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를 생각한다
1인 가구를 생각한다
  • 정인관 교수 (정보사회학과)
  • 승인 2020.09.15 10:03
  • 호수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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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 나타난 중요한 변화들 중 하나로 이는 미국, 영국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 그리고 북유럽 복지국가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특히 일본의 경우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약 34.5%에 이른다. ‘솔로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는 등 1인 가구의 확대는 과도기적 추세가 아니며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이러한 변화를 마주하며 오늘날 1인 가구의 증가를 불러온 원인과 그것이 가져올 사회 인구학적 결과에 대한 탐색은 사회과학 연구의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으며 특히 정책적인 측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뉴욕대의 스타 사회학자인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뉴욕과 스톡홀름 등에서 거주하는 30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기반으로 2011년 <고잉 솔로>라는 책을 펴냈다. 여기에서 그는 혼자 사는 삶이 지니는 의미, 구체적인 모습,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혼자 사는 것은 강제나 운명에 의한 것이 아닌 하나의 선택이며, 이혼이나 결별 등 함께 사는 관계의 부정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대안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스톡홀름과 같은 곳에서 혼자 살 수 있는 기회는 하나의 혜택으로 여겨진다. 혼자 사는 삶이 개인의 “사적생활, 연애, 사교생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물론 “노인과 약자의 사회적 고립,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의 고립, 혼자 살면 아이가 없고 불행하고 외로울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 등 1인 가구의 확대가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이고 정서적인 문제점들도 적지 않다. 실제 미국에서 혼자 사는 빈곤선 이하의 노인들 세 명 중 한 명은 친구나 이웃을 두주에 한 번도 만나지 않으며 다섯 명 중 한 명은 전화 통화도 하지 않는다. 저자는 그의 다른 저서인 <폭염사회>에서 1995년 시카고의 폭염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경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처럼 스톡홀름에서 혼자 사는 것이 혜택일 수 있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렇게 살 수 있는 여건이 사회적으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국가의 지원과 사회 전반의 공감을 기반으로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공동주택을 제공하고 돌봄 노동자에 대한 공적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1인 가구 증가가 가져올 긍/부정적 영향의 정도는 한 국가와 공동체가 지니고 있는 역량의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사회의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7.1%에서 2017년 28.5%로 증가했다. 이제 1인 가구는 가구 규모에 있어 가장 흔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기 상당 부분 부모와 두 자녀로 구성된, 오랫동안 ‘정상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여겨진 4인 가구는 28.6%에서 17.5%로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는 어떤 사람들이 1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지 조금은 자세히 살펴볼 때 비로소 불평등 및 빈곤이라는 사회문제로 다가온다. 저소득층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005년에는 32.1%였으나 2017년에는 53.1%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저소득층을 제외하면 그 수치는 각각 11.9%와 19.6%로 그 변화가 적지는 않으나 2인, 3인, 혹은 4인으로 구성된 가구들보다 전체 가구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1인 가구 비율의 장기적 경향성을 살펴본 박현준과 최재성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1인 가구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러한 경향은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나이든 여성들과 25-34세의 미혼 남성들에게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에서 1인 가구가 지닌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국가가 적절한 정책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인구감소의 늪에 빠져있는 한국에서 정부의 관심은 온통 출산율을 높이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가용한 자원조차 결혼한 젊은 부부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한정된 자원과 제도적 지원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허락된다면 그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람들 사이’에 있다. “양질의 돌봄, 즉 자발적이고 상시적인 돌봄은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사이에서 나온다”(황두영, <외롭지 않을 권리>)는 진술은 우리가 쌓아온 사적 관계망이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문제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암시한다. 다만 사회적 자원의 동원 및 제도 변화에 있어 사회적 합의의 과정은 쉽지 않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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