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래빗'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조조 래빗'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나치즘이 몰락하던 시대에 여전히 하일 히틀러를 외치는 소년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가 있다. 꿈에 그리던 독일 소년단에 입단했음에도 토끼 한 마리를 죽이지 못해 겁쟁이 토끼라는 별명을 얻게 된 조조는 상상 속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에게 위안을 받는다. 그러던 중 엄마(스칼렛 요한슨)가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멕킨지)를 숨겨주며 조조는 일생일대의 갈등을 하기 시작한다. 조조가 교육을 통해 배워온 유대인은 머리에 뿔이 달린 괴물이자 절대 악이지만 조조의 눈앞에 있는 엘사는 자신과 다를 바 없다. 

  영화 <조조 래빗>은 나치즘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영화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블랙 코미디 장르를 차용한다. 동시에 조조라는 10세 소년의 눈으로 전쟁의 참상을 바라보며 드라마와 판타지를 균형 있게 넘나드는 작품이다. 영화는 나치즘에 빠진 조조가 그간 얼마나 왜곡된 삶을 살았는지 엘사를 통해 보여주며, 그가 국가로부터 주입된 벽을 허물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역사의 무게가 느껴질 수밖에 없는 주제이지만 <토르: 라그나로크>(2017)를 연출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답게 나치즘을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풀어낸다. 특히 영화 속 유대인과 나치 캐릭터 모두를 평범하고 유쾌한 인물들로 표현해 잘못된 이념 또한 삶에 쉽게 침투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나아가 영화 속 조조가 엘리트 나치로 거듭나기 위해  훈련을 받음에도 어린이 특유의 순수함을 유지 시키며 유대인 혐오와 같은 군사 훈련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신념을 표현해 내기도 한다. 블랙 코미디이기에 전반적으로 영화는 재기발랄한 톤을 잃지 않지만 시대적 비극을 보여주는 연출이 영화 <조조 래빗>을 사랑스러우면서도 가슴 아픈 시대물로 완성되게 만든다. 또한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된 뒤 단숨에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그리핀 데이비스의 섬세하면서도 몰입감 있는 연기 역시 영화를 볼 때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하는 포인트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