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학기도 여전히 코로나 터널 속이다. 지난 학기 공인회계사 고시반 현의제는 5월까지 멈춰섰다. 상황이 완화되면서 철저한 방역과 함께 6월이 되어서야 운영을 재개했다.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남짓 모든 프로그램이 중단됐다.

 공인회계사 시험은 매년 2월 말 1차 시험, 6월 말 2차 시험으로 최종합격자를 가려낸다. 1차 시험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수험생들은 보통 2월부터 박차를 가해 기본기를 완성단계까지 끌어올리고, 2학기에 본 시험을 위한 세부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고시반은 이에 맞춰 주간 모의고사, 선·후배 멘토링, 스터디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디까지나 공부는 홀로서기이지만, 힘들고 긴 여정을 걷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관리의 효과는 매우 유의미하다. 특히 1차 수험생들은 학습법이 잘못되었거나, 자기 주도적인 자세가 덜 갖추어진 경우가 더러 있다. 고시반에서 그들은 동고동락하면서 서로 의지하여 흔들리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선순환을 이룬다. 1차 수험생들에게 체계적인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기를 완성할 이번 1학기는 체계적인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답답하지만 너나 할 것 없는 이 시국에 온전히 마주해야 할 어려움이었다.

 먼저 닥쳐오고 있는 2차 시험에 대한 준비가 얼추 마무리되고 덜컥 1차 수험생들이 떠오르며 신경이 곤두섰다. 올해 흔들린 수험생들은 내년 1차 시험에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까? 그들이 목표한 바를 제대로 이룰 수 있을까? 이런 고민에 4월부터 부랴부랴 모의고사를 배포하고, 온라인 멘토링을 진행하고, 학습계획 세미나를 유튜브로 송출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2학기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상황에 맞춰 차분히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조금 멀리 보자면 단순히 현재 상황에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일까 싶다. 지금도 누군가는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을 것이다. 일상이 멈췄다고는 하지만 이래나 저래나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 이제 2학기 출발선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조금 더 미래 지향적인 대응인지 차분히 되짚어보는 것도 우리의 숙제가 아닐까?

 한때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인 ‘그림을 그립시다.’의 Bob Ross라는 화가가 아내를 먼저 보낸 후 방송 중에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둠을 그리려면 빛을 그려야 합니다. 빛을 그리려면 어둠을 그려야 하고요. 빛 안에서 빛을 그리면 아무것도 없지요. 어둠 속에서 어둠을 그려도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슬플 때가 있어야 즐거울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좋은 때가 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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