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연대기를 활용한 기초자료 정리의 중요성에 대해 다뤘으니, 이제 실제 자기소개서 작성으로 들어가 보자. 여러분은 자기소개서를 왜 쓰는가? 어딘가에 지원을 하고, 자신을 어필해서 선발되고자 작성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를 읽어야 하는 상대방은 자기소개서를 왜 받았을까? 가장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평가도구로써 자기소개서를 받았을 것이고, 어떠한 기준에 따라서 이것을 평가할 것이다. 그 기준이 뭘까?

  평가 기준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서 지난 기고문(1247호)을 참고하길 바란다. 해당 기고문에서 채용 프로세스에 대해서 설명하며 자기소개서의 역할과 중요도에 변화가 생겼다고 밝힌 바 있다. 많은 기업의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의 영향이 축소되었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채용비리 사건으로 인해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었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큰 자기소개서에 대한 비중을 줄인 것이다. 대신 인‧적성고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AI 적성검사라는 새로운 전형이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자기소개서는 적당히 쓰고 다른 전형에 대한 준비를 더 철저히 하는 전략가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여러분도 자기소개서 따위 대충 써서 내라는 어리석은 이야기나 하려는 것은 아니다. 면접과의 연결성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자기소개서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면접은 일종의 소개팅과 같다. 주선자로부터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부푼 기대를 안고 소개팅 장소에 나간다. 이때, 주선자가 미리 준 정보가 서류전형이 되고, 소개팅 현장이 면접이 된다. 두 사람이 마주하고, 이제 본격적인 탐색전이 시작된다. 내가 기대했던 사람이 맞는지, 새로운 매력이 있진 않은지, 혹은 빛 좋은 개살구는 아닌지 확인할 것이다. 일대일로 충분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새로운 면도 많이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매력을 모두 상대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면접은 다르다. 시간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대화의 주도권이 내게 없다. 서류(이력서, 자기소개서, 인‧적성 결과)를 기초로 한 상대방의 일방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고,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서류상으로 드러난 나의 매력이 실제 믿을만한 정보임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질문의 배경이 되는 가장 중요한 자료가 바로 자기소개서이다. 따라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동일 선상에 놓고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평가 기준도 동일해야 한다. 이러한 평가 기준이 적용되는 방식이 구조적 역량 평가이다.

  2000년대 중반에 자기소개서 컨설팅 일을 처음 했을 때는 그저 그럴듯한 미사여구들로 포장한 자기소개서만으로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경쟁률이 높은 시대도 아니었고, 평가 자체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얘 봐라. 글 좀 멋있게 잘 썼는데?!’하는 사람들의 자기소개서가 면접까지 쉽게 올라갔다. 그래서 그 무렵에는 국문학과나 문예창작학과 출신 대필 알바들이 판을 쳤다. 그게 그 시절에는 먹혔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인사팀에서 작성한 철저한 평가 기준에 따라 평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를 통한 서류평가 배점이 30점이다. 평가항목은 크게 여섯 개 역량에 대한 평가로 분류되어 있고, 역량 당 배점은 5점이다. 이 중 하나가 리더십 역량에 대한 평가라면, 부서 담당자가 리더십이 높은 인재를 아무리 선호한다고 해도 평가 기준에 따라 5점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없다. 나머지 25점은 그에 해당하는 역량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 이것이 구조적 역량 평가이다.

  평가 기준이 되는 구조적 역량은 무엇일까? 이전에 기고(1248호)한 글처럼 조직역량과 직무역량이다. 이 중에 더 중요한 것은 직무역량이다. 직무 담당자로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게 된다. 그 다음은 조직역량이다. 기업의 인재상과 팀워크 역량을 중심으로 우리 조직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평가하게 된다. 이제 여러분은 지원하는 기업의 인재상과 지원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역량들을 중심으로 대략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을 갖췄음을 증명할만한 경험과 경력이 있는지 연대기에서 찾아야 한다. 취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증명할만한 경험이나 경력이 부족하다면, 연대기에서 연결 가능한 간접경험을 통해서라도 증명해내야 한다. 아직 취업까지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고, 따라서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경험과 경력을 쌓아야 한다. 이처럼 증명할만한 직접적인 경력을 쌓거나, 과거의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증명해내는 과정이 여러분이 진로를 설계해가는 현실적인 과정이 된다. 지금 바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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