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형마트 규제 도움 안 돼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형마트 규제 도움 안 돼
  • 최은지 수습기자
  • 승인 2020.09.15 10:03
  • 호수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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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금)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상도전통시장’의 모습이다.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찾은 사람 찾기가 어렵다. 곳곳에는 아예 문을 닫거나 비어있는 가게들도 보인다.
지난 11일(금)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상도전통시장’의 모습이다.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찾은 사람 찾기가 어렵다. 곳곳에는 아예 문을 닫거나 비어있는 가게들도 보인다.

  상도전통시장에서 3년째 떡 장사를 하는 상인 A 씨에 따르면 올해 가게 하루 매출액은 평균 2만 원에서 5만 원 사이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전반적으로 매출액이 하락한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지난 3년간 A 씨는 하루하루를 ‘버티듯이 살아왔다’고 말했다. A 씨는 “하루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을 셀 수 있을 정도고, 집에 가면 밥이 안 넘어가요”라며 “전통시장 단지가 다 죽었다”고 한탄했다.

  지난 6일(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국 1,820개의 전통시장 및 상점가의 매출은 총 23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 규제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05년 기준으로 매출액이 총 27조 3,000억 원인 것에 비하면 오히려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전통시장 지원예산·매출액 추이’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전통시장 지원에 누적 예산 2조 4,383억 원을 투자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왔다.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전통시장 반경 1km를 전통산업 보존구역으로 정하고 구역 내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신규 출점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대형마트의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하는 등 영업시간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로부터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이 아니라 대형마트보다 규모가 작아 규제를 받지 않는 기업형 식자재마트로 향했다. 식품 산업통계 정보시스템 FIS에 따르면 기업형 식자재마트는 전국 6만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도입된 지난 2012년 이후 전통시장이나 대단지 아파트 인근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장보고식자재마트 2020년 기업정보에 따르면 대구에 거점을 두고 13개 직영점을 운영 중인 ‘장보고식자재마트’는 지난해 매출 3,164억 원을 올렸다. 2013년 1,576억 원에서 6년 만에 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전통시장 부진은 인터넷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유통 시장 중심의 영향이 크다. 지난 3일(목) 통계청에서 발표된 ‘2020년 7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2조 9,625억 원에 달했다.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2% 늘어난 7조 1,530억 원에 달했고, 이와 동종업계에 있는 이베이코리아(옥션, G마켓 등 운영)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이렇듯 온라인 시장은 전통시장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본교 경영학부 안승호 교수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총 투입된 유통 시장에서 전통시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는 규제의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진입 장벽이 낮은 전통시장 매출이 오르면 전통시장 내에 더 많은 경쟁자가 생길 것이고, 정상 이상의 이익 수준은 발생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산업 정책과 사회 보장 정책은 분리돼야 한다”며 “전통시장 부활이라는 사회 보장적 목적을 갖고 대형마트 규제라는 산업 정책을 펼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소비자들의 불편이 점차 커지면서 소비자 선택권 박탈 논란도 점차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소비자는 포획 대상이 아니며 초점을 전통시장의 활성화가 아닌 전통시장의 정상화에 맞출 때”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017년 전국상인연합회의 ‘전통시장 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내 상인 수는 36만 3,66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대부분의 사람이 생계유지를 목적으로 영업한다. 일본의 경우 ‘전통시장의 상점가화’가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일본 정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 상점가 내 점포의 14%는 주인 없는 문 닫힌 가게며, 시장 내 상점운영자의 70%가 앞으로 시장이 더 쇠퇴할 것으로 내다보는 등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편의 시설 부족, 결제 수단 제약 및 고객 서비스 등 소비자가 지적하는 전통시장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해 전통시장을 상점가로 바꿨다. 그 결과 1985년 1일 고객 통행량이 8천 명 수준에 불과하던 텐진바시 상점가는 2015년 기준 1일 평균 고객이 2만 5천 명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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