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이 계속되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 힘겨움은 오래간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힘들어서 기대는 것이 아니라 기대지 않아서 힘들다. 견뎌야 하는 시간이 오래가는 까닭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다. 원제는 ‘나에게 날개를 건네주렴’이다.

 주인공 소년은 수상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난다. 인공 부화된 기러기들에게 철새의 이동 경로를 가르치기 위함이다. 그들과 함께 유럽 대륙을 가로질러 노르웨이까지 가야 하는 먼 여정이다. 소년은 무섭다. 하늘에서 비도 오고 천둥도 친다. 제대로 가는 것일까? 그때 소년은 아빠의 말을 떠올린다. “비행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안내하면서 안내받는다는 사실이다.” 소년은 자신이 안내하던 새들을 다시 바라본다. 외롭고 지친 소년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어린다. 자신이 도리어 안내받고 기댈 수 있는 존재들이 곁에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년이 하늘에서 새들을 느끼기 위해 한동안 비행기의 동력을 멈추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그는 인간 이 새들에게도, 바람에도, 허공에도 기댈 수 있다는 겸허를 배운다. 소년은 새들에게 말한다. “나에게 날개를 건네주렴.” 소년과 새들은 다시 함께 날기 시작한다. 코로나가 기승이다. 방 안에 있거나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래도 사람은 견딜 수 있을 만큼 외로우며, 가끔 행복해서 산다. 언젠가는 저 멀리, 함께 날기도 할 것이다.

 다시 비대면 수업이다. 2014년 개교해서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된 미네르바 온라인 스쿨이 재조명되는 이유이다. 미네르바에는 녹화 수업이 없다. 매번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에서는 학생들의 참여도가 조목조목 기록된다. 교수의 발언 시간은 가능한 한 짧게 이루어진다. 학생들이 서로 토론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교수 노릇 하기 쉬워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조교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안내하는 조교 역할이 가르치는 교수만큼 어렵다는 것을. 그럼 어려운 조교 역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안내하면서 안내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된다. 학생들에게 판을 만들어주는 원조가 있다면, 18 세기 프랑스 디종 대학교의 조제프 자코토이다. 그는 원래 평범한 법대 교수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구조조정, 어쩌고 저쩌고해서 수학과로 가게 되었다. 공자도, 맹자도 스승은 자신이 아는 것을 물어본다. 모르는 것을 제자에게 물어보는 것은 큰 용기이다. 후일 많은 학생들은 자코토를 가장 훌륭한 스승으로 회고했는데, 그는 수업 때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학생들에게 물었고 능력을 다해 경청했다. 경청은 겸허에서 비롯된다. 그는 이후에 음대에서 자신이 전혀 할 줄 모르는 피아노 강의도 시작했다. 그는 안내하기 위해 안내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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