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1월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판결함에 따라 다음 달 26일(월)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가 처음으로 시작된다. 이와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새로운 심의 과정도 결정됐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가 허용된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의도적으로 병역 기피에 활용하는 등 대체복무 운영에 있어 여러 문제가 일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적,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다. 지난 2004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는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판단돼 형사 처벌돼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11월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를 판결했다(본지 1218호 ‘14년 만에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돼…’ 기사 참조). 이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 무제 시행이 결정된 바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시행이 확정되고 지난해부터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병무청은 이러한 대체복무자들을 교도소 등 법무부 교정시설에서 36개월간 근무하도록 결정했다. 이들은 교정시설에서 △급식 지원 △도서관 업무 보조 △시설 환경미화 등 업무를 맡는다. 그러나 교도소의 재소자를 감독하는 일에서는 제외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자들은 총기를 포함한 다른 무기들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교정시설 공무원과 같이 재소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확정된 대체복무제도는 다음 달 26일(월)부터 대체복무가 확정된 64명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다.

  양심적 병역거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사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체복무를 결정하는 기관이다. 심사위원회의 판단 기준은 지난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던 대법원과 동일하다. 이는 △양심의 실체 △양심의 진실성 △양심의 구속력이다. 이러한 판단 기준을 기반으로 사전심사가 이뤄지고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여부가 결정된다.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양심의 자유가 검증됐다고 판단해 대체복무 심의 과정을 생략한다.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가 허용됨에 따라 병역 기피를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1일(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A 씨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았다. A 씨는 일부 신도들이 교리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온 ‘여호와의 증인’의 교인으로서 2006년부터 신도가 됐지만 2009년 이후 종교 활동을 하지 않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시행한다는 결정이 발표된 이후 2018년 9년 만에 성서 연구를 시작한다는 목적으로 종교 활동을 재개했다. 법원은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해 A 씨가 종교적 교리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것이 아니고 병역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결했다.

  또한 심의기관인 법원과 심사위원회 간 이중심사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법원이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심리 사항을 심사위원회에 미루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기존 법원은 검사와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 등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판단해왔는데, 심사위원회가 생긴 뒤 기존의 과정을 거치기 전 위원회의 심사 자료를 참고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대체 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는 경우 심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지 않도록 규정돼있다.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이중심사를 받지 않도록 규정한 조항이지만, 반대로 법원이 심사위원회의 조사를 기다리는 상황이 나타나 재판의 장기화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이후 신상털기식 수사가 강화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양심의 진실성을 입증한다는 명목으로 다운로드 내역, 위치정보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해 인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지향’의 김수정 변호사는 “교회에 방문한 여부로 신앙심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고 영화의 폭력성을 누가 규정하는가”라며 “이러한 수사 과정은 양심의 자유를 강조한 대법 원의 판례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