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토) 악성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디지털교도소’에 성범죄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대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범죄의 가해자로 지목된 대학생은 강력하게 결백을 주장했고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자는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건 발생 이후 악성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디지털교도소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신상 공개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사회의 공익을 실현하는 방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현재 디지털교도소는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한 이후 폐쇄됐다가 피해자에 대한 사과문과 함께 운영을 재개한 상태다.

 

악성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디지털교도소

디지털교도소는 우리나라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다.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자는 “우리나라의 솜방망이 처벌에 한계를 느꼈고,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사이트 운영 취지를 밝혔다. 디지털교도소에는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 등 150여 명의 신상이 공개돼있으며 하루 평균 2만 명이 사이트에 방문한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성 착취물을 공유 및 판매한 ‘N번방’ 사건 등 국가 차원에서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를 제외하고는 디지털교도소의 판단하에 신상을 공개한다. 판단 기준은 범죄 피해 제보를 받은 뒤 이뤄지는 사이트 차원의 검증 절차를 통과한 경우다. 디지털교도소는 신상 공개 기간을 30년으로 정했다.

디지털교도소 웹사이트에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이 공개된 모습이다.
디지털교도소 웹사이트에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이 공개된 모습이다.

  디지털교도소는 우리나라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다.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자는 “우리나라의 솜방망이 처벌에 한계를 느꼈고,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사이트 운영 취지를 밝혔다. 디지털교도소에는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 등 150여 명의 신상이 공개돼있으며 하루 평균 2만 명이 사이트에 방문한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성 착취물을 공유 및 판매한 ‘N번방’ 사건 등 국가 차원에서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를 제외하고는 디지털교도소의 판단하에 신상을 공개한다. 판단 기준은 범죄 피해 제보를 받은 뒤 이뤄지는 사이트 차원의 검증 절차를 통과한 경우다. 디지털교도소는 신상 공개 기간을 30년으로 정했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3월부터 SNS를 통해 악성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했고 범죄 행위를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후 SNS에 입력된 비방 댓글에 대해 고소와 협박이 이어졌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운영자는 동유럽권의 서버와 미국의 보안 서비스를 기반으로 현재의 디지털교도소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운영자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분노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결백을 주장한 대학생,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는 디지털교도소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7월 대학생 A 씨가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지인 능욕’을 요청했다는 피해 제보를 받았다. 이후 디지털교도소는 지인 능욕 사건에 대한 검증 절차를 진행했고 그 결과 A 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자는 “텔레그램 연락처 추가 기능을 통해 얻은 A 씨의 전화번호, A 씨가 녹음한 지인 능욕 반성문 등을 확인했다”며 “이를 통해 지인 능욕의 가해자를 A 씨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디지털교도소는 웹사이트에 얼굴이 나와 있는 사진,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와 이들이 발견한 텔레그램 메신저 내용과 음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신상이 공개된 이후 A 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A 씨는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디지털교도소에 올라온 개인 정보는 본인이 맞지만, 지인 능욕을 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전화번호가 유출된 것은 스미싱(휴대폰 해킹)에 의한 것이라며 강력히 결백을 주장했다. 반면 디지털교도소는 A 씨의 주장에도, 신상 공개를 유지했다. A 씨가 결백을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디지털교도소는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텔레그램 설치내역, 대화내역 인증을 A 씨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A 씨는 억울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며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A 씨는 이후에도 신상이 계속해서 공개됐고 지난 3일(목) A 씨는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디지털교도소, 위법성 논란 일어

  대학생 A 씨가 사망한 사건은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으며, 유죄 여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디지털교도소의 대응이 헌법과 형법의 원칙에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교도소가 A 씨에게 증거 제시를 요청한 것이 입증 책임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입증 책임은 법정에서 증거를 제시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뜻이다. 입증 책임은 사실을 주장하기 위해 증거를 제출할 책임을 의미하며, 이는 형사소송법 상 검사에게 있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법적으로는 유죄만을 입증하지, 무죄 입증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교도소의 신상 공개가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범죄 조사와 형사 처벌은 국가 사법기관의 영역이다. 그러나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심판의 장으로, 사법기관의 판단 절차 없이 민간이 임의로 신상을 공개하기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는 현실이 됐고 무고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목) 격투기 선수 출신 유튜버 김 씨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돼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됐다. 신상 공개 이후 그의 유튜브 채널과 개인 SNS에는 범죄 행위를 비방하는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그는 실제 가해자와 동명이인이었고 누명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가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 의류 쇼핑몰은 신상 공개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디지털교도소 측은 피해를 입은 김 씨에게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잠적했고 김 씨 홀로 피해를 떠안게 됐다.

  디지털교도소의 잘못된 신상 공개에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채정호 교수도 피해를 입었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6월 26일(금) 채 교수가 N번방의 자료를 요구했다며 사진,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이트에 공개했다. 채 교수는 디지털교도소 측에 본인과 관련이 없는 내용임을 밝혔으나, 디지털교도소는 텔레그램 대화 내역 등 증거가 존재한다며 신상정보를 내리지 않았다. 이후 채 교수는 웹사이트의 운영자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리고 스스로 휴대폰을 제출해 과학적 수사 방식인 포렌식 수사를 받았다. 대구지방경찰청 수사 결과, 디지털교도소에 게시된 대화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고 평소 문자 작성 습관 역시 일관되게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디지털교도소가 제시한 텔레그램 대화는 허위 사실이었고 채 교수는 두 달여 만에 누명을 벗었다. 그러나 채 교수는 사건 이후 우울증에 걸리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채 교수는 “자살을 막는 정신과 의사라 버텼다”며 “다른 사람이었다면 억울함을 풀기 위해 죽음을 생각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교도소에 대해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디지털교도소 운영은 불법이 분명하다”며 “누가 사회적으로 사람들을 매장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의 형량이 충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을 높이는 방식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사적 제제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디지털교도소는 우리나라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해 만들어졌고 사적 제재의 방식으로 운영됐다. 특히 올해 텔레그램 내에서 성 착취물을 판매한 N번방 운영자와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등 성범죄자들이 잇따라 솜방망이 처벌을 받으면서 디지털교도소의 필요성이 제고됐다.

  손정우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2년 8개월 동안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를 통해 22만여 건에 달하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영상을 유포했다. 전 세계적으로 아동 성폭행을 조장하고 성 착취물 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실형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미국 법무부는 자국에 있는 범죄자를 해외로 송환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요청했다. 손정우가 미국으로 인도될 경우, 솜방망이 처벌이 많은 우리나라에 비해 높은 형량을 선고받을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6일(월) 대법원은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했다. 국내에서 조사를 진행해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하에 진행된 것이지만, 국민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공분했다. 미국 송환 불허 판결에 대해 ‘강영수 서울고등법원 수석 부장판사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요청하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 청원도 등장했다. 이는 청원 종료 시점인 한 달 만에 52만여 명의 동의를 얻어 강 판사는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지 않았다.

  더불어 N번방 사건 역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졌다. 지난 7월 2일(목)을 기준으로 총 1,414명이 검거됐으나 145명만이 구속됐다. N번방 사건을 처음 폭로한 대학생 취재팀 ‘추적단 불꽃’과 성 착취 폐해를 모니터링해온 ‘프로젝트 리셋’은 7,500여 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 처벌 수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99.8%가 ‘사법부가 디지털 성범죄를 진지하게 여기고 있지 않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처럼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사적 제제를 내리는 디지털교도소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디지털교도소의 존재는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두터움을 나타낸다”며 “공적인 방식으로는 약자의 정의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무죄 판결을 받은 배드파더스, 디지털 교도소는?

  디지털교도소는 신상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양육비를 미지급한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와 공통점이 있다. 배드파더스는 지난 1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된 바 있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현행법상 허위가 아닌 객관적 사실만을 유포해도 명예훼손죄의 처벌을 받는다. 다만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본지 1244호 ‘배드파더스 무죄 판결,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할까’ 기사 참조). 당시 법원은 배드파더스가 신상 공개를 통해 양육자의 고통을 알리고 양육비 지급을 촉구한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판결했다.

  전문가들은 사법부의 양육비 지급 판결에 입각해 정보를 전달한 배드파더스와 달리, 사적 제재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교도소의 경우 위법성 조각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하태훈 교수는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적 절차를 거친 뒤 신상정보 공개가 이뤄진 반면 디지털교도소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안도 유죄로 추정할 수 있다”며 사적 제재의 허점을 지적했다.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을 경우, 형법 제307호 1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한편 해외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피고소인이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만을 진술한 것으로 입증될 경우 무죄가 성립된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이후부터 명예훼손 행위에 형벌을 부여하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폐쇄 후 다시 문 연 디지털교도소

  해외에 서버를 설치해 국내 수사망에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던 디지털교도소가 지난 8일(화) 폐쇄됐다. 사이트의 운영자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수배됐기 때문이다. 사이트 운영진들은 경찰에 의해 신원이 특정된 상황이다. 이후 3일간 폐쇄돼있던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11일(금) 2기 운영자에 의해 운영이 재개됐다. 2기 운영자는 “1기 운영진들은 적색수배가 된 상황에서 사이트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불거진 논란으로 사이트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성범죄자에 대한 사법부의 비상식적인 판결이 만연한 상태에서 디지털교도소가 사라지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말하면서 사이트 운영 재개 배경을 전했다. 2기 운영자는 무고한 피해를 본 채 교수와 김 씨에게는 사과했고 사망한 A 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디지털교도소의 존립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찰은 디지털교도소 운영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차단 및 삭제를 요청해왔지만, 응답이 없었다. 그러던 10일(목) 처음으로 안건을 상정했다. 방송통신심의소위원회는 “향후 사이트 접속이 가능해져 신상 정보가 다시 유통될 경우 심의를 재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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