 대중의 분노를 사는 행동을 고집하고 있어 한국 교계에 큰 짐이 될뿐더러 교회가 존망의 기로에 설 정도로 대중의 신망을 잃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의사단체에서는 다행히 국회의 중재로 합의안 마련에 성공하고 파업을 풀기로 했다고 한다. 애초에 관련 단체와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원인이지만, 전공의들의 파업은 모든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만큼 일부 교계의 행태와는 전혀 다른 매우 위험하기 짝이 없고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될 중차대한 문제다. 백번 양보하여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다 해도 그에 대한 시시비비는 대표자들이 나서서 할 일이지 생사가 오가는 현장을 버리고 거리로 나서는 것은 정도가 지나친 일이다. 더구나 보건의료 직능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연합인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도 이들의 파업에 비판적인 입장이고 과반이 넘은 시민이 파업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명분이 대중의 눈에는 집단이기주의로 밖에 보이지 않음을 하루빨리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한줌에 불과한 극소수의 집단들로 인해 대다수 시민들이 불편을 넘어 위험을 겪어야 하는 상황을 더 이상 겪지 않도록 대중은 차후에라도 보다 강력한 대응을 바라고 있다. 교계가 서둘러 일부 교회의 행태에 대해 사과를 하고 의사협회에서도 한발 물러나 정부와 합의안을 마련한 것은 결국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독재국가에서도 형식적으로나마 민의 수렴절차나 대의 정치체계를 차용하는 것도 그만큼 여론이 무섭다는 것을 알고 대중의 정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중은 잘못된 길을 갈 수도 있지만 한번 뭉치면 나라 전체를 뒤엎을 만한 커다란 힘을 품고 있음을 우리는 여러 차례 경험했다. 목회자나 의사 모두 시민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시민들은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목회자나 의사들은 특권을 주장하기 전에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자세를 먼저 갖춰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