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장식된 부유한 호반의 도시 콘스탄츠
꽃으로 장식된 부유한 호반의 도시 콘스탄츠
  • 정희섭 교수 (글로벌통상학과)
  • 승인 2020.09.15 10:03
  • 호수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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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세번째로 크고, 독일에서 가장 큰 보덴 호수의 아름다움
유럽에서 세번째로 크고, 독일에서 가장 큰 보덴 호수의 아름다움

  독일의 남부는 독일에서 가장 큰 주인 바이에른(Bayern)주와 면적으로는 바이에른 주보다 작지만 경제적으로는 바이에른 주 못지않은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 Württemberg)주로 대표된다. 바이에른 주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늘 비교가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두 주에 사는 사람들의 자존심 또한 대단하다. 독일에 이런 용어가 적용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역감정’도 상당한 것 같다. 그런데 두 지역의 감정은 ‘얄팍한 지역적 자존심’이 아니라 실력에 바탕을 둔 ‘의미 있는 자부심’에 가깝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주도는 슈투트가르트(Stuttgart)인데 세계적인 명차 벤츠의 본사가 있는 도시다. 제조업이 발달해서 자동차는 물론이거니와 ‘Made in Germany’가 인쇄되어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 생활용품은 대부분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생산된다고 보면 될 정도다. 이 말은 독일 연방을 구성하는 16개 주 중에서 대외 수출 규모가 가장 높다는 사실로 쉽게 증명된다. 이런 사실은 바이에른 주와 더불어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주로 평가 받는 요인이 된다.

  바이에른 주는 또 어떤가. 슈투트가르트에 벤츠가 있다면 바이에른 주의 주도인 뮌헨(München)에는 이제 대한민국의 ‘국민차’가 된 것 같은 BMW의 본사가 있다. ‘BMW’가 ‘Bayerische Motoren Werke’의 약자임을 아는 사람도 이제는 꽤 많아졌다. 그리고 매년 가을 뮌헨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굳이 설명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정도가 되었다. 슈투트가르트는 생소하게 들릴지언정 뮌헨은 베를린과 더불어 독일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도시인 것이다. 벤츠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자존심이라면, BMW는 바 이에른 주의 자존심이고 경제적인 버팀목이다. 바이에른 주는 면적이 넓은 덕에 관광자원 또한 풍부해서 엄청난 관광수입을 벌어들인다. 더구나 2020년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으로 세계최강의 축구팀으로 등극한 ‘FC 바이에른 뮌헨’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런 수많은 강점 때문인지 바이에른 주의 1인당 GDP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를 제외한 중북부 주의 1인당 GDP 평균보다 5,000 Euro 이상 높다. 여기까지 언뜻 보면 바이에른 주의 판정승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바덴뷔르템부르크에는 ‘히든카드’가 있다. 내가 지금 기차를 타고 내려가고 있는 호반의 도시 콘스탄츠(Konstanz)가 비장(秘藏)의 무기인 것이다. 이 도시가 없었다면 나는 곧바로 바이에른 주의 판정승을 인정했을 것이다. 보덴 호수(Boden See)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 도시 콘스탄츠를 소개하기 위해 벤츠와 BMW까지 들먹이다니. 정말 길어도 너무 긴 서론을 이야기해 댄 나. 그런데 이야기는 다 이런 것 아니겠는가. 예전에 동네방네 다니며 정체불명의 약을 팔았던 약장수 아저씨도 약을 팔기 전에는 상당히 긴 ‘쇼’를 먼저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보덴 호수는 독일에서 가장 큰 호수인 동시에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로 길이만 64킬로미터이고 제일 넒은 곳의 너비는 12킬로미터나 된다. 가장 깊은 수심이 무려 252미터나 되어서 겨울에도 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만히 바라다보고 있자면 누군가 여기가 바다라고 말해도 믿을 것 같다. 거대한 호수이다 보니 수평선이 보이고 호화 유람선도 다니고 호수 주변으로는 부호들의 맨션들이 즐비하다. 부호들은 마시면 ‘취하는 물’과 눈으로 봐서 ‘아름다운 물’이 있는 곳으로 모이는 습성이 있음을 콘스탄츠에서도 확신한다. 호수 자체가 스위스와 국경을 이루고 있지만 이 도시는 아직 엄연히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소속이다.

  보덴 호수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꽃의 섬 마이나우(Insel Mainau)다. 안내표지판에 나와 있는 지도로 봤을 때는 한강의 선유도나 밤섬 같다고 생각했는데, 섬에 상륙해서 곧바로 그 생각을 지웠다. 잘 가꾸어진 정원과 수많은 꽃들의 향연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몽환적인 광경에 사진을 찍는 것도 잠시 잊었던 나. 여행을 마치고 귀국해서 안 사실이지만 마이나우와 보덴 호수는 매년 독일 관광청이 60여 개국에서 온 약 4만 명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에서 ‘독일의 인기 관광지 Top 6’ 안에 늘 선정된다고 한다. 콘스탄츠는 바이에른 주의 로덴부르크(Rothenburg)와 늘 막상막하의 순위경쟁을 벌인다고도 하니 관광지에서조차 두 주는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두 지역 간의 경쟁은 자부심이라는 이름의 나비가 되어 독일의 전역을 펄럭거리며 날고 있는 듯 했다.

  가장 최근에 독일을 여행한 것이 불과 작년이었는데, 바덴바덴에서 콘스탄츠로 기차를 타고 내려온 것이 몇 년 전처럼 느껴지는 것은 내 얼굴의 ‘남부(南部)’를 덮고 있는 마스크 때문일 것이다.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마스크가 나비가 되어 펄펄 하늘로 날아가 사라질 날을 고대(苦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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