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벡델테스트 통과한 한국 영화 절반에 불과해…

  지난 1일(화)부터 7일(월)까지 개최된 ‘벡델데이 2020(이하 벡델데이)’에서 한국 영화의 절반 이상이 ‘벡델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벡델테스트란 1985년 미국의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고안한 영화 성 평등 테스트를 의미한다. 이 테스트는 당대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 줄거리로 만들어졌는지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관한 벡델데이는 우리나라에서 온라인을 통해 올해 처음으로 개최됐다. 벡델데이의 ‘벡델’은 벡델테스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 행사는 영화 내의 성 평등을 지향하고, 영화계 고용의 성 평등을 독려하는 정책적인 고민까지 포괄하기 위해 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들을 대상으로 ‘벡델 선정작 10선’이 선정됐으며, 영화계의 성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영화의 절반 이상이 벡델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 2월 13일(목)에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9 한국 영화 산업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흥행한 한국 영화 30개 작품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13편(43.3%)에 불과해 절반도 넘지 못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가 2019년 실질개봉작 174편의 여성 스태프를 조사한 결과 △감독: 27명(14.1%) △제작자: 52명(22.9%) △프로듀서: 58명(26.9%) △주연: 63명 (37.3%) △각본가: 54명(25.8%) △촬영감독: 12명(6.2%)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영화계 모든 스태프 분야에서 성별의 균형이 맞지 않은 결과다. 벡델데이에 참석한 조혜영 영화평론가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10년간 벡델테스트를 통과한 한국 영화는 여전히 절반에 불과했다”며 “균형 잡힌 성별 구성을 위해 최소한 한국 영화의 70% 이상이 벡델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벡델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준인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출연할 것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을 만족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벡델 테스트 기준이 강화됐다. 강화된 기준은 △ 출연진이 아닌 여성 영화인의 참여 △남녀 주인공의 동등한 비중 △소수자 혐오와 차별적 시선 배제 등이다. 또한 기존에는 벡델 테스트 통과 여부를 공개하는 방식이었지만 올해부터는 벡델데이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성 평등 우수작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에 따라 △배우 △감독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벡델데이 심사위원 9인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개봉한 영화들을 대상으로 ‘벡델 선정작 10선’을 발표했다. 이에 해당하는 한국 영화는 △82년생 김지영 △벌새 △찬실이는 복도 많지 △윤희에게 등 10개 작품이다. 벡델테스트 기준 상향 이외에도 영화계의 성 평등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목)에 개최된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 화제에서는 ‘여성 영화인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50팀의 여성 영화인들에게 제작지원금을 전달했다. 또한 여성 창작자의 기획‧개발 콘텐츠를 지원하는 ‘피치 앤 캐치’ 부문의 수 상작들은 역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단일 부문 최고 금액인 6천 7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한편 영화계 전반의 성차별 개선 노력들은 해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지난달 24일(월)에 내년부터 성별을 구분하는 시상 방식에서 성별로부터 자유로운 ‘젠더프리(gender-free)’ 시상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내년부터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최우수 남녀주연상과 남녀조연상을 성별 구분 없이 통합해 시상한다. 리센벡 집행위원장과 카트리안 예술감독은 공동성명을 통해 “연기 분야 시상을 성별에 따라 분리하지 않는 것이 영화계에 성인지 인식을 심어주는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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